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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제공> |
"효리네민박 연출이 제안해 수락
'반대로 가자' 불편한 숙소 고안
낭만 클 것 같아 세트에 공 들여"
만능 직원 BTS 진
"기안의 진짜 모습 궁금해 합류
촬영 첫날부터 '사장님 미워요'
결과적으론 더욱 존경하게 돼"
막내 선장 지예은
"석 달 동안 연습해 선박면허 따
일 힘들 땐 손님과 배 드라이브"
세상 하나뿐인 특별한 민박집이 화제다. 울릉도에 문을 연 '기안장'은 누구도 생각지 못한 이색 콘셉트의 건물과 상상을 초월하는 경영방식으로 손님에게 황당함과 감동을 동시에 안겨주는 민박집이다.
웹툰작가이자 인기 방송인인 기안84가 넷플릭스 예능 '대환장 기안장'을 위해 직접 설계하고 운영하는 민박집은 바다 위에 떠있는 모습에서 단연 눈길을 끈다. 울릉도의 푸른 바다가 한눈에 보이고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하루 종일 자장가처럼 들려온다. 밤하늘에는 무수히 박힌 별들이 나지막이 속삭인다.
그 집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상상하지 못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배를 타고 접근해야 하고 3.8m 암벽등반을 해야 입성할 수 있다. 부엌은 아찔한 봉을 잡고 이동하고 샤워는 천장이 열린 공간에서 별을 보며 해야 하며 벽에 기대어 잠을 자는 등 기상천외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이 집의 실질적인 주인이자 최초의 설계자는 방송인 기안84다. 그는 건축구조부터 공간설계, 운영방식까지 자신만의 창의력을 녹여내 민박집을 완성했다. 사장의 엉뚱하고 모자라는 부분을 신중함과 꼼꼼함으로 채워주는 것은 직원으로 합류한 BTS 멤버 진이다. 여기에 요즘 예능 대세로 떠오른 지예은이 유쾌발랄한 매력을 발산한다.
기상천외한 숙박집의 좌충우돌 일상을 그린 넷플릭스 '대환장 기안장'은 일반에 공개되자마자 곧바로 시청률 상위권에 랭크됐다. 지난 8일 공개된 후 비영어권 부문 글로벌 톱 10 시리즈 6위에 예능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한국을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6개 국가에서 톱 10에 진입했다.
'대환장 기안장'의 주인과 직원, 담당PD가 최근 기자들을 만나 프로그램 제작 배경, 비하인드 스토리, 소회 등을 털어놓았다. 온라인으로 필리핀 취재진에게도 생중계된 이날 기자간담회 내용을 각색했다(편의상 '기안' '진' '예은'으로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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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을 테마로 만들어진 기안장의 동선은 기상천외하다. 보트와 암벽등반, 오토바이와 레일바이크로 접근 가능하다. <넷플릭스 제공> |
(기안)"처음 섭외가 왔을 때 담당 PD가 '효리네 민박' 연출자라는 것을 알고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다만 우리는 조금 달라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많은 고민을 했다. 모든 숙박업체들이 편안하고 쉼을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니까 우리는 반대로 최대한 불편하게 만들면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불편하면서도 낭만이 있는 지점을 고민했다. 처음에는 집이 안 그려졌는데 마지막에 그림이 나왔다. 제작진이 그 집을 실제로 만들지는 몰랐다. '기안적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줬다."
▶민박집에 처음 도착했을 때 어떤 생각을 했나.
(진) "'기안장'은 군대를 전역하고 제가 선택해서 한 첫 스케줄이었다. 제가 민박집 직원이었는데 현장에 도착한 후 사장님이 미웠다. 콘셉트를 모르고 합류했는데 첫날부터 손님을 받으라는 것이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뭘 해야 하는지…. 아무 것도 준비되지 않았다. 사장님이 정말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예은) "저는 (연출자의 전작인) '효리네 민박'을 생각하고 갔다. 진짜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어서 기대에 가득 차 캐리어도 세 개를 끌고 갔다. 현실은 달랐다. 너무 놀랐다. 진짜 충격적이었다."
▶예은씨는 방송에서 직접 배를 운전하던데 면허는 언제 취득했나.
(예은) "촬영하기 전에 세 달 동안 연습을 해 배 면허를 땄다. 때마침 장마 기간이어서 한강에서 비를 쫄딱 맞으면서 운전을 했다. 면허를 딴 후에도 실전에서 제대로 몰기 위해 계속 연수를 받았다."
▶운전을 제법 잘하던데.
(예은) "처음에는 너무 무서웠다. 한강에서만 배를 몰다가 바다로 처음 나갔더니 무서웠다. 첫날에 운전을 못했던 건 인정한다. 하지만 둘째날부터는 엄청 잘했다. 솔직히 고백하면 민박집 일이 힘들어서 손님들 픽업할 때 일부러 드라이브 시켜주겠다면서 한 바퀴씩 더 돌았다. 손님들도 좋아했다."
▶방송이 나간 후 주변 반응은 어땠는지.
(진) "제가 연락을 하고 지내는 사람이 많지 않다. BTS 활동을 하면서 상을 받으면 지인 4~5명 정도가 연락을 해왔는데 이번에는 거의 처음으로 10명이 넘는 지인들이 방송을 봤다면서 연락을 해왔다. 이렇게 많은 연락을 받아본 게 처음이다. 방송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 어떤 시상식, 수상보다 많은 연락을 받은 듯하다."
▶민박집을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구조로 만들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공들인 부분이 있다면.
(기안) "벽에 매달려서 자는 것이다. 하늘에 뜬 달과 별, 그리고 윤슬을 보면서 자는 것이 평생 못 잊을 추억이겠다 싶어서 공을 들였다. 별을 보면서 손님들이랑 얘기하면 낭만이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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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기안장'은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럭셔리 민박이다. <넷플리스 제공> |
(기안) "민박집을 신선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설계를 했는데 막상 손님들이 높은 곳에 매달려 자는 등 불편한 모습을 보니까 마음이 약해졌다. 문을 뚫어야 하나, 위험하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 민박집은 천장이 없으니 비가 오면 비를 쫄딱 맞는 구조다. 한번은 아침에 눈을 떴는데 비가 와서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오직 한 사람, 진이는 끝까지 밖에서 비를 맞으며 잤다. 걱정하는 제게 그는 오히려 왜 들어가서 자느냐고 물었다."
(진) "방송을 몇 년 해본 제 입장에서 몸이 힘든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정말 환장할 만한 콘텐츠라고 생각했다. (몸이 힘들다는 이유로) 내용을 바꾼다면 그건 '기안 방식'이 아니었다. 편하기 위해 내용을 수정하는 것은 반대했고 안전상의 문제가 있는 부분은 수정에 동의했다. 제 생각은 콘셉트의 중심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민박집 설계자이자 사장인 기안84는 어떤 사람이었나.
(진) "제가 프로그램에 합류한 이유 중 하나가 기안84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방송에서 보이는 괴짜의 모습이 실제인지 궁금했다. 결과적으로 그를 더 존경하게 됐다. 매체에서 본 기안84는 신기한 사람이었는데 실제로는 멋있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었다."
(예은) "제가 이번에 만난 기안84는 생각이 많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를 만나기 전에는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엄청 생각이 많고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감이 컸다."
▶만약 실제로 '기안장' 같은 숙박시설이 있다면 하루 적정가는 얼마라고 생각하나.
(기안) "2박3일 정도 머물기에는 나쁘지 않은 시설인 듯하다. 평일 12만원, 주말 15만원 정도를 적정가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헬스장과 수영장이 있고 석식도 주기 때문이다. 배를 이용해 픽업서비스도 하고 손님끼리 친해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진) "저는 20만원쯤 생각한다. 이유는 희소성이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 기안장 같은 시설을 만들겠나. SNS에 사진을 올리면 예약이 가득 찰 것이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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