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속에 무너진 공장…진화작업 난항
“빠른 초기 대응 있었다면 피해 줄였을 것"

23일 오전 의성군 의성읍 중리리 마을 인근의 한 공장이 불에 타 중장비와 소방차가 동원돼 철거와 진화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손병현 기자

23일 오전 의성군 의성읍 중리리 마을 인근의 한 공장이 불에 타 중장비와 소방차가 동원돼 철거와 진화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공장 옆 전소된 차량. 손병현 기자
경북 의성 산불이 이틀째 계속되는 가운데 23일 오전 의성군 전체가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처참하다. 와 단촌면 마을들은 여전히 짙은 연기에 휩싸여 있었다.
의성읍 중리리 마을 전체는 마치 자욱한 안개 속에 갇힌 듯했고, 연기를 헤치며 도로를 따라가자 희미하게 드러난 공장 건물은 전날 밤부터 계속된 산불로 인해 무참하게 무너져 있었다.
전날 화마의 위력을 짐작할 정도로 고열로 인해 건물의 철골 구조물은 엿가락처럼 뒤틀려 있었다. 붕괴된 건물의 잔해 사이에서는 짙은 연기가 끊임없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날 현장에는 소방차와 중장비가 투입돼 건물 해체와 함께 진화작업을 벌였지만, 이미 대부분 불타버린 공장을 바라보는 공장 관계자의 표정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현장을 지켜보던 공장 관계자는 “산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도착했을 때만 해도 불길이 멀리 떨어져 있어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갑자기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불길이 빠르게 퍼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공장이 화염에 휩싸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불이 공장 쪽으로 빠르게 접근하는 것을 보고 소방서에 여러 번 연락했지만, 소방차가 도착했을 땐 이미 늦었다"라며 깊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축산농가들도 비상이 걸렸다. 의성군 단촌면에서 한우 500두를 키우는 한 농가는 산불 발생으로 인해 긴박한 대피작전까지 펼쳤다. 농장주 권모씨는 전날 오후 불길이 농장 인근까지 빠르게 확산하자, 급히 차량을 동원해 수십 마리의 한우를 이웃 농장으로 옮겼다.
이어 권씨는 다음 날 오전 다시 한우들을 원래 농장으로 옮기려 했지만, 불씨가 다시 살아나 급히 100여 마리를 추가로 이동시켜야 했다. 어렵게 피난을 마친 권 씨는 “정말 큰일날 뻔했지만 다행히 가축들이 무사히 옮겨졌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인근 또 다른 농가에서는 권 씨처럼 소를 옮겨둘 농장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 농장주는 “이러다 내 소들도 다 잃을까 봐 걱정이 크다. 불이 언제 다시 번질지 모르니 밤을 새워가며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손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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