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 속 3층까지 달려간 대구 달성서 경찰…거동불편 70대 기적처럼 살렸다

  • 강승규
  • |
  • 입력 2025-04-22  |  발행일 2025-04-28 제20면
출동 중 우연히 본 연기…즉시 방향 틀어 생명 구한 현장 대응
2층 아동 20여 명 먼저 구조, 이어 3층 지체장애인까지 ‘업고 탈출’
연기 마신 70대 의식 흐릿했지만…신속 구조 덕에 생명 지장 없어
화염 속 3층까지 달려간 대구 달성서 경찰…거동불편 70대 기적처럼 살렸다

21일 대구 달성군 화재 현장에서 다사지구대 소속 한 경찰관이 연기 가득한 건물에서 거동이 불편한 70대 지체장애인을 업고 긴급히 대피시키고 있다. 현장에는 구조대와 소방대가 함께 출동해 추가 구조와 화재 진압에 나섰다. <달성경찰서 제공>

21일 저녁 6시 30분, 대구 달성군의 한 주택가. 갑자기 인근 건물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화재였다. 주차된 차량 사이로 사람들이 분주히 빠져나오고, 구조요원들이 긴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시 다사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은 오후 6시 29분쯤, 인근의 다른 사건 신고를 받고 출동 중이었다. 그런데 신고 장소 인근의 주택 건물에서 연기가 새어 나오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현장 감각이 발동한 경찰관들은 곧바로 방향을 틀어 연기 발생 건물로 향했다.

바로 그때였다. “안에 사람이 있어요!"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미 연기로 가득 찬 건물 내부, 계단은 시야가 거의 확보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관들은 주저하지 않고, 연기 속으로 몸을 던졌다.

2층 아동복지센터부터 구조 작업이 시작됐다. 학생과 교사 20여 명이 하나둘씩 무사히 대피했다. 하지만 위층이 문제였다. 3층 거실, 연기 속에서 발견된 70대 남성 김모(74)씨는 거동이 불편한 지체장애인이었다. 이미 연기를 들이마셔 의식이 흐려진 상태였다.

경찰관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대로 김씨를 업고 연기를 뚫고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 당시 차량 블랙박스 영상엔 김씨를 등에 업은 경찰관이 현장을 빠져나오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구조 직후, 김씨는 구급대에 인계됐고,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김상현 달성경찰서 다사지구대장은 “우연히 마주친 화재였지만, 평소 훈련된 대처 절차 덕분에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사람 중심의 대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 달성경찰서는 해당 사건을 '모범적 대응 사례'로 정리하고, 구조 경찰관에 대한 포상을 검토 중이다.


기자 이미지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