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전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박근혜 전 대통령이 27일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북 구미 생가와 모친 육영수 여사의 충북 옥천 생가를 잇달아 찾았다. 6·3 대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 첫 외부 행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쯤 구미 상모동 생가에 도착해 헌화와 참배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나라 사정이 여러모로 어렵다. 그래서 아버님,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며 방문 배경을 밝혔다.
이어 "며칠 전 김문수 후보께서 아버님 생가와 어머님 생가를 방문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찾아뵙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선거의 여왕'이라 불렸던 박 전 대통령의 움직임은 항상 정치적 메시지를 담는다. 이날 언급은 김 후보의 방문에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한 셈이지만, 입은 옷은 메시지와 결이 달랐다.
박 전 대통령은 빨간색을 철저히 배제한 회색 계열 재킷과 검정 슬랙스를 입었다. 상징색인 '보수의 빨간색'을 선택하지 않은 점에서, 공개 발언과 달리 특정 후보에 대한 명확한 지지를 피한 행보로 읽힌다.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되 의상은 조심스러웠다는 해석이다.
오후에는 충북 옥천 육 여사 생가도 방문해 영정에 헌화하고 생가 곳곳을 둘러봤다. 박 전 대통령은 "어머니는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셨고, 검소하신 분이었다"며 "이곳에 오면 그런 가르침이 떠오른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외출 소식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일부 누리꾼들은 그의 의상에 주목하며 "수상하리만큼 빨간색이 없다, "이 사람은 항상 옷으로 의도를 말한다", "분명히 김문수 지지로 보이는데, 옷을 보면 그게 아닌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지영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