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추경안, 원구성 등 현안을 논의한 뒤 헤어지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달라졌다. 민주당이 지난 2주간 집권당으로 보여준 모습은 협치와 기다림으로 요약된다. 윤석열정부 당시 거대 야당 때와는 판이한 모습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만나 당초 19일로 예정했던 국회 본회의 개최를 보류하기로 했다. 아직 원내 지도부 구성이 완료되지 않은 국민의힘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약 40분간의 회동을 마친 후 기자들 앞에 선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고 해, 저희는 그 입장을 존중하고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간 이른바 '이재명 방탄법'으로 불리던 법안들과 각종 쟁점 법안들을 밀어붙이던 민주당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현재 국회 상황을 살펴보면 민주당은 이번 본회의에서 공석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기획재정위원장, 법제사법위원장, 운영위원장 선출을 마무리 지으려 했다. 7월 초에 추경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대통령실의 입장을 고려하면 늦어도 이번 본회의에서 해당 상임위원장을 선출해야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일단 과거처럼 '입법독재' '입법독주'가 아니라 야당에게 숨통을 틔어줬다. 여당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주 대통령의 재판을 중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허위사실 공표죄의 구성 요건 중 '행위'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소위 '이 대통령 방탄법'이라고 불리는 법안의 처리를 보류한 것에서도 나타났다. 정치권에선 이같은 기다림이 민주당의 과거 강경 기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 송언석 대표가 말했듯 현재 여당은 거대 의석수에 더해 대통령의 거부권까지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권 초기 분위기를 이용해 폭주한다면 다음 지방선거에서 역풍이 불 가능성이 있어 이를 염려한 행위로 보인다"고 했다.
반면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곧 거대 여당의 본모습을 드러낼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통령 방탄법들은 법사위를 이미 통과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는 법안들"이라며 "이 대통령 재판이 줄줄이 무기한 연기됐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는 것일 뿐, 언제든지 여당과 협치가 아닌 독주에 나설 준비가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정치권에선 향후 예정된 상임위원장 배분에서 민주당이 달라졌다는 판단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야는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 공석인 상임위원장 배분에 대한 협상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양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1시간 30분가량 비공개 회동을 했지만 결론 도출에 실패하고 오는 23일 재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당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월요일(23일)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며 "저희 입장은 충분히 설명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는 "어제부터 (민주당의) 입장 변화가 없어 유감"이라고 밝혔다.

서정혁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