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문경 주흘산. <문경시제공>

주흘산 하늘길에 문경의 감성을 담은 '러브 브릿지' 조감도. <문경시제공>

주흘산 하늘길에 문경새재의 도전정신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잔도 클리프워크' 조감도. <문경시제공>

주흘산 하늘길 트리탑로드 조감도. <문경시제공>
문경시가 문경새재로 상징되던 과거형 관광지에서 주흘산 케이블카, 테마파크 등을 중심으로 한 미래형 복합 웰빙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특히 MZ세대와 가족단위 관광객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신개념 관광상품 개발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관광 인프라 구축도 추진한다.
◆주흘산 케이블카, 하늘 길 위에서 오감관광
2025년 4월 착공된 주흘산 케이블카는 문경새재 제4주차장에서부터 주흘산의 관봉 정상까지 총 1.86 ㎞구간을 잇는다. 10인승 곤돌라 38대가 편도 약 7분간 하늘을 가르며, 시간당 최대 1천500여 명을 수송할 수 있다. 총사업비는 약 611억 원에 달한다. 가장 큰 의미는 접근성에 있다. 주흘산은 그간 험준한 산세로 인해 일반 등산객은 물론, 노약자나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산이었다. 이제 케이블카를 통해 누구나 정상에서 문경의 사계절을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케이블카 상부 승강장에서 이어지는 '주흘산 하늘길'은 단순한 숲길이 아니다. 이곳은 문경 고유의 역사와 지형, 설화를 반영한 '서사형 체험공간'으로 탄생 중이다. 총연장 2.3km 구간에 조성되는 하늘길은 417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하늘길은 '트리탑로드', '전망대', '잔도 클리프워크', '스카이 브릿지' 등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된다. 트리탑로드에는 감성 포토존과 미디어아트, 계절별 테마 콘텐츠가 운영되고, 밤에는 조명과 음향 효과를 더해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관봉에서 왕관을 쓰다… 스토리텔링이 살아있는 관광 콘텐츠
'관봉(冠峰)'이라는 주흘산 정상의 지명은 이번 사업의 핵심 서사로 작용한다. '왕관'이라는 의미에서 착안한 이 테마는 "관을 쓴다 → 성공한다 → 성취한다"는 이야기로 확장된다. 선비정신으로 상징되는 문경새재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성취의 여정'으로 스토리텔링된 것이다. 이 하늘길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다. 문경 고유의 정신과 자연, 역사적 서사를 걷는 서사체험형 콘텐츠로 재해석되며, 타 지역과 차별화된 문경형 관광의 정수를 보여준다. 하늘길 중앙에 위치할 '버드아이(Bird Eye) 스카이워크'는 문경새재를 넘는 새의 시선을 형상화한 전망대다. 새 둥지 형태로 디자인된 이 시설은 중심 기둥 상부에 설치된 새 조형물을 통해 공간의 상징성을 더했다. 유리바닥에는 걸을 때마다 깨지는 듯한 시각효과와 함께 호랑이 울음소리가 나오는 장치가 설치되어, 관람객에게 스릴과 몰입을 동시에 제공한다. 마지막엔 종 3개를 울리는 도전 미션이 기다리고 있어 체험의 마무리도 극적으로 설계됐다.
◆문경새재의 도전정신을 현대적으로… '잔도 클리프워크'
문경새재는 본래 조선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를 보기 위해 넘던 고갯길이었다. 이 도전과 인내의 상징은 '잔도 클리프워크'라는 콘텐츠로 새롭게 재탄생한다. 절벽을 따라 좁게 조성된 데크길은 이용객에게 스릴과 함께, 성취의 감정을 자극하는 구성으로 설계됐다. 중간중간에는 미션 수행 구간과 깜짝 효과가 있는 게임형 콘텐츠도 마련되어 몰입도를 높인다. '러브 브릿지'는 한국 전통 설화에 등장하는 붉은 명주실, 이른바 운명의 실을 테마로 한 감성적인 흔들다리다. 다리를 구성하는 붉은 케이블과 정교한 매듭 장식은 단순한 구조물을 넘어 하나의 상징이 된다. 연인과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포토존으로 즐겨 찾는 이 공간은 사랑의 의미를 시각화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으로 감성을 자극한다.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다리 양쪽 입구에 조성될 '꽃말 정원'이다. 입구 한쪽은 '사랑의 시작'을, 반대편은 '사랑의 성취'를 각각 상징하는 꽃들로 꾸며져, 방문객이 다리를 건너며 사랑의 여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여기에 더해 SNS 인증샷 명소, 감성 콘텐츠 체험 공간, 기념품 매장 등이 함께 들어설 예정으로, 관광객의 오감 참여를 유도하는 복합 콘텐츠 공간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도전과 성공의 시각적 메시지, '스카이 브릿지'
'스카이 브릿지'는 총 길이 365m에 달하는 대형 흔들다리로, 단순한 관광 시설을 넘어선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도전과 성공'을 테마로 기획된 이 다리는 걷는 그 자체가 하나의 상징적 메시지가 되도록 설계됐다. 출발지에는 '당신이 얻게 될 세 가지'를 주제로 한 단어 조합판이 설치돼, 이용자가 스스로의 동기를 떠올릴 수 있는 장치를 제공한다. 다리를 다 건넌 지점에는 무려 100m에 달하는 대형 황금코인 조형물이 세워질 예정으로, 이는 '성공의 결실'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브릿지 전체는 금메달을 모티프로 디자인해 '365일, 당신의 성공을 응원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일상의 도전과 자기계발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현대인들에게 특히 큰 울림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 다리는 단순한 인프라를 넘어 체험과 감성을 동시에 자극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문경시는 이 두 다리를 통해 단기 체류형 관광을 장기 체류형 관광으로 전환하고, 지역 상권과의 연계를 통한 경제적 효과도 노리고 있다. 하늘과 맞닿은 듯한 두 개의 다리를 따라 걸으며, 방문객들은 자신만의 인연을 떠올리고, 도전의 의미를 되새기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문경 관광의 새로운 고도
문경시는 이번 하늘길 조성사업을 계기로 단기 체류 중심의 관광에서 벗어나, 장기 체류형·서사형 관광지로 도약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31 세계군인체육대회 유치 ▲돌리네습지 세계화 ▲문경역세권 개발 등의 프로젝트가 함께 진행되며, 도시 전반의 관광 기반 체질이 변화 중이다. 신현국 문경시장은 "주흘산 하늘길은 문경만의 서사와 감성을 담은 공간이 될 것" 이라며 "앞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문경의 관광 자산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흘산 하늘길은 장기적으로는 장가계(중국), 융프라우(스위스), 바나힐(베트남) 같은 세계 명소에 견줄 만한 관광도시로 키워가겠다"고 밝혔다. 이제 문경은 단순한 산과 옛길의 도시가 아니다. 하늘을 걷고, 서사를 경험하며, 감성에 빠지는 입체적 체험관광도시로 변화하고 있다. 하늘길은 시작일 뿐이다. 문경의 관광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향하는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됐다.

강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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