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목에 숫자를 담아라

  • 김은경
  • |
  • 입력 2024-04-03 14:39  |  수정 2024-04-04 07:50  |  발행일 2024-04-04 제17면
광주 민주화운동 다룬 '1980' 비롯해
'어게인 1997' '엑스맨97' 등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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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0'은 1980년 5월 전남도청 뒷골목에서 중국집을 운영한 철수네 가족의 이야기다. 이연복 셰프는 최근 감독과 배우를 초대해 작품의 주요 소재가 되는 짜장면을 대접해 화제가 됐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1980
영화 '1980'은 1980년 5월 전남도청 뒷골목에서 중국집을 운영한 철수네 가족의 이야기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제목에 숫자를 담아라'
최근 개봉하는 영화와 OTT 콘텐츠 제목에 숫자가 쓰인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연도, 또는 영화의 주요 모티브가 되는 상징적 숫자을 제목으로 내세움으로써 작품의 의미를 더욱 명료하게 살리고 있는 것. 대표적으로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1980'을 비롯해 '어게인 1997' '엑스맨97' 등이 있다. 또 MBC가 올해 야심작으로 준비중인 '수사반장 1958'을 비롯해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 이란희 감독의 '3학년 2학기'와 '아파트404' 등 숫자를 제목에 쓴 작품들은 앞으로도 쭉 이어질 전망이다.

◇1980년 5월 전남도청 뒷골목 '1980'
'1980'은 한국 현대사에서 상처로 남은 1980년 5월 광주를 조명한 작품이다. 평생 중국 음식점 주방장을 지내다가 1980년 5월 17일 전남도청 뒷골목에 마침내 식당을 오픈한 철수네 가족과 미장원을 운영하는 영희네, 그리고 이웃들이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희생되는 과정을 그렸다. 이 작품은 대개의 영화들처럼 영웅이나 전사, 투사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시민의 삶을 과장됨 없이 담백하게 그렸다.


영화 '1980'은 지난해 연말 천만관객을 불러모으며 뜨거운 사랑을 받은 '서울의 봄'과 작품배경에서 불과 5개월의 시차를 두고 있다. '12·12사태'로 정권을 잡은 군부세력이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10일동안 자행한 무자비한 공권력과 국민을 향한 국군의 총부리에 항쟁한 시민 저항을 다뤘다. 비슷한 시기를 다룬 송강호 주연의 영화 '택시운전수'가 외부인의 눈에 비치는 그날을 조명했다면 '1980'은 우리네 이웃의 이야기로 의미를 가진다.


영화 '1980' 제작진은 최근 감독과 배우가 짜장면을 맛있게 먹고 있는 흥미로운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영화에서 짜장면 요리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것을 안 이연복 셰프가 감독과 배우를 초대해 짜장면을 대접한 것.


츤데레한 외곬수 주방장 역할에는 강신일이 인상적 연기를 펼쳤다. 힘든 일을 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엄마이자 맏며느리인 철수엄마에는 김규리, 철수네 셋방살이로 미장원을 오픈한 영희엄마에는 한수연이 열연했다.

엑스맨97
인기 애니메이션 '엑스맨'이 10부작으로 새롭게 찾아왔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엑스맨 97' <디즈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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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1997'은 한 남자가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고교시절로 되돌아가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영화다. <메리크리스마스 제공>
◇다시 돌아가고 싶어 '어게인 1997'
우리는 죽음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 어떤 생각을 할까. 과거의 가장 후회되는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른 선택을 할까. 영화 '어게인 1997'은 1990년대 고등학교 교정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해 전개된다. 죽음을 맞은 한 남자가 과거의 후회되는 시절로 보내주는 부적 5장을 얻으면서 영화는 출발한다.


40대 가장 우석(김다현)은 스턴트맨으로 아슬아슬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그는 배우의 꿈을 접게 만든 얼굴의 흉터가 생기기 전, 1997년 고등학교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 속에 가득하다. 우석은 어느날 한 스님을 도와주고, 인생을 바꿔준다는 5장의 부적을 구입하게 되는데….


영화는 1990년대 레트로적인 고등학교 풍경과 친구들의 찐 케미가 보는 이들의 마음 속에 아련한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모긴 모야 김건모' '유 헤드 빙빙' 등 그 시절 유머코드를 떠올리는 대사들과 까까머리에 교복을 입은 고딩들의 일상이 깨알같은 즐거움을 준다. 액션과 스릴러, 멜로가 버무려진 복합장르의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신의 한 수' '나는 왕이로소이다' 조감독이었던 신승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드라마 'SKY캐슬' '스토브리그'에서 인상적 연기를 보여준 조병규가 인생의 절체절명의 순간에 새롭게 태어나는 '우석'으로 연기한다. 그룹 아이콘의 멤버에서 연기자로 보폭을 넓힌 구준회가 우석의 절친이자 슬램덩크 광팬인 '봉균' 역을 맡아 능청스런 연기를 보여준다.

◇OTT·지상파도 숫자 제목 눈길
디즈니+는 1992년부터 1997년까지 인기리에 방영한 애니메이션 '엑스맨'의 후속작인 '엑스맨97'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첫 선을 보인 10부작 '엑스맨97'은 오리지널 시리즈의 마지막 시점에서 출발한다. 예기치 않은 온갖 위험에 맞서 세상을 지키기 위해 나선 엑스맨 멤버들의 고군분투를 실감나게 보여줘 매회 업데이트 될 때마다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엑스맨의 화려한 액션은 물론 그들이 가진 개인적 서사, 인간적 면모까지 드러내 흥미를 더하고 있다. 또 칼 도드, 조지 버자, 앨리슨 시리 스미스, 르노어 잔 등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활약했던 성우들이 대다수 합류해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엑스맨97'은 매주 수요일에 한편씩, 총 10편의 에피소드가 소개될 예정이다.


이밖에 MBC는 최불암, 조경환 등 당대를 주름잡은 명배우들이 출연해 한국형 수사물의 이정표를 쓴 '수사반장'의 서사를 가져온 '수사반장 1958'을 이달 말 일반에 공개한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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