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르포]“피해금액 100억원대 추정”…화마 휩쓸고 간 서대구산단 화재현장 가보니

  • 박영민·구경모·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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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23  |  수정 2025-03-24 09:05  |  발행일 2025-03-24 제8면
21일 오후 10시1분쯤 화재 발생해 13개동 전소

손해사정사 “100억원대 피해규모 추정”

2023년에도 서대구산단에서 13개동 전소돼

전문가 “영세 공장일수록 화재 취약…개선 필요”
서대구산단

22일 오전 10시30분쯤 방문한 대구 서구 중리동 서대구산업단지 화재 현장. 전날 발생한 화재로 공장 건물들이 불에 탄 채 남아 있다. 구경모 기자

서대구

22일 오전 10시30분쯤 방문한 대구 서구 중리동 서대구산업단지 자동차 부품공장 화재 현장. 소방당국이 불에 탄 서대구산단 일대를 수습하고 있다. 구경모 기자

지난 22일 오전 10시30분쯤 찾아간 대구 서구 중리동 서대구산업단지. 이 일대는 매케한 냄새가 가득했다. 일부 공장은 희뿌연 연기로 둘러싸여 있었다. 슬레이트로 이뤄진 공장 외벽은 검게 그을려져 너덜너덜했다.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다.

이 곳에선 전날 밤 10시1분쯤 한 차부품공장에서 불이 났다. 불은 금세 옆 공장으로 옮겨붙어 산단 일대 공장들상당수가 화마에 휩싸였다.

불은 화재 발생 8시간 만인 22일 오전 5시55분쯤 완전 진화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공장 건물 13개 동이 전소됐다.

기자가 찾아간 현장엔 화재수습을 위해 나온 소방, 경찰과 피해 기업 직원 등이 뒤섞여 어수선했다. 주민들은 마스크를 쓰거나, 코를 움켜쥐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피해 공장에서 일한다는 한 직원은 “화재소식을 접한 후 한걸음에 달려왔다. 어림잡아 5억원 정도 피해를 본 것 같다"며 “직원 5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당분간 출근을 못하게 됐다. 당장 25일 수억원치 사전주문을 소화하려고 공장을 가동해야하는데 당분간 아무것도 못하게 됐다"며 망연자실했다.

그러면서 “최근 수억 원대 장비를 새로 들였는데, 한 번도 쓰지 못하고 통째로 타버려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화재 원인과 정확한 재산피해규모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수십억 원 이상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에서 만난 손해사정사는 “아직 정확한 피해액이 산출된 건 아니다. 어림잡아 100억 원대의 손해가 발생한 것 같다"며 “화재 보험 의무 배상액이 10억 원인데, 그걸로는 어림도 없다"고 했다.

한 시민은 “과거 이 일대 공장에서 일한 적이 있다. 이번에 피해가 난 공장주가 친구라 걱정이 돼서 와봤다. 피해가 워낙 크고 불이 시작된 곳도 영세 업장이라서 어떻게 보상이 이뤄질지 걱정된다"고 했다.

인근 주민들도 화재 연기와 냄새로 곤혹을 치뤘다. 주민 김모(여·28)씨는 “생각보다 많은 공장이 불에 타 냄새가 빠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서대구산단 일대에서 대형 화재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인근 주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모(여·39)씨는 “5년 전쯤 서대구산단 일대로 이사 온 후 화재를 수차례 목격했다. 이번 화재는 특히 피해가 큰 것 같다"며 “공장들이 낡아 화재가 빈번히 발생하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했다.

실제 이 산단 일대는 2023년 6월에도 한 재활용 공장에서 불이나 건물 13개동이 전소된 바 있다.

백찬수 대구보건대 교수(소방안전관리학과)는 “작은 공장일수록 슬레이트, 샌드위치 판넬 등 화재에 취약한 내장재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게다가 날씨가 건조하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 쉽게 옮겨붙었을 것"이라며 “스프링클러나 가스계 소화설비가 설치돼 있었다면 일부 예방이 가능했을 것인데 설치 여부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자동창 부품공장에서 화재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가스계 소화설비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건축물도 방재 기능이 없는 자재를 사용하는 곳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24일 오전 9시 30분 합동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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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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