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현(오른쪽)·강민욱 대구 남구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9일 오전 9시 남구의회 본회의장에서 음주운전 방조 의혹에 휩싸인 정재목 부의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조윤화 기자

대구 남구의회 정재목 부의장이 9일 오전 11시20분 남구의회 소회의실에서 음주운전 방조 혐의 논란과 관련해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조윤화 기자
술에 취한 지인의 음주운전을 방조한 혐의를 받은 정재목 대구 남구의회 부의장(국민의힘)이 경찰에 입건됐다. 정 부의장은 운전자 바꿔치기 의혹도 받고 있다.
대구 성서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정 부의장을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 부의장은 지난 4월 26일 오후 대구 달서구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50대 여성 A씨가 몰던 차량에 동승하는 등 A씨가 음주운전을 하도록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달서구의 한 음식점에서 함께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0.03%이상 0.08% 미만) 수준이었다. 다만, 조수석에 타고 있던 정 부의장은 혈중알코올농도 0.03% 미만으로 훈방 조치됐다.
이후 경찰은 CCTV 등을 통한 추가 조사과정에서 음주단속 직전까지 정 부의장이 직접 차량을 운전하다 A씨와 자리를 맞바꾼 정황을 포착하면서 수사를 확대했다.
경찰은 "운전자를 바꾸게 된 경위 등 사건 전반에 대해 심도 있는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음주운전 방조 혐의를 중점으로 여죄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이날 오전 9시쯤 더불어민주당 소속 남구의회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 부의장에 대해 즉각적인 입장표명 및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정 부의장의 행위는 단순한 법적 판단을 넘어, 공직자로서의 윤리적 책임을 저버렸다. 음주운전은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이며, 이를 방조하거나 묵인하는 행위 또한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정 부의장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는 게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책임을 다하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정 부의장은 이날 오전 11시20분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관련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은 하지 않았다. 자진 사퇴 여부에 대해선 "지금으로선 모든 게 명확하지 않다"며 "결과가 나와야 직책에 대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도 이날 성명을 내고 "경찰의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하며, 정재목 의원(부의장)이 직접 의혹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혔다.

구경모(대구)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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