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한 대학병원에 의료진과 환자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영남일보 DB>
정부가 최근 전국 의대에 '문제은행 플랫폼' 구축을 권고하고 나섰다. 그간 의대생 복귀를 막는 핵심요인 중 하나인 이른바 '시험 족보 문화'를 퇴출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0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지난 9일 '의대 교육혁신 지원사업 기본계획'을 안내하는 공문을 전국 40개 의대에 발송했다. 기본계획은 지난 3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5 의학교육 정상화 방안'에 담긴 의대교육 혁신 지원예산을 배정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 의대 교육혁신 예산은 총 552억원이다. 의대 정원이 대폭 늘었던 지역 의대 32곳에 차등 배정된다.
정부는 대학별 사업계획서를 평가한 뒤 S등급 6곳에 30억원, A등급 10곳에 17억원, B등급 16곳에 10억원을 각각 배분할 예정이다. 정원이 동결된 서울지역 의대 8곳에는 총 30억원이 배정된 상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교육부가 지원사업 기본계획에 '문제은행 플랫폼 구축' 등 학생에 대한 학습·평가 지원 강화를 예시항목에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이에 일각에선 정부가 의대에 만연한 '시험 족보 문화'를 손보려는 게 아니겠느냐는 말들이 나온다. 선후배 간 족보 문화는 의정 갈등 국면에서 의대생 복귀를 막는 주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의대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고 싶어도 선배들로부터 시험 족보를 공유받지 못할 수 있어 집단 행동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각 대학 내에선 시험 전 기출문제를 모아둔 족보가 은연중에 학생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문화가 지속돼 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육부 의도대로 문제은행이 구축되면 각 대학들이 기존 기출문제를 활용하지 않게돼 족보 문화는 크게 감소하게 된다.
문제은행 플랫폼 구축 외에도 의예과(2년)와 의학과(4년)로 나뉜 의대 과정을 6년으로 통합해 운영하는 방안, 임상실습을 지역의료와 연계하는 방안 등도 지원사업 예시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각 의대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7월말 지원사업 예산을 배분할 예정이다.
교육부 측은 "미국이나 유럽처럼 의대 과목별 핵심 내용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특정 플랫폼에 담아 제공하면 학습이 보다 수월해질 것"이라며 "문제은행 플랫폼은 의대교육 정상화 방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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