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국민 눈높이 비켜가는 '예외'들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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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7-25  |  수정 2024-08-08 07:10  |  발행일 2024-07-25 제22면
수사팀, 총장 패싱 이례적
SNS엔 '콜검' 조어 나돌아
권력 앞 검찰 '애모 증후군'
"깜박했다" 밈(meme) 될 듯
해괴한 변명은 짬짜미 의혹

[박규완 칼럼] 국민 눈높이 비켜가는 예외들
논설위원

# 성역은 있다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누누이 강조한 이 말, 한비자의 성어 '법불아귀'의 주해(註解)라 해도 괜찮겠다. 김건희 여사의 검찰청사 공개 소환 원칙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이 총장의 바람은 무산됐다. 검찰총장 보고 없이 수사팀 독단으로 대통령경호처 보안청사에서 김 여사를 조사한다? '용산'과 서울중앙지검의 직거래가 아니라면 설명할 방법이 없다. 야당은 "검찰의 출장 서비스"라며 공세를 폈고, SNS엔 검찰을 조롱하는 '콜검'이란 조어가 나돌았다.

여당과 서울중앙지검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때의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 지휘권 박탈을 총장 패싱의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이원석 총장의 거듭된 지휘권 복원 요구를 박성제 법무부 장관이 거절했다. 김 여사 수사 지휘라인을 교체하는 법무부 인사 때도 이 총장은 배제됐다. 검찰총장 패싱의 복선(伏線)을 미리 깔았던 형국이다. 김건희 여사는 전직 대통령들도 피해가지 못한 검찰청 포토라인을 유유히 비켜갔다. 무소불위 '여사의 힘'이다. 패싱 당한 이원석 총장의 술회엔 가시가 돋쳤다. "대통령 부인 조사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살아 있는 권력'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애모 증후군'이 여전히 검찰을 배회한다.

# 코미디 같은 장면

김건희 여사의 최측근 유모 행정관의 "깜박했다"는 말은 '개그 콘서트' 그랑프리 감이다. 조만간 밈(meme)이 되지 않을까 싶다. 김 여사가 명품백을 반환하라고 지시했는데도 깜박하고 이행하지 않았다나. 김 여사 역시 비공개 검찰 조사에서 "명품백을 돌려주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깜박 행정관'과 입을 맞춘 모양새다. "명품백을 돌려주면 대통령기록물 횡령"이라던 여당의 친윤 의원만 머쓱해졌다.

코미디 아류의 멘트라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도 뒤지지 않는다. 휴대폰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나. 그의 견장에 달린 별 두 개의 무게가 고깝다. 전쟁 나면 암구호인들 기억하겠나. 임 전 사단장 구명 녹취록에 등장하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VIP는 해병대 사령관"이라고 눙쳤다. 황망한 둘러대기다. 그는 나중에 "VIP는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라고 정정했다.

# 또 전 정부 탓

수미 테리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정보분석관이 간첩죄로 기소되자 대통령실이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의 전문가를 솎아내고 아마추어들을 기용했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전가했다. 하지만 공소장에 적시된 수미 테리의 혐의는 박근혜 정부 때 9건, 문재인 정부 12건, 윤석열 정부 때 20건이다. 지난 2년은 '윤 정부 띄우기'가 주요 과제였다. 작년엔 외교부 청탁으로 워싱턴포스트에 윤 대통령을 추키는 칼럼을 기고했다. 더욱이 윤 정부 출범 후 정권 실세들이 국정원에서 점령군 행세하며 간부를 물갈이하지 않았나. 지난해 미국의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때는 어찌 했나. 동맹 간의 일이라며 항의 한 번 하지 않고 덮지 않았나. 퉁치는 방법도 몰랐단 말인가.

성역을 만드는 검찰은 전혀 공화국답지 않고, 해괴한 변명은 괜히 짬짜미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실력 있는 정부는 전 정권 탓을 하지 않는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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