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오전 9시쯤 대구 북구 산격3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박영민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대구지역 곳곳에 차려진 사전투표소엔 새 정부를 향한 바람을 담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9시쯤 대구 북구 산격3동 행정복지센터. 이곳은 경북대와 가까운 사전투표소인 탓에, 청년 유권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한 손에 전공책, 전자기기, 커피 등을 든 채 투표에 나서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투표소 안내판을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찍는 청년들도 자주 보였다.
경북대 학생 김모(22)씨는 "누가 당선돼도 지역소멸, 저출생 고령화, 연금 등 청년 미래에 관해 힘을 모으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한다. 선거 전 과정은 네거티브 일색이었지만, 선거 후엔 분위기가 바뀌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곳에선 군복 차림의 청년도 만날 수 있었다. 군인 A씨는 "외출을 나온 김에 투표를 하러 왔다. 군부대 안에선 투표 절차가 복잡해서 사전투표를 하기로 계획했다"면서 "토론회를 보면서 이번엔 반드시 투표해야 우리나라를 지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같은날 대구 수성구 고산3동 행정복지센터엔 어르신 유권자가 많았다. 투표 개시 1시간 전인 오전 5시부터 10여명의 어르신이 '1등'으로 표를 던지겠다며 줄을 섰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지팡이를 짚은 한 80대 할머니는 "나라가 시끄럽다. 국민들이 조용하게, 평범하게 살 수 있도록 정치를 펼칠 만한 사람에게 표를 주고 왔다"고 했다.
동네 산책길에 투표소를 들렀다는 정모(여·73)씨는 "법치국가에서 법을 안 지키는 사람이 나라를 지켜서 되겠느냐. 노인들한테 돈 퍼준다고 찍어주지 않는다. 미래세대가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 사람이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9일 낮 12시 대구 중구 성내2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박영민기자
대구의 중심 '동성로'도 유권자들의 사전투표 열기가 뜨거웠다. 중구 성내2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는 한때 시민 50여명이 줄을 설 정도로, 대기 행렬이 길었다. 수십분을 기다린 나머지 발길을 되돌린 시민들도 상당했다.
이곳에서 투표를 마친 백모(31)씨는 "최근에 이렇게 긴 투표 줄은 처음 봤다. 사회 전체적으로 뒤숭숭하다 보니 나라가 좀 더 나아지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며 "서로를 헐뜯는 정치보다 국민을 우선시하는 정치지형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여느 때와 다른 마음가짐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는 한모(65)씨는 "이번 선거는 계엄 이후 심판 성격이 짙어, '보수의 성지'인 대구에서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대구가 다른 지역보다 발전이 더딘 것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가진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대구도 점점 바뀌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전했다.

29일 오전 대구 동구 혁신동 행정복지센터 내 사전투표소 모습. 타지인이 많이 활동하는 지역답게 관내선거인과 관외선거인 대기줄이 명확히 구분돼있다. 최시웅 기자
이전 공공기관이 다수 소재한 동구 혁신동도 상황은 비슷했다. 혁신동 행정복지센터 내 사전투표소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일꾼'을 뽑겠다는 생각을 품고 방문한 유권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타지인이 많아 보니 사전투표소 대기열도 관내·관외 선거인으로 명확하게 구분돼 있는 모습이었다.
40대 여성 유모씨는 "혁신동에 살고 있어서인지 대구에도 '개혁'이 필요하단 마음으로 투표했다. 정책과 인물을 두루 살펴보고 일찌감치 마음을 굳혔다. 본투표 날엔 술 한잔하면서 개표를 기다릴 계획"이라고 했다.
유모차를 끌고 방문한 천모(38)씨는 "외지인이 많아서인지 동네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아이가 자라면서 더 좋은 환경을 누릴 수 있을 만한 선택을 했다. 대구가 스스로 바뀌면 대구를 대하는 이들의 태도도 바뀌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는 29~30일 양일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사전투표소에서 진행된다. 대구엔 총 150곳의 사전투표소가 확정됐다. 대구경찰은 하루 700여명의 경력을 투입해 지역 사전투표소 곳곳 철통 경비에 나선다.

최시웅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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