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새로운 문화단지 달성] 1.도심 밖의 레지던시, 달천예술창작공간

  • 박관영·이선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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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09 15:19  |  수정 2025-06-09 15:21  |  발행일 2025-06-09
젊은 작가 6인의 ‘작당모의’…엉뚠한 상상력이 펼쳐지다

달천분교 리모델링해 만든 창작 공간

한적한 풍경 속 색다른 아이디어 만끽

올해 입주작가 6명 설치·평면 등 작업

작가들과 고민·소통하며 발전 기회

타 레지던시와 대규모 교류전도 마련

창작역량 강화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산과 들이 펼쳐진 한적한 교외에 모여든 젊은이들이 있다. 조용한 국도와 비닐하우스가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이들은 종종 한데 모여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곤 한다. 나름의 작당모의를 한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이들이 모이면 인적이 드문 이곳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교외라고는 하지만, 강정보에서 차로 10여 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이곳에는 대구에서 제법 유명한 옹심이칼국숫집도 있고, 벚꽃길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청년들이 모여 유쾌하게 작당모의를 하는 곳도 있다. 놀랍게도 이들이 모인 곳은 그런 작당모의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일부러 만든 공간이다. 때문에 이곳에선 언제나 새롭고, 엉뚱하고, 색다른 상상들이 펼쳐진다. 한적한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곳. 이들이 모인 곳은 그런 반전의 매력을 선사하는 공간이다. 바로 달성군 다사읍에 위치한 '달천예술창작공간'이다.


'달천예술창작공간'은 매년 공모를 통해 이곳에 입주할 여섯 명의 작가를 선정한다. 올해 입주작가인 김유주,최승화,권민주,미소,이정우,박종호 씨.(왼쪽 위부터 시계방향)(달성 스토리텔링)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달천예술창작공간'은 매년 공모를 통해 이곳에 입주할 여섯 명의 작가를 선정한다. 올해 입주작가인 김유주,최승화,권민주,미소,이정우,박종호 씨.(왼쪽 위부터 시계방향)(달성 스토리텔링)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한적한 교외에 위치한 작가들의 공간


지난 2021년 문을 연 이곳은 폐교였던 '달천분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창작공간'이다. 오래 전 아이들의 교실이 자리했던 곳에는 이제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실과 작가들의 작업실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 모인 청년들은 사실 모두 젊은 작가들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밤낮으로 머물며 새로운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기 위한 이들의 작당모의는 그래서 애초부터 한적함이나 조용함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이런 공간을 흔히 '레지던시'라고 한다. 작가들이 모여서 마음껏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다. '달천예술창작공간'은 매년 공모를 통해 이곳에 입주할 여섯 명의 작가를 선정한다.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 간 작가도 서른 명에 다다른다. 개관 초기에는 대구의 작가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면 지금은 점점 이름이 알려진 탓에 다른 지역에서 지원하는 작가들이 더 많아졌다.


올해도 권민주(설치), 김유주(평면), 미소(평면), 박종호(평면), 이정우(미디어), 최승화(설치) 등 총 여섯 명의 작가들이 이곳에 입주했다. 가창창작스튜디오, 대구예술발전소 등 이미 대구의 레지던시를 두루 경험한 미소 작가는 이곳을 가리켜 "작가들을 향한 애정이 느껴지는 곳"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작가들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곳이다. 늘 작가들에게 뭘 해줄지를 고민하면서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라고 했다.


시설의 쾌적함을 장점으로 꼽는 작가들도 있다. 몇 년 전 지인을 따라 미리 이곳을 둘러봤다는 김유주 작가는 "그때도 눈여겨봤지만, 실제로 입주해보니 작업실이나 여러 시설이 생각보다 너무 잘돼있어서 만족한다"고 했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다가 최근 대구에 정착한 최승화 작가는 "도심지는 소음이나 냄새가 심한 편인데, 그에 반해 이곳처럼 교외에 위치한 레지던시는 작업하기가 훨씬 좋다"고 말했다.


도심과는 다른 주변 환경이 인상적이라는 작가들도 있다. 그동안 도시의 소외된 풍경들에 관심에 기울여 온 박종호 작가는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띈 건 도시에서 자주 접할 수 없는 비닐하우스들이었다. 여기에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작업에 있어서도 그것들이 가진 특성을 눈여겨보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때로는 이렇게 한적하면서도 고립된 환경이 작업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를 비롯한 다른 작가들 역시 자연과 가까운 이곳의 환경이 작업에 더욱 몰두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입을 모은다.


달성 달천예술창작공간 -경계 없는 틈.
최승화 작가.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달성 달천예술창작공간 -경계 없는 틈. 최승화 작가.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달성 달천예술창작공간 -경계 없는 틈.
김유주 작가.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달성 달천예술창작공간 -경계 없는 틈. 김유주 작가.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달성 달천예술창작공간 -경계 없는 틈.
이정우 작가.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달성 달천예술창작공간 -경계 없는 틈. 이정우 작가.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달성 달천예술창작공간 -경계 없는 틈.
미소 작가.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달성 달천예술창작공간 -경계 없는 틈. 미소 작가.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달성 달천예술창작공간 -경계 없는 틈.
박종호 작가.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달성 달천예술창작공간 -경계 없는 틈. 박종호 작가.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달성 달천예술창작공간 -경계 없는 틈. 
권민주 작가.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달성 달천예술창작공간 -경계 없는 틈. 권민주 작가.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교류와 발전이 바쁘게 이어지는 곳


그렇다고 이곳을 단순히 '작업실' 정도로만 보기는 어렵다. 여러 작가들의 작업실을 굳이 한 곳에 모아놓았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각자의 작업에 몰두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지점이 또 있다.


대학 졸업 후 첫 레지던시로 이곳 '달천예술창작공간'에 입주했다는 권민주 작가는 "늘 혼자서 작업을 하다 보니 다른 작가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발전할 기회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곳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계속 운영되는 곳이다. 당연히 교류나 발전의 기회가 훨씬 더 많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이곳에선 작가들의 교류와 발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펼쳐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전시'다. 매년 새로 입주한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프리뷰전'과 이들의 작업실을 직접 둘러볼 수 있는 '오픈 스튜디오'를 시작으로, 타 레지던시 입주작가들과의 '교류전'을 비롯해 각종 '특별전'과 결과보고전 형태의 '개인전'에 이르기까지, 이곳의 작가들은 입주기간 동안 참여해야 할 전시만으로도 빠듯한 일정을 함께 소화할 수밖에 없다.


미국 유학 후 지난해 전주의 팔복예술공장 입주작가를 거쳐 이곳에 입주한 이정우 작가는 "전시 기회가 많다는 건 당연히 작가에게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다양한 작가들과 어울릴 수 있는 '교류전'부터 내 작품세계를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개인전'까지 전시의 형태가 다양하다는 점도 인상적"이라고 했다.


특히 올해는 현재 입주한 제5기 작가들을 비롯해, 기존의 '달천예술창작공간' 입주작가들이 함께하는 특별한 형태의 '역대 입주작가 교류전'도 펼쳐진다. 서로 다른 시기를 이곳에서 보낸 작가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전시다. 또한 이곳을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대구예술발전소 등 전국 열 곳의 레지던시 입주작가들이 함께하는 대규모 교류전도 진행된다. 이처럼 다양한 전시를 통해 작가들 간의 교류 기회를 넓히는 것도 이곳의 중요한 역할이다.


◆평론가 매칭에서부터 체험 프로그램까지


여기에 작가와 평론가를 이어주는 '평론가 매칭 프로그램'도 있다. 평론가들은 이곳의 작가들이 입주기간 동안 선보이는 전시와 활동을 수시로 지켜보며 이들에게 전문적인 조언과 의견을 전달한다. 올해는 강효연, 김영동, 백필균, 양효실, 임근준 평론가가 참여해 작가들이 한층 더 발전된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달성군'의 지역적 특색을 작가들의 작업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입주작가 지원 프로젝트'도 눈길을 끈다. 작가들의 독특한 아이디어와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지역의 가치를 결합시킨 작업들을 만날 수 있다. 작가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 주민들과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주민참여프로그램'도 펼쳐진다. 주제부터 진행 방식까지 작가들이 손수 기획하고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달성군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주로 가족 단위에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으로, 최근 달성군 주민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신청 기간에는 접수 대기가 발생하기도 한다.


달성문화재단 관계자는 "지금도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작가들이 활동하는 데 어떤 부분이 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곳을 가리켜 "작가들을 향한 애정이 느껴지는 곳"이라고 했던 말이 괜한 말은 아니었다. 게다가 앞으로는 작가들의 활동을 위한 전시실 및 작업실 등의 시설 확장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더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도 마련할 계획이다.


달성 달천예술창작공간에서는 5월 30일까지 권민주(설치), 김유주(평면), 미소(평면), 박종호(평면), 이정우(미디어), 최승화(설치) 입주작가의 작업을 소개하는프리뷰전 '경계 없는 틈'이 열리고 있다.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달성 달천예술창작공간에서는 5월 30일까지 권민주(설치), 김유주(평면), 미소(평면), 박종호(평면), 이정우(미디어), 최승화(설치) 입주작가의 작업을 소개하는프리뷰전 '경계 없는 틈'이 열리고 있다.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이제는 대구를 대표하는 레지던시로


모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이곳은 대구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창작공간이기도 하다. 이미 지난 2000년부터 이곳은 지역 예술가들에 의해 '박달예술인촌'이라는 창작공간으로 운영되어 왔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공간을 달성군이 매입해 새롭게 단장한 곳이 바로 지금의 '달천예술창작공간'이다.


물론 현재 대구에는 대구예술발전소, 수창청춘맨숀 같은 레지던시들도 있다. 하지만 '박달예술인촌'보다는 한참 뒤에 생긴 곳들이다. 무엇보다 모두 도심에 위치한 곳들이기도 하다. 한때는 이곳을 비롯해 대구 도심 밖에도 대구미술광장, 가창창작스튜디오 같은 다양한 레지던시들이 있었지만, 차례로 문을 닫으면서 이제 도심을 벗어난 대구의 레지던시는 이곳이 유일하다.


그렇게 어느덧 이곳은 '대구를 대표하는 레지던시'로 거듭나고 있다. 이곳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활동들은 그래서 더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활동을 위해 이곳의 작가들은 대구에 있는 어느 작가들보다도 분주한 '작당모의'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곳이 좀처럼 조용할 수 없는 이유다.


달성 달천예술창작공간 김유주,권민주,박종호,최승화,미소,이정우 작가.(왼쪽 부터)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달성 달천예술창작공간 김유주,권민주,박종호,최승화,미소,이정우 작가.(왼쪽 부터)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마침 5월 30일까지 이곳에선 이들의 프리뷰전 '경계 없는 틈'이 열리는 중이다. 강정보 주변으로 나들이 계획이 있다면 이들의 작당모의가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지 전시를 통해 살펴봐도 좋다. 한적한 풍경 속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색다른 에너지와 아이디어를 다양한 작품들로 만끽할 수 있다.



글=이선욱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달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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