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주 '연희단 맥'의 수업 모습. 송옥경 대표가 청소년회원을 대상으로 모듬북을 가르치고 있다. 연희단 맥은 6시30분이 되면 연습을 시작한다. 모듬북은 소리가 커 시원하고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성인·청소년 단원 35명, 열성적 활동
제37회 전국국악대전서 3관왕 차지
뉴질랜드·미국·쿠웨이트 초청 공연도
송옥경 대표 상주 풍물굿 재현 주목
2022년 시작한 경천섬 공연 큰 호응
한민족에게는'흥(興)의 정서'가 있다. 일상의 고됨을 떨쳐내는데 효과적인 '흥'은 농사의 풍요와 한해의 안위를 기원하며 마을을 돌던 풍물패의 신명 속에도 있고, 드넓은 들판을 목청껏 채운 농요 속에도 있었다. '땅'을 바탕으로 자라난 '흥'의 문화는 세월이 흐른 뒤 국경을 뛰어넘었고, 세계는 'K-pop'을 외치며 함께 뛰었다. 그로써 우리는 노래와 춤, 공연을 통해 한국식 '흥'을 세계에 알린 민족이 되었다. 화려한 'K-pop' 문화에 가려져 전통적인 '흥'이 잠시 뒷자리로 물러서는 듯 했지만,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함께 높아지면서 '전통과 현대의 연결, 전통과 세계의 연결'이라는 또 하나의 과제가 눈앞에 놓이게 되었다.
전통적 흥의 기원을 되짚어가다 보면 상주라는 도시를 만나게 된다. 넓은 평야와 낙동강 상류 지역의 사질 양토로 벼농사에 최적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는 상주는 예로부터 '땅'을 중심으로 흥과 신명이 찾아드는 곳이었다. 경상북도에서 가장 넓은 농지를 가진 만큼 곳곳에서 농요가 흐드러졌고, 때마다 동네 곳곳에서는 풍악이 울렸다. 농악을 잘하는 사람도 많아서 문경 등 다른 지역으로 농악 대회 심사를 보러 가는 이들도 꽤 많았다고 한다. 상주의 이러한 이야기들을 모아 상주 풍물굿을 재현하고, 상주형 전통 연희를 이어가는 팀이 있는데, 상주를 기반으로 뛸 판, 놀 판, 살판을 벌여 가는 '상주 연희단 맥'이 바로 그들이다.

상주 '연희단 맥'의 수업 모습. 송옥경 대표가 청소년회원을 대상으로 모듬북 연습을 하고 있다. 모듬북은 소리가 커 시원하고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상주, 땅으로부터 시작된 전통의 소리
매일 6시 30분, 상주 문무3길에 있는 상주 연희단 맥의 연습실에서는 한바탕 신명이 펼쳐진다. 그 어렵다는 상모돌리기로 흥을 내고, 커다란 북소리가 더위를 날려버릴 만큼 시원하고 역동적이다. 연습하는 단원들은 모두 얼굴이 앳된 중·고등학생들이다.
상주 연희단 맥은 청소년과 성인 단원들로 구성되어 있고, 총 35명이 활동하고 있다. 전통 연희를 전문으로 하기에 단원들은 민요, 현악, 관악, 타악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연습 중인 이들은 중·고등학생으로 아직 어리지만 실력은 보통이 아니다. 전통 연희를 어느 정도 연행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5년에서 10년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청소년부의 연습은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 배워야 할 것이 많아 힘들지만, 그 매력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고 한다. 평일 연습뿐만 아니라 캠프를 통한 합숙 훈련도 정기적으로 한다.

상주 '연희단 맥' 청소년회원들이 상모를 돌리며 선반 사물놀이 수업을 하고 있다.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노력과 열정이 함께 하다 보니 그 실력도 인정을 받았다. 매년 전국 국악 대제전에서 많은 상을 받았는데, 2019년에는 제37회 전국 국악 대제전 종합 최우수상 교육부 장관상을 포함한 3관왕이 되기도 했다. 이후 2023년, 경상북도 전문 예술단체 지정과 더불어 2024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대표 예술단체로 선정이 될 만큼 인정받는 전통 예술 단체로 자리 잡았다.
상주 연희단 맥을 지금의 자리까지 이끌어온 송옥경 대표는 원래 유치원 교사였다고 한다. 유치원 아이들에게 전통 악기를 가르쳐온 그녀는 좀 더 전문적인 영역에 들어서고 싶어 2005년에 어린이 국악단을 만들고,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2013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상주시 대표로 참여해 공연을 펼쳤는데, 어린 단원들의 공연이 세계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상주 청소년 연희단 맥'이라는 이름으로 뉴질랜드, 미국, 쿠웨이트 등의 초청공연을 다니면서 국제적인 청소년 예술단으로 거듭나게 된다.

상주 경천섬에서 열린 '상상주도 상주 연희의 맥을 잇다' 봉산탈춤 공연 .<연희단 맥 제공>
◆상주 전통을 되살려 한바탕 놀다
처음 국악단을 만들 때의 송옥경 대표 나이가 서른 살, 함께 하던 제자들은 일곱 살이었다. 2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당시 일곱 살이었던 제자들이 성인이 되어 전공자의 길을 걷고 있다. 당시 1호 제자 7명은 국악 전공자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상주 연희단 맥의 선배이자 선생님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 특히 1호 제자 김하늘 씨는 한예종 대학원 과정으로 송옥경 대표와 함께 어린 제자들의 교육에 열의를 다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상주에서의 전통 공연 인프라가 많지 않은 상황이어서 다른 활동들도 함께 하기에 그야 말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재 상주 연희단 맥의 역할은 그들이 사랑하는 전통 연희의 맥을 잇는 것과 상주라는 도시를 전통 연희를 통해 알리는 일이다. 상주 풍물굿을 재현해 낸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송옥경 대표는 상주의 면 단위를 다니면서 상주 지역에서 전승되는 전통 농악의 자료를 모았다. 상주 풍물굿은 상주시 동편굿과 서편굿을 채보해 송옥경 단장이 구성 정리한 것으로, 다른 지역과 달리 가락이 투박하고 빠른 것이 특성이다.
송옥경 대표는"상주 어르신들이 1960년대까지도 상주에 농악이 엄청나게 많았고, 또 잘 했다고 말씀 하셨어요. 상주 풍물굿도 김천 빗내 농악이나 대구 비산 농악, 구미 무을 농악처럼 전통을 쌓을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라며 희망 내비쳤다.

상주 경천섬에서 열린 '상상주도 상주 연희의 맥을 잇다' 대취타 연주 .<연희단 맥 제공>

상주 경천섬에서 열린 '상상주도 상주 연희의 맥을 잇다' 선반사물놀이 중 소고놀음 공연 .<연희단 맥 제공>
상주 연희단 맥은 상주의 전통 농악뿐만 아니라 상주가 가진 다양한 아이템을 연희의 영역에서 새롭게 펼쳐 나가고 있다.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와 상주시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아 제작한 창작 연희극 '곶감과 호랑이 그리고 소도둑'은 관객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았다. 상주의 설화인 '곶감 이야기'를 연희의 형식으로 풀어낸 것으로 관객들은 "댄스나 밴드 연주를 하는 아이들이 아닌, 전통 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무엇보다 특별했어요."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북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올해 10월에도 앵콜 공연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상주 경천섬에서 열린 '상상주도 상주 연희의 맥을 잇다' 풍물놀이 중 무등타기 공연 <연희단 맥 제공>
그 외에도 송옥경 대표는 많은 국악인들과 상주 아리랑을 활용한 공연을 만드는 등 다양한 도전을 이어오고 있다. 송옥경 대표가 꼽은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 중 하나는 2022년도부터 시작한 경천섬 공연이다. '2022 상상주도 상주 - 경천섬, 연희의 맥을 잇다'는 공연장이 아닌 상주의 대표적인 여행지인 경천섬이라는 자연환경에서 펼쳐졌다. 관객들에게는 경천섬에서 전통 연희를 펼친 첫 팀으로 기억됐다. 당시 봉산탈춤과 대취타 연주, 풍물놀이 등을 펼쳤는데,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만난 전통 연희는 많은 관객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안겨 주었다. 상주시의 대표 축제인 상주 세계 모자 페스티벌에도 매번 참여 하여 상주의 흥을 전하고 있기에, 상주 시민이라면 어떤 축제에서든 한번은 상주 연희단 맥을 만나게 된다.
◆제자 양성을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고 싶다
송옥경 대표와 연희단이 문경, 김천, 구미, 안산, 경기도까지 다양한 공연을 이어가며 상주를 알리고 있지만, 제자를 양성하고 키우는 일은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온 20년 지기 제자들과 함께 키워나가고 있는 어린 제자들이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전통 연희 무대에서 꿈을 펼쳐 나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에 대한 고민이 깊다.
송옥경 단장의 꿈은 '상주 연희단 맥'이 상주 전통의 보존회로 이어져전통을 잇고, 후배를 안정적으로 양성해 나갈 수 있도록 발전하는 것이다.
전통은 연희를 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우리가 함께 기억해야 하는 소중한 가치다. 기억하고, 즐기고, 관심을 가질수록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 잊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경천섬 풍경 속에서 펼쳐지는 탈춤과 취타대, 상주 곳곳의 축제 현장에서 행해지는 전통의 연희를 관심 있게 지켜본다면 더 즐거운 '흥'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글=박성미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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