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정점식 미술에세이 선집 1·2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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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19 17:05  |  발행일 2025-06-19
집필 중인 정점식 화백.<정점식 화백 유족 제공>

집필 중인 정점식 화백.<정점식 화백 유족 제공>

정점식 미술에세이 선집 1-예술의 밀어

정점식 미술에세이 선집 1-예술의 밀어

정점식 미술에세이 선집 2-삶의 평형과 예술

정점식 미술에세이 선집 2-삶의 평형과 예술

정점식 미술에세이 선집 1·2/정점식 지음/정민영 엮음/아트무빙/1권 312쪽·2권 280쪽/1권 2만2천원·2권 2만원


한국 추상화 1세대 작가인 극재 정점식(1917~2009) 화백의 미술에세이 선집(選集) 두 권이 나왔다. '정점식 미술에세이 선집 1'은 내용이 비교적 전문적인 '예술의 밀어'이고, '선집 2'는 대중적인 경향의 '삶의 평형과 예술'이다.


대구와 일본 교토, 만주 하얼빈 등지에서 미술과 깊은 연을 맺으며 '참 어려운 시대'에도 붓을 꺾지 않은 저자는 모던아트협회(1957~63), 신상회(1964~69), 창작미협(1974~77) 등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15회의 개인전과 수많은 단체전에 출품한 바 있다.


화가로서는 드물게 문재(文才)까지 겸비한 저자는 생전에 네 권의 미술에세이집을 상재하고, 다수의 글과 논고를 남겼다. 선집은 문화예술에 밝은 비평가이자 자신만의 문체를 가진 에세이스트로서 저자의 면모를 압축해 보여주며, 예술과 문화에 대한 인문학적인 사유의 세계로 안내한다.


평생 책을 가까이한 저자는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원(1963~70)이었을 만큼 동서고금의 미술은 물론 문학을 비롯한 예술 문화 전반에 밝았다. 미술에 대한 이해가 바닥이었던 시절, 대구지역에서 강연과 글쓰기를 통해 국내외 미술계의 동향을 알리는 한편 낯선 현대미술의 확산과 정착에 공을 들였다. 특히 청탁을 받아 쓴 글들은 학술지와 학보, 언론매체 곳곳에 실렸다. 그 글들 중 일부를 엄선하여 두 권의 선집으로 갈무리했다.


'선집 1, 예술의 밀어'는 작가로서보다 비평가이자 이론가로서 조형예술과 작가의 작품세계, 대중문화를 사유하는 저자의 비평적 안목을 볼 수 있는 호흡이 긴 글들이다. △전통과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생각 △샘 프란시스와 죽농 서동균 등 국내외 작가 6인의 작품세계 △국내외 미술의 동향 △조형예술과 대중문화에 관한 사색으로 구성됐다.


'선집 2, 삶의 평형과 예술'은 독자가 비교적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글들을 네 개의 카테고리에 담았다. 생활에서 길어 올린 단상들, 당대의 주요 문화예술인들과의 교우관계, 미술과 문화의 실상과 허상, 저자의 자전적(自傳的)인 이야기 등이 주요 내용이다. 다소 전문성을 띤 '선집 1'에 비해 대중적이다. 1장 '선택의 지혜'는 생활 밀착형 지혜가 번뜩이는 에세이들이다. 2장 '무상의 작업'은 예술과 예술가에 관한 후일담이 돋보인다. 3장 '현실과 허상'은 비교적 긴 미술·문화 에세이에 비중을 두었다. 4장 '나의 삶, 나의 그림'은 일제시대에 태어나 하얼빈, 해방공간, 6·25전쟁 등 난세(亂世)를 살아온 정 화백의 자전적 에세이로 꾸렸다.


이번 선집 출간은 정점식 화백의 탄탄한 견해를 유폐시키지 않고, 사회를 향해 방사하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예술과 인간에 대한 탐구, 예술과 삶의 방향성에 대한 진지한 모색이 낳은 저자의 글은 마음의 부적(符籍)으로서 예술의 효능을 일깨우며, 사람들을 삶의 평형상태로 인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도 1970년대 대구현대미술제 등과 관련한 내용들은 자료적 활용 가치도 충분해 보인다. '예술의 밀어'와 '삶의 평형과 예술'은 저자의 예술적 성취와 사유를 나누기 위한 정지(整地) 작업이고,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잠자고 있던 의식을 일깨우기 위한 일종의 준비 작업이다.


극재 정점식 화백은 경북 성주 출생으로 일본 교토시립회화전문학교를 졸업했으며, 계명대 미술대학 교수·명예교수 및 계명대 교육대학원·대학원 교수를 역임했다. 2022년부터 미술창작을 제외한 미술 전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실현하고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선도하는 기획자, 평론가, 연구자 등을 발굴해 '정점식미술이론상'을 수상하고 있다. 대구시와 고(故) 정점식 화백(1917~2009)의 유족이 만든 도솔문화원이 공동 제정한 상으로, 대구미술관이 주관하고 유족이 상금을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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