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메일] 국가프로젝트로 진행해야 할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

  • 임종득 국회의원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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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09  |  수정 2024-12-09 07:05  |  발행일 2024-12-09 제21면

[여의도 메일] 국가프로젝트로 진행해야 할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
임종득 국회의원 (국민의힘)

봉화군의 역사에서 베트남 리왕조(李王朝)는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800여 년 전 베트남의 첫 독립 왕조인 리왕조를 건국한 태조 이공온(李公蘊)을 시조로, 6대 황제이던 영종(李英宗)의 일곱 번째 아들 이용상(李龍祥)은 중시조(中始祖)로 모셔지고 있다. 후손인 이장발(李長發)은 임진왜란 때 의병으로 참전하는 등 조선과 베트남의 가교역할을 했으며, 유적(충효당, 유허비, 재실 등)이 봉화에 유일하게 남아있다. 지금도 후손이 거주하고 있는데, 전국 화산이씨 2천여 명 중 직계가족 20명과 베트남 근로자 1천여 명이 봉화에 거주하고 있을 정도다. 리왕조 후손이 베트남 정부와 국민으로부터 대접받는 이유는 외세의 침입을 물리치고 독립국가를 세워 베트남의 정통성을 확립한 리왕조에 대한 향수 때문이다. 쩐(陳)왕조에 의해 리왕조의 후손들이 멸족된 후에도 베트남에서는 현재까지 리왕가에 대한 제사를 지내오고 있다. 화산이씨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왕손이 없어 하노이 시장이 제주(祭主)를 대행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화산이씨 종친의 방문은 리가(李家) 혈통이 800년 세월을 뛰어넘어 3천600여㎞나 떨어진 한국에 온전히 남아있음을 확인시켜준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당시 현지 언론은 끊겼던 리가 혈통이 800년 만에 부활했다며 대서특필했다. 현재까지도 해마다 리왕조 건국기념식에 종친회 대표들이 초청되고 있다.

오는 12월22일이면 한-베 수교 32주년을 맞는다. 수교 이후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로서 여러 분야에서 상호 도움이 되는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특히 문체부 유인촌 장관은 지난 6월 봉화군에 위치한 K-베트남 밸리 조성 현장을 직접 방문해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당시 유 장관은 "K-베트남 밸리의 특별한 콘텐츠를 개발·조성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베트남 리왕조의 역사문화를 시작으로 리왕조 화산이씨 후손들의 문화와 삶의 방식을 스토리텔링 해 전 세계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북도와 봉화군은 임진왜란 때 의병으로 출전해 전사한 이장발(李長發)의 남다른 충성심과 효성을 기리기 위해 건립됐던 봉성면 창평리 충효당과 인근 창평저수지 일대 11만8천890㎡에 총사업비 2천억가량을 투입, 역사·문화교육·휴양지구·교류의 길 등 'K-베트남 밸리'를 조성해 한·베트남을 잇는 인적·물적 네트워크 거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은 단순한 지자체 사업이 아니다. 문화·경제적 확장성도 매우 넓은 국가적 사업이라고 봐야 한다. 한마디로 한국과 베트남 양국을 잇는 문화교류 기지이자, 양국 간 경제적, 인적교류를 대폭 증대시킬 수 있는 실질적 국가프로젝트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베트남은 수교 30여 년간 여러 방면에서 함께 성장한 핵심 파트너이다. 2년 연속 우리의 3대 무역국이기도 하다. 국내에는 베트남 출신 외국인이 19만7천여 명에 이르고, 국내 베트남 유학생 수는 7만여 명에 이른다. 베트남 내 K콘텐츠, K푸드의 인기도 상당하다. 현재 여러 중앙부처에서 사업을 추진하는데, 이를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 문체부나 총리실이 총괄 컨트롤타워가 되어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를 보다 공고히 하고, 교류를 활성화하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정부나 지자체 모두,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 그래야 필요한 예산도 적기에 공급될 수 있을 것이다. 봉화군과 경북도, 정부와 국회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임종득 국회의원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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