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 韓 근현대사…대통령 일대기 녹였다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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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08 07:54  |  수정 2024-02-08 08:45  |  발행일 2024-02-08 제17면
영화관으로 온 한국 대통령들

건국전쟁
지난 1일 개봉한 이승만 대통령 다큐 영화 '건국전쟁'. 독재자, 기회주의자 등으로 폄훼됐던 이승만 대통령의 숨겨진 업적과 노고를 보여준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무현, 문재인 등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이 영화의 주요 소재가 되고 있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대통령의 삶과 그들이 일생동안 추구한 정치적 사상 등을 영상에 녹여냄으로써 시청자에게 근현대사를 친근하게 알려준다는 순기능이 있다. 반면 한 인물을 미화하고, 그릇된 이미지를 조장한다는 측면에서는 비판적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한다.

이승만 대통령 다큐 영화 '건국전쟁'
숨겨진 업적 조명·관객 상승세 추이
'길위에 김대중' 12만 명 이례적 성과
'서울의 봄' 제작사 김영삼 대통령 주목

◆이승만 일대기 '건국전쟁'

이달 초 극장 개봉한 영화 '건국전쟁'은 최근 독립·다큐멘터리 영화 부문에서 조용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일 개봉한 영화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건국 1세대의 활약상을 조명한 다큐영화다. 김덕영 감독이 3년에 걸쳐 국내외 연구자들의 증언과 사료, 주변 인물들 인터뷰 등을 담았다. 독재자, 기회주의자 등으로 폄훼됐던 이 전 대통령의 숨겨진 업적과 노고를 보여준다. 특히 이 대통령이 1954년 뉴욕 맨해튼 '영웅의 거리'에서 카퍼레이드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은 처음으로 소개돼 눈길을 끈다. 김 감독이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직접 입수한 것이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건국전쟁'은 7일 현재 전국 215개 스크린, 6만3천431명이 관람했다. 이 영화는 여타 흥행작들과 조금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상영 첫날 다수의 관객이 찾고, 이후 조금씩 줄어드는 데 반해 '건국전쟁'은 매일 관람객과 스크린 수가 조금씩 우상향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개봉 첫날 5천411명에서 6일째에는 1만6천93명으로 늘었다. 개봉 첫날 167개였던 전국의 상영 스크린은 관람객이 늘면서 6일째에는 215개로 확연히 늘었다.

영화를 만든 김덕영 감독은 북한 전쟁고아들의 비극적 삶을 장장 16년에 걸쳐 그린 '김일성의 아이들'로 반향을 일으킨 다큐감독이다. 김 감독은 "영화 '건국전쟁'은 전작 '김일성의 아이들'에 담긴 문제의식의 연장선에 있다. 북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이승만'에게로 옮아온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중
상영 28일 만에 12만 고지를 돌파한 '길위에 김대중'. 청년사업가로 출발한 김대중 대통령이 갖은 고초를 겪으며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 <명필름 제공>

◆'길위에 김대중' 12만명 돌파

지난달 극장 개봉한 '길위에 김대중'은 관객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인물을 다룬 다큐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상영 28일 만에 12만 고지를 돌파했다. 지난해 다큐멘터리 최다 관객을 동원한 '문재인입니다'의 누적 관객수 12만6천959명을 넘어선 것이다. 개봉 전부터 크라우드 펀딩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키더니 관객들의 호평과 릴레이 응원이 이어지면서 열기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길위에 김대중'은 1987년 대선후보로 나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김대중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가 청년 사업가로 출발해 갖은 고초를 겪으며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 방대한 양의 아카이브 자료와 최초 공개 자료, 역사적 순간을 함께한 이들의 인터뷰 등이 수록됐다.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주의를 향한 발걸음이 그를 그리워하는 중장년층은 물론 2030관객에게도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 '길위에 김대중'은 임순례, 진모영, 변성현, 윤성은, 위근우 등 영화계 주요 인사들의 릴레이 관람전을 펼쳐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민변 조영선 회장, 유지태 배우, 이해영 교수 등이 바통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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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최고 화제작 중 하나인 '서울의 봄'. 전두환과 신군부가 정권을 잡기까지 9시간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암살자들' 'YS프로젝트' 추진

지난해 최고 화제작으로 기록된 '서울의 봄'은 전두환과 신군부가 정권을 잡기까지 일촉즉발의 9시간을 들여다본 작품이다. 김성수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과 황정민·정우성·이성민 등의 열연에 힘입어 1천만 관객을 가뿐히 넘어섰다.

영화 '서울의 봄'을 제작한 영화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차기작품으로 김영삼 대통령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봄' 초고를 쓴 홍인표 작가가 집필하는 것을 비롯해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YS 프로젝트'(가제)는 김영삼 대통령이 육군 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척결하기 위한 극비 프로젝트를 다룰 예정이다. 이 밖에 육영수 여사의 저격사건을 다룬 '암살자들'(가제) 역시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전직 대통령 관련 영화는 인물을 보다 역동적으로 전달하고, 역사에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어 긍정적이다.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기까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이들에 대한 재평가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소재가 소재인 만큼 인물을 미화하고, 진실을 오도한다는 주장이 있다. 특히 4월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정치적 이슈로 부각되는 등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반응이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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