史劇(사극) '너 때문에 TV 본다'

  • 김은경
  • |
  • 입력 2023-12-21 07:48  |  수정 2023-12-21 07:52  |  발행일 2023-12-21 제17면
퓨전·판타지부터 정통 드라마까지 안방극장에 열풍…K콘텐츠로 비상
고려거란전쟁
'고려거란전쟁'
안방극장에서 '사극'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정통사극에서 퓨전, 판타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사극이 만들어져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이는 한편 시청률에서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작품은 글로벌 OTT를 통해 같은 시기에 전 세계에 공개되면서 K콘텐츠의 새로운 비상을 예고하고 있다. 변화하는 방송환경에서 침체를 거듭해온 지상파 방송사들은 사극 콘텐츠 부활을 통해 새로운 봄날을 기대하고 있다.

◆시청률·화제성 모두 잡은 '연인'

0008.jpg
최근 막내린 '연인' MBC 제공
최근 막을 내린 MBC '연인'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은 웰메이드 사극으로 평가받는다. 병자호란의 와중에서 엇갈리는 연인의 사랑과 무지렁이 백성들의 질긴 생명력을 그렸다. 이 드라마는 닐슨코리아 집계 결과 최고시청률 12.9%를 기록하며 성황리에 종영했다. 올해 방영된 대개의 사극들이 5% 안팎의 성적표를 받았던 것에 비하면 두 배의 숫자다. 드라마 '연인'은 인기에 힘입어 이례적으로 1회 연장방송을 결정하기도 했다.

남궁민·안은진의 애틋한 사랑이 보는 이의 심금을 울렸던 이 드라마는 '화제성'에서도 적잖은 관심을 모았다. TV화제성 분석기관 굿데이터 코퍼레이션의 화제성 순위에 따르면 '연인'은 드라마·OTT 통합 화제성 1위를 차지했다. 드라마·비드라마 전체 프로그램 화제성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에서도 주연배우 남궁민과 안은진의 이름이 나란히 1위에 올랐다.

◆270억 정통사극 '고려거란전쟁'

'꽃선비 열애사' '조선변호사'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시즌2' '청춘월담'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등 올해 여러 편의 사극이 방영됐다. 이런 가운데 정통사극의 명가로 자처하는 KBS는 최근 270억원의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정통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으로 사극열풍의 전면에 섰다.

지난달 첫 공개된 '고려거란전쟁'은 퓨전사극의 틈새에서 정통대하사극의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제작진은 몽골에서 거란의 복식에 관한 고증을 받는 등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다. 드라마는 또 대한민국 정통사극 최초로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소개되기도 했다.

특히 강감찬 장군의 '귀주대첩' 등 전투신에서는 기존 SF영화에서나 접했던 VFX 제작기술을 활용해 실감 나는 화면을 구현했다. 김동준·최수종·지승현 등은 고려와 거란 사이에 벌어진 26년간의 스펙터클한 전쟁을 선 굵은 연기로 보여준다. 첫 회 시청률은 5.5%였지만 서사가 본격화되면서 4회에 7%까지 오르는 등 시청률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혼례대첩
'혼례대첩'
◆동시대 감성으로 풀어낸 '혼례대첩'

구세대의 이야기쯤으로 치부되던 사극이 동시대 시청자와 교감하고, 사랑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방송가에서는 자칫 고루할 수 있는 이야기를 동시대적 감성으로 풀어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달 종영하는 KBS 월화드라마 '혼례대첩'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퓨전사극이다. 당대의 돌싱이라고 할 수 있는 원녀(과부), 광부(홀아비)들을 중매하면서 일어나는 좌충우돌을 코믹하게 담았다. 여기에 임금과 역적 모의를 하는 세력 간의 정치적 다툼 또한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장치로 구성했다.

한 방송관계자는 "드라마 '혼례대첩'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정서적으로는 요즘 사람들에 가깝게 구성해 인기를 얻었다. 역사적 인물에 이끌려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적 관점에서 보통사람이 중심이 되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특징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달라진 사극, K콘텐츠로 부상하나

일반적으로 역사극 제작은 여느 드라마와 비교해 가볍지 않다. 드라마적 얼개를 잘 짜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여기에 역사적 고증, 의상, 미술 등에도 섬세한 관심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부실하면 대중들로부터 외면받기 십상이다.

실제로 수년 전 방영된 한 드라마는 한국형 엑소시즘 판타지 액션 사극을 표방하며 의욕적으로 출발했지만 방송 2회 만에 조기 종영했다. 시청자들이 역사왜곡 의혹, 중국풍 소품 사용 등을 사유로 거센 항의를 하면서 간판을 내려야 했던 것.

방송관계자는 "최근 만들어진 사극은 예전과 비교해서 흡입력 있는 이야기, 사뭇 달라진 화면으로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얻고 있다. 각본의 탄탄함뿐만 아니라 역사적 고증 등 어느 한 부분도 소홀할 수 없는 것이 요즘 사극의 추세"라며, "K콘텐츠가 세계적 관심을 모으면서 다양한 장르, 이야기로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글로벌 OTT를 포함한 제작유통채널이 다각화하면서 사극도 새로운 봄날을 맞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기자 이미지

김은경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연예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