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극장가 '대작' 대신 '다양성' 영화 푼다

  • 김은경
  • |
  • 입력 2024-02-09 07:47  |  수정 2024-02-09 09:19  |  발행일 2024-02-09 제14면
왼쪽부터 영화 '데드맨'
극장가 푸짐한 명절상

2024020601000167600006491
영화 '소풍'.

연중 최대의 명절, 설을 맞아 극장가는 특별한 상차림을 차렸다. 다만 예년의 극장들이 명절에 블록버스터급 영화로 천만 흥행의 승부수를 띄웠다면 올해는 다양한 주제의 영화로 다채로운 상을 차렸다. 작품규모도 100억 미만의 중소형 사이즈가 대부분이다. 이는 지난해 명절에 개봉한 블록버스터들이 거듭 흥행에 실패하면서 후속 작품들의 개봉이 조심스러워진 측면이 있다. 또 한편으로는 '서울의 봄' '밀수' 등과 같이 굳이 명절시즌에 개봉을 하지 않더라도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 나오면서 제작사 측에서 홍보일정을 다양화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제작비 100억 미만 중소형 규모 무비 라인업
반려동물·노인 등 다양한 주제 작품 상영
판타지·애니·추적극 등 다양한 장르 포진


◆웡카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설 극장가 최고 관심작은 미국의 판타지 영화 '웡카'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영화는 개봉 첫 주말 전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것에 이어 꾸준히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배우 티모시 살라메가 주연을 맡은 '웡카'는 2005년 히트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스핀오프 성격의 영화다. 가진 것이라고는 달콤한 꿈과 낡은 모자 뿐인 '윌리 웡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세계 최고의 초콜릿을 만들게 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웡카 역할을 맡은 티모시 살라메의 춤과 노래는 이 영화를 감상하는 또 다른 묘미다. 그는 본격 촬영이 시작되기 4개월 전부터 주5일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보컬과 댄스레슨, 그리고 연습을 반복했다. 마치 아이돌 가수의 하드트레이닝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는 후문.

2024020601000167600006493

◆데드맨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일명 바지사장계의 에이스가 1천억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독특한 범죄 추적극이다. 서로가 물고 물리는 각양각색 캐릭터의 향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예측불허 스토리까지 다채로운 재미로 무장했다.

인간사회의 복잡다단한 모습을 파헤치는 한편 잃어버린 이름을 되찾기 위해 나선 한 사내의 고군분투를 다이내믹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 '데드맨'은 조진웅, 김희애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조합으로 흥미를 돋운다. 여기에 한국을 대표하는 봉준호 감독이 지원사격에 나서 눈길을 모은다. 봉 감독은 자신이 만든 영화 '괴물'의 각본을 공동집필한 하준원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라는 이유로 GV 일정에 참여했다.

하 감독은 "이름에 대한 가치를 각자 느끼고, 지키고, 부끄럽지 않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만든 작품"이라며 '데드맨'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밝혔다.

2024020601000167600006492
영화 '도그데이즈'.

◆도그데이즈

반려동물 인구 1천만 시대를 맞아 인간과 반려동물이 교감하고, 힐링하는 내용의 영화다. '도그데이즈'는 반려동물을 모티브로 성공한 건축가와 MZ 라이더, 싱글 남녀와 초보 엄빠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윤여정, 유해진, 다니엘헤니, 김윤진, 정성화, 김서형 등 개성파 배우들과 신예 김덕민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세계적 건축가 '민서'는 끔찍하게 아끼는 반려견 '완다'와 단둘이 살고 있다. 어느 날 민서는 완다와 외출을 나갔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어수선한 와중에 완다는 그만 길을 잃고 만다. 병원에서 깨어난 민서는 완다의 부재를 알게 되고, MZ 라이더 '진우'에게 완다를 찾아달라고 부탁하는데….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과 젊은 배우 탕준상의 담백하지만 진심 어린 소통, 40대 싱글남녀가 차곡차곡 쌓아가는 서툰 로맨스, 그리고 여친의 반려견을 돌보게 된 전남친과 현남친이 벌이는 티격태격 케미까지 다양한 관전포인트가 있다.

◆귀멸의 칼날: 인연의 기적, 그리고 합동강화 훈련으로

전 세계 누적 판매 1억5천만 부를 돌파한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인기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시리즈의 새로운 극장판. '탄지로'와 상현 4 '한텐구'의 목숨을 건 혈투와 '무잔'과의 최종 국면을 앞둔 귀살대원들의 마지막 훈련을 그렸다.

영화사 측은 이번 영화의 개봉을 맞아 성우 초청 행사를 오는 11일 개최한다. 도쿄와 뉴욕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마련된 월드투어 행사는 '토키토 무이치로' 역의 성우 카와니시 켄고와 '칸로지 미츠리' 역의 성우 하나자와 카나의 스페셜 무대인사를 진행하는데, 티켓이 1분 만에 매진돼 팬들의 뜨거운 열기를 반증했다.

두 성우는 지난해 야후 인기 검색어 '애니메이션 캐릭터 부문'에서 나란히 1, 2위에 등극했다. 2006년 데뷔한 카와니시 켄고는 '하이큐!!' '후르츠 바스켓' 등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았고, 하나자와 카나는 이번에 처음 한국행을 결정했다.

◆소풍

한국사회의 평균수명이 높아지고, 문화가 다양화되면서 영화가 다루는 소재나 주제도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추세다. 영화 '소풍'은 예전에는 비교적 관심영역의 밖에 있던 노년층을 타깃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포스가 느껴지는 노배우들이 노년의 인생을 이야기한다.

요즘 들어 돌아가신 엄마가 자꾸 꿈에 보이는 은심에게 마침 절친이자 사돈지간인 금순이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온다. 은심은 금순과 함께 고향 남해로 떠나기로 한다. 그곳에서 우연히 자신을 짝사랑하던 태호를 만나며 잊고 지낸 열여섯 무렵의 추억을 하나둘 떠올리게 되는데….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 등 수십 년 연기경력의 대배우들은 눈빛으로, 표정으로 노년의 삶을 오롯이 보여준다. 조용히 읊조리듯 내뱉는 대사와 표정연기는 그것만으로도 보는 이에게 감동적이다.

◆추락의 해부

제76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올해 3월에 열리는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5개 부문 후보에 오른 작품. 지난 지난달 31일 개봉한 '추락의 해부'는 개봉 첫 주말에 독립예술영화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흥행 훈풍을 이어가고 있다.

남편의 추락사로 한순간에 유명작가에서 유력한 용의자로 인생이 뒤바뀌어버린 한 여인의 이야기다. 감독은 엄마와 장애인 아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법정의 배심원까지 다양한 인물의 관점을 이동하며 누가 용의자이며, 피해자인지를 질문한다.

전작 '시빌'로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바 있는 감독은 이번에도 탁월한 감각과 재치가 살아있는 연출로 감탄을 낳게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올해 최고의 영화'로 꼽으면서 작품성에서 더욱 화제가 되었다. 김은경기자

기자 이미지

김은경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연예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