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대 대법원장이 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오는 14일 열린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과 관련, 민주당이 '사법부의 대선개입'이라며 진상규명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대법원장의 청문회는 헌정사상 전례 없는 일로 이 후보 재판 논란이 사안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4일 오전 10시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 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를 연다. 앞서 대법원이 지난 1일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한 데 따른 것이다. 진보 진영은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심리·선고해 사실상 대선에 개입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하며 청문회와 특검 등 진상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청문회에는 조 대법원장과 판결에 관여한 대법관 11명 전원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대법원 수석·선임재판연구관, 대법원장 비서실장, 법원행정처 사법정보화실장 등 판사들도 여럿 포함됐다.
또 윤석열 전 대통령과 대학 동기로 친분이 있다고 알려진 서석호 변호사를 비롯해 이성민 법원공무원노조 위원장, 서보학 경희대·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관련 헌법소원을 낸 조영준 변호사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더불어민주당은 5일 이재명 대선 후보의 파기환송심 일정과 관련해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선거운동 기간에 잡힌 모든 대선 후보자의 재판 기일을 대선 뒤로 미루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같은 조치가 선거운동 시작일인 12일 전까지는 이뤄져야 한다고 못 박으면서,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대법원장 탄핵을 포함한 특단의 조치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사진은 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뉴스
다만,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청문회에 증인으로 실제 출석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법관들이 자신이 맡았던 재판과 관련해 국회 등 법원 외부의 질문에 답하는 것 자체가 사법부 독립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국회 국정감사나 현안 질의 등에도 재판에 관여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행정처 간부들만 출석할 뿐 대법원장이나 다른 대법관, 재판연구관 등은 출석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또 이 후보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청문회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법관들이 청문회에 나가 판결에 관해 발언한다면 그 자체로 서울고법에서 진행 중인 파기환송심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청문회와 유사한 국정감사·국정조사가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장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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