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성군립합창단은 매주 목요일 오전 달성군청에 마련된 공간에서 입을 맞춘다. 사진은 박찬일 지휘자의 손끝을 따라 40여명의 단원들이 연습하는 모습.
필라테스 강사부터 반찬가게 사장님까지
좋은 음악과 좋은 사람들 만나는 기회로
평균 연령대도 낮아 젊은 기운 한가득
성악 전공자도 포진돼 역량 끌어올려
年 10회 이상 공식무대로 활발한 활동
대구 7개 구·군 연합합창제도 매년 참가
지휘자·단원 친구처럼 지내며 소통하고
달성문화재단의 지속적 지원 덕에 급성장
목요일 아침마다 달성군청을 찾는 이들이 있다. 현풍이나 다사 같은 곳은 물론이고, 이곳에서 20~30㎞나 떨어진 가창에서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차를 몰고 오기도 하고, 1시간 반 넘게 버스를 타고 오기도 한다. 연령대도 다양하다. 'MZ세대'라 불리는 1990년대생부터 이제 곧 은퇴를 앞둔 1960년대생들도 있다. 식당이나 반찬가게 등을 운영하는 사장님부터 학원강사, 필라테스 강사, 가수, 전업주부 등 직업도 천차만별이다.
이들이 달성군청을 찾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바로 '입을 맞추기' 위해서다. 사는 곳도, 나이도, 직업도 다르지만 이곳에 모인 이들은 마치 하나가 된 듯 아름다운 목소리로 입을 맞춘다. 이렇게 매주 목요일이면 달성군청에 마련된 연습실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장관이 펼쳐진다. 아침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지휘자의 손끝을 따라 하나로 입을 맞추는 모습이다. 이러한 장관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정체, 바로 달성군립합창단이다.
◆달성군의 특징을 그대로 닮은 합창단
달성군립합창단은 말 그대로 달성군을 대표하는 합창단이다. 대구의 다른 구군합창단들과 마찬가지로 현재 달성군에 거주하는 여성들로 구성된 합창단이기도 하다. 한데 이 거주의 범위부터가 남다르다. 달성군의 면적이 워낙 넓기 때문이다. 실제로 달성군의 면적(약 428.4㎢)은 대구 도심지의 7개 구를 다 합친 면적(약 456.8㎢)과 비슷하다. 연습을 하려면 그만큼 멀리서 찾아올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웬만한 열정이 아니라면 이렇게 매주 모여 연습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모이는 인원이 40명을 훌쩍 넘는다. 다른 구군합창단과 비교하면 훨씬 많다. 공연을 하러 이동할 때는 대형버스 한 대를 빈자리 없이 가득 메운다. 무대에 오르면 소리의 풍성함부터 다르단다. 그럼에도 여전히 달성군의 많은 주민들이 이들과 함께 입을 맞추고 싶어 한다. 최근에는 신규단원 지원률도 올랐다.
2023년부터 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박찬일 지휘자는 이런 모습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합창단의 음악감독이자, 청일점이기도 한 그는 "개인적으로는 더 많은 분들이 오시지 않는 게 이상할 따름이다. 좋은 음악과 좋은 사람을 마음껏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주민들이 모여 화합할 수 있는 장이 있다는 건 일종의 문화적인 혜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합창단의 연령대도 다른 구군에 비해 훨씬 젊다. 가장 어린 단원은 1994년생이다. 실제로 달성군은 주민 평균연령이 지난해 기준 43.1세로, 대구에서 가장 낮다. 이곳의 주민들로 구성된 합창단 역시 그래서 젊은 기운으로 가득하다. 올해로 10년째 활동 중인 김희정 단장은 "젊은 사람이 많은 달성군의 특징이 자연스럽게 합창단으로까지 연결된 셈이다. 젊은 합창단이다 보니 확실히 공연이든, 연습이든 에너지가 남다른 편"이라고 했다.

달성군립합창단 김희정단장(왼쪽)과 박찬일지휘자.
◆젊은 에너지를 바탕으로 한 활발한 활동
단원의 나이만 젊은 건 아니다. 합창단의 나이 자체도 다른 구군합창단 사이에서 막내나 다름없다. 대부분의 합창단이 1990년대 초반에 창단한 데 비해 달성군립합창단은 1999년에야 창단됐다. 일종의 후발주자인 셈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출발만 늦었을 뿐, 다른 합창단에는 없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바로 젊은 에너지다. 이들은 이 젊은 에너지를 바탕으로 누구보다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것도 대구 도심보다 훨씬 드넓은 달성군 곳곳을 무대로 누비면서.
달성군의 대표 축제인 '비슬산 참꽃문화제'를 비롯해 신년교례회와 군민체육대회, 각종 기념식 등 매년 열리는 달성군 곳곳에서 펼쳐지는 주요 문화행사는 물론, 지난해에는 사문진 야외공연장에서 펼쳐진 창작 오페라 '사문진'에도 출연하는 등 현재 매년 10회 이상의 공식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구군합창단들 가운데서도 눈에 띄게 활발한 편이다.
여기에 대구시 7개 구군합창단이 함께하는 연합합창제에도 매년 참가하고 있다. 고령·거창·창녕·함안 등의 합창단이 함께하는 가야문화권 합창페스티벌에도 참여한다. 단순한 공연을 넘어 다른 합창단들과의 교류 또한 계속 이어가는 중이다.
매년 정기연주회도 개최하고 있다. 한 해의 활동을 마무리하며 다함께 입을 맞추는 무대다. 지역 주민들은 물론 관객과의 화합을 위해 클래식 음악부터 대중음악, 국악 등 다양한 장르와 협연으로 무대를 구성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올해는 매년 연말에 개최하던 연주회 일정을 11월 중순으로 앞당겼다. 가을과 음악을 어울러 보다 특별한 무대를 선사한다는 계획이다.

달성군립합창단은 달성군을 대표하는 합창단이다. 대구의 다른 구군합창단들과 마찬가지로 현재 달성군에 거주하는 여성들로 구성된 합창단이기도 하다.
◆특별한 조율이 필요하지 않다
활동 자체가 이렇게 활발하다 보니 합창단 특유의 젊은 에너지는 필수다. 하지만 목소리만 활기차다고 합창이 저절로 완성되는 건 아니다. 여러 사람들의 입을 맞추기 위해선 나름의 조율도 필요하다. 연령대가 젊은 합창단이라면 더 그렇다.
이에 대해 박 지휘자는 다소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그는 자신을 가리켜 "단원들을 그저 즐겁게 만드는 사람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특별하게 조율이 필요하진 않다는 뜻이었다. 김 단장 역시 박 지휘자를 "늘 단원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지휘자"라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이유가 있었다. 김 단장은 "사실 우리 합창단은 각자 분업이 잘 돼 있다."고 했다. 그는 "지휘자는 음악감독으로서의 역할에만 집중한다"라면서 "단장은 임원진들과 함께 전체적인 방향을 논의하고 세부적인 부분들은 각 파트별로 경험이 풍부한 파트장들이 단원들과 긴밀히 소통한다. 각자 역할에 충실하니 합을 맞추는 데 있어선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솔리스트들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이들 합창단에는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 등 각 파트마다 전문적으로 성악을 전공한 솔리스트가 포진해 있다. 이들은 단원들을 위해 악보를 쉽게 설명해주거나 손수 가이드 녹음을 진행하는 등 합창단의 음악적 역량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버팀목도 있다. 2013년부터 이들 합창단의 운영을 맡아 온 달성문화재단이다. 재단은 10여 년이 넘도록 한결같이 합창단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단원 모집에서부터 무대의상 구매는 물론, 공연을 비롯한 합창단의 모든 활동을 세세하게 뒷받침하는 중이다. 뿐만 아니다. 단순한 물리적 지원을 넘어, 활동에 따른 실질적인 애로사항이나 고민 등을 해결하기 위해 단원들과의 소통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달성군립합창단이 비교적 짧은 시간 내 주목받는 단체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재단의 이러한 관심과 지원도 중요한 버팀목이 됐다.
◆배려와 화합으로 완성되는 화음
그러고 보면 달성군립합창단의 무기는 젊은 에너지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김 단장은 "전체적인 연령대는 젊지만, 단원들 가운데는 10년 이상 활동하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올해로 19년째 활동 중인 50대 후반의 단원도 있다. 이런 분들의 오랜 경험이 젊은 단원들의 에너지와 자연스럽게 결합되고 있다는 점도 우리 합창단의 또 다른 특징"이라고 말했다.
단원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합창단 활동 이전에 음악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는 점도 눈에 띈다. 누구나 함께 노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박 지휘자는 "정기연주회 때 신규단원 한 분이 너무 떨려서 무대에 못 서겠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다른 단원들이 그 분을 계속 격려해주시더라. 결국 끝까지 공연을 잘 해내셨다"는 에피소드를 언급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음악을 배웠든 배우지 못했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함께 입을 맞춘다는 건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면서 화합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화합을 위해 구성원들 스스로가 맡은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오랫동안 함께한 든든한 버팀목도 있다. 젊은 에너지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에너지까지 가득한 합창단인 셈이다.
때문일까. 이들이 모인 연습실에선 유독 아름답게 울려 퍼지는 소리를 만날 수 있다. 다양한 목소리로 이루어진 '화음'이다. 이들의 화음은 젊고, 신선하고, 활기차면서도 유달리 드넓은 형태로 펼쳐진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달성군'의 모습이 비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아름답고도 생생한 모습이다. 이들의 합창이 장관을 이루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글=이선욱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달성문화재단>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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