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불확실성의 시대, 강소 기업 육성이 필요한 이유

  • 배영호 포항테크노파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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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0-30  |  수정 2024-10-30 07:08  |  발행일 2024-10-30 제23면

[기고] 불확실성의 시대, 강소 기업 육성이 필요한 이유
배영호 (포항테크노파크원장)

포항시는 지난 22일 유망강소기업 지정서 수여식을 개최했다. 이 제도는 지역의 유망한 강소기업을 발굴하여 육성함으로써 지역산업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2015년부터 매년 10개 내외의 기업을 지정하고 있는데 지원 기업의 매출과 고용이 증가하고 국가 인정 우수 중소기업 브랜드의 취득, CES 쇼에서 혁신상 수상 등 지역 기업의 성장을 위한 훌륭한 제도로 정착하였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은 1970년대 석유화학, 철강, 조선 등 중화학공업의 진흥을 통해 기틀이 마련됐다. 1980년대 이후 국가 주력산업은 자동차, 전자 및 반도체 분야로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과 재벌 주도의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졌다. 후발 주자로서 자원에 한계를 가진 우리나라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과 재벌그룹 계열사 내 자금, 인력, 핵심부품 등 다양한 자원 조달이 선진국 추격의 성공적인 요인이었다. 1990년대 말 IMF 사태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달성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선진국의 견제와 후발국의 추격은 매우 거세지고 있으며, 경제 성장은 멈추고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특징은 인적, 물적 자원 투입의 의존성이 강하고, 변화 속도가 빠른 단수명 기술 중심이다. 창의적 기술보다는 응용기술, 생산기술 위주로 성장해 온 결과 단기간에 압축성장은 이루었지만, 후발국의 추격은 용이하고 세계 최고가 되기에는 부족했다. 특히 메모리 기술을 중심으로 세계 최고의 생산 기술을 보유한 분야인 반도체에서는 대만기업의 약진이 현저하다. 이는 인공지능의 확대에 따라 시스템IC의 시장이 확대되고 팹리스와 파운드리로 나누어진 대만의 산업구조가 유리하여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각각의 특정 용도에 맞게 설계되는 시스템IC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에 바탕을 둔 사업 추진이 필수적이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지난 100여년간 사용되어 오던 내연기관에서 전기 원동기로 기술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2차전지 소재의 선택부터 차량 구동 방식 등 여러 가지 핵심기술 방식의 채택 결정이 필요하다. 최근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인공지능 산업 역시 창의성에 바탕을 둔 융합기술이 핵심이다. 이처럼 기술 변화의 속도가 가속되고 발전 방향이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성 시대에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신속한 의사결정과 추진이 필요하다. 경직된 구조의 대기업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으며,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강소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경제 구조는 중소기업 친화적이라기에는 미흡하다. 우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창업한 스타트업 대표가 가장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는 곳이 연구 개발이 아닌 투자 유치인 것이 현실이다.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을 발굴하여 일정 기간 안심하고 연구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신생 기업의 초기 성장을 위한 안정적인 자금지원이 필요하며, 국가 자원 활용의 극대화를 위하여 수도권에 집중된 투자 환경을 지방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대·중소기업의 상생이다. 혁신적인 강소기업의 성공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종속된 구조에 익숙해 있다. 대기업의 역량을 중소기업과 공유한 성공적인 사례도 있지만, 중소기업의 기술 탈취나 불공정 거래 역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 등 대·중소기업의 상생 협력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국제정세의 변화에 대응을 위한 지원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탄소 국경세(CBAM), 핵심 원자재법(CRMA) 등에 대한 대응은 보유 자원이 크지 못한 중소기업으로서는 한계가 있다. 체계적인 정보제공 및 대응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포항은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탄생지로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초석을 마련한 도시이다. 포스텍과 한동대, RIST 등 우수한 혁신 기관이 집중된 포항에서 강소기업이 번성하여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새로운 도약이 일어나기를 희망하며, 신규 지정된 9개 유망강소기업에 성원을 보낸다.

배영호 (포항테크노파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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