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힐링이에요" 무대로 복귀하는 배우들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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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15 15:11  |  수정 2024-05-15 15:40  |  발행일 2024-05-16 제20면
황정민 차기작 연극 '맥베스'
전도연 '벚꽃동산' 내달 공개
신구·이순재 등 할배파워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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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숲'으로 백상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배우 황정민의 차기작은 세익스피어의 연극 '맥베스'다. 샘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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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은 안톤 체홉의 부조리극 '벚꽃동산'으로 다음달 관객을 만난다. 매니지먼트 숲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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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도연(왼쪽), 박해수는 안톤 체홉의 부조리극 '벚꽃동산'으로 다음달 관객을 만난다. 매니지먼트 숲 제공

스크린, 안방극장을 대표하는 스타들의 연극무대 복귀가 늘고 있다. 통상적으로 연극무대에서 이름을 알린 신예들이 유명세를 바탕으로 안방극장, 영화로 진출하는 사례는 꽤 있었지만 반대로 이미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스타들이 연극무대로 컴백하는 것은 흔치 않아 이례적이다. 이름만으로 많은 팬층을 몰고 다니는 대스타들이 구태여 힘들고, 돈 안되는 연극판으로 가는 것은 왜일까.

◇'천만배우' 황정민, 전도연의 선택
배우 황정민은 최근 열린 '제60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영화 '서울의 봄'으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12·12군사반란이 일어나던 날의 긴박했던 상황을 그린 '서울의 봄'은 극장가의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천만관객을 동원했다. 황정민은 실존 인물인 전두환 대통령을 그린 '전두광' 역할을 맡아 소름 끼치는 사실적 연기를 보여줘 최고의 영예인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배우로서 정점을 찍은 황정민이 선택한 차기작은 뜻밖에도 연극무대다. 그는 오는 7월13일부터 8월1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세익스피어 4대 비극인 연극 '맥베스'로 관객을 만난다. 용맹한 장군 맥베스가 마녀의 예언을 듣고 스코틀랜드 왕이 되지만, 왕위를 지키기 위해 많은 이들을 죽이며 스스로 파멸해가는 비극이다.

또 지난해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에서 잔혹한 킬러로 변신한 전도연은 안톤체홉의 부조리극 '벚꽃동산'으로 다음달 관객을 만난다. 무려 27년 만에 연극무대에 복귀하는 전도연은 19세기 몰락한 여성 지주를 그린 이야기의 무대를 현대 서울로 바꾸고 이야기 얼개도 현대에 맞춰 각색했다. 그녀가 오랜만에 연극팬들을 만나는 기분은 설렘 반, 두려움 반이다. 전도연은 "늘 연극에 대한 갈망이 있었지만, 두려움이 커 쉽게 도전하지 못했다. 영화나 드라마는 정제된 제 모습을 보여주지만, 연극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생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두려움이 컸던 것"이라며, "다만 연출을 맡은 사이먼 스톤의 또 다른 작품 '메디아'를 보고 피가 끓어 올라 출연결심을 굳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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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배우 이순재는 최근 열린 '백상 시상식'에서 연극 '리어왕'의 한 대목을 연기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현존 배우로는 최고령으로 '리어왕'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백상 누리집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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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배우 신구, 박근형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보여줘 큰 인기를 얻었다. 파크컴퍼니 제공
◇원로들이 쏘아올린 연극의 힘
최근 연극계를 찾는 배우는 인기절정의 스타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80대의 노배우들도 도전장을 내밀어 젊은이 못지 않은 인기와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대사를 읊고, 관객과 교감하는 노배우들에게 관객은 매진사례로 보답하고 있다.

신구, 박근형, 김학철 등이 출연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할배파워'를 보여준 대표적인 연극이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 1969년 초연후 이미 1천500회 이상 공연된 레퍼토리 중 하나로, 두 방랑자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실체 없는 인물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린다는 내용이다.

87세를 맞은 국민배우 신구가 에스트라공으로 열연하고, 박근형이 블라디미르 역할을 맡아 처음으로 연극에서 신구와 호흡을 맞췄다. 선굵은 연기를 주로 펼쳐온 배우 박정자는 남성배우의 전유물이었던 짐꾼 럭키 역할로 출연했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원로배우들이 내뿜은 뜨거운 에너지에 힘입어 50회 공연의 전석을 매진시켰고, 이후 이어진 지방공연에서도 매진사례를 이어가고 있다.

이 뿐 아니다. 1935년생으로 올해로 활동 69년차인 원로배우 이순재는 최근 열린 백상예술상 시상식에서 연극 '리어왕'의 한 장면을 연기해 참석자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전세계 현역배우로는 최고령으로 연극 '리어왕'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이순재는 당시 자신의 연기에 대해 "내 연기가 완벽하고, 제대로 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그저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며 겸손함을 전했다.

◇"연극은 힐링" "피 뜨거워지는 경험"
드라마, 영화에서 정점을 찍은 배우들이 연극무대로 회귀하는 것은 왜일까. 매체마다 각기 다른 특성과 매력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연극만이 가진 대체불가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계획되고, 통제된 매체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희열을 연극무대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연극 '맥베스'로 공연계에 컴백한 배우 황정민은 "제게 연극은 힐링"이라고 정의했다. '신세계' '베테랑' '검사외전' 등에 출연한 그는 영화와 OTT에서 활약하는 틈틈이 연극무대도 꾸준히 찾고 있다. 황정민은 "드라마나 영화는 배우의 예술이기 보다는 감독의 예술에 가깝다고 한다면, 연극은 공연이 시작되고 커튼콜을 하기까지 2~3시간 동안 오롯이 배우와 관객이 만나는 배우의 예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배우 이순재 역시 연극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전세계 배우중 최고령으로 지난해 '리어왕' 공연을 마친 그는 "세익스피어의 수작 '리어왕'을 통해 일생일대의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어 기쁘다"며 배우로서 무대에서 느끼고, 전율하는 즐거움을 이야기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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