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새로운 문화단지 달성] 3. 미술과 일상이 가까워지는 공간, 참꽃갤러리

  • 박관영·이선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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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23 20:20  |  수정 2025-06-23 17:41  |  발행일 2025-06-23
달성군청 민원실 옆 미술관…‘쉼’이 있는 ‘예술’
대구 달성군청 민원실 옆에 자리잡은 참꽃갤러리. 군청사 안에 자리한 이 전시공간은 미술과 일상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문다.

대구 달성군청 민원실 옆에 자리잡은 참꽃갤러리. 군청사 안에 자리한 이 전시공간은 미술과 일상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문다.

대구 달성군청 민원실 옆에 자리잡은 참꽃갤러리. 미술과 일상이 가까워진 추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전시 공간이다.

대구 달성군청 민원실 옆에 자리잡은 참꽃갤러리. 미술과 일상이 가까워진 추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전시 공간이다.

누구나 찾는 갤러리 카페 구조

화랑과 같은 '화이트 큐브' 형태

미술·휴식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부담되지 않는 전시 관람 방식

엄선된 작가로 기획 전시 운영

회화·조각 등 다양한 장르 전시

달성문화재단, 프로그램 강화

지역 작가·주민 모두가 만족

최근 일상과 부쩍 가까워진 예술이 있다. '미술'이다. 이를 활용한 상품이나 마케팅이 급증한 것만 봐도 그렇다. 자동차, 가구, 의류, 식품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렇다보니 요즘은 미술을 활용하지 않은 경우를 찾기가 더 어렵다.


뿐만 아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전시들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새로운 미술관이 문을 열기도 한다.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미술 체험이나 강의도 많다. 심지어 아파트나 거리 곳곳에서 매일 마주하는 조형물들도 이제는 익숙하다. 미술과 일상이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이런 추세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다름 아닌, 달성군에 있다. '참꽃갤러리'라는 전시 공간이다. 이곳은 말 그대로 흔히 볼 수 있는 전시 공간이다. 외관만 놓고 보면 전시 공간치고는 평범한 곳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눈에 띄는 이유가 있다. 이곳만큼 미술과 일상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곳도 없기 때문이다.


◆군청에 있는 부담 없는 전시 공간


위치부터 그렇다.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바로 달성군청이다. 그것도 사람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민원실 바로 옆이다. 군청을 오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들를 수 있다. 실제로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이런 공간을 마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로 건물 로비의 한 켠을 작은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한데 이곳은 규모부터 다르다. 전시실 규모만 179㎡(약 55평)이다. 작은 공간이 아니다. 한 번에 30~40점 정도의 회화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크기다. 벽면이나 조명도 임시로 꾸며놓은 형태가 아니다. 흔히 미술관이나 화랑에서 만날 수 있는 일반적인 '화이트큐브' 형태다. 실제로도 전시실에 들어서면 이곳이 군청 건물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다른 공공기관의 전시실과 가장 큰 차이다.


대구 달성군청의 참꽃갤러리 내부. 참꽃갤러리는 최근 '갤러리 카페'와 같은 구조로 미술관이나 전문 화랑 같은 전시장의 문턱이 느껴지지 않아 시민들이 편하게 오간다.

대구 달성군청의 참꽃갤러리 내부. 참꽃갤러리는 최근 '갤러리 카페'와 같은 구조로 미술관이나 전문 화랑 같은 전시장의 문턱이 느껴지지 않아 시민들이 편하게 오간다.

그렇다고 미술관이나 화랑처럼 전시장의 문턱이 느껴지는 곳도 아니다. 달성군청을 오가는 사람들은 이곳을 드나들기를 꺼리지 않는다. 군청 관계자든 민원인이든 마찬가지다. 이유가 있다. 곳곳마다 사람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 흔히 보이는 '갤러리 카페'와 같은 구조다. 전시 공간인 동시에 모두를 위한 휴게 공간이기도 한 셈이다.


덕분에 이곳에선 관람객을 따로 구분할 필요가 없다. 전시를 관람하든 관람하지 않든, 모두를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혼자 앉아서 휴대전화를 들여다봐도 좋다. 벽에 걸린 작품들도 그처럼 편하게 둘러보면 된다. 누구에게나 부담되지 않는 이곳만의 전시 관람 방식이다.


작가들도 이 점에 주목했다. 올해 2월 이곳에서 개인전을 연 김미영 작가는 "작가 입장에서는 전시에 관람객이 적으면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곳은 계속 오가는 사람이 많아서 그럴 일이 없었다. 이야기만 나누다 가는 분들도 많았는데, 결국은 내 작품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시더라. 그러는 동안 작품만 따로 유심히 감상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그렇게 미술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분위기가 인상적인 곳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문적인 작품 운송부터 전시 홍보까지


그렇다고 전문성이 결여된 공간도 아니다. 김 작가는 "어떤 면에서는 일반적인 화랑보다 좋은 점이 더 많다"고 만족했다. 지금까지 개인전만 20여 차례 이상 선보여 온 작가로서의 평가다. 그는 이곳에서 열린 이번 개인전에 대해서도 "전체적인 시설뿐만 아니라, 전시 준비에서부터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작가로서 많은 부분들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대구 달성군청의 참꽃갤러리 내부. 작품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미술과 어우러진다.

대구 달성군청의 참꽃갤러리 내부. 작품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미술과 어우러진다.

참꽃갤러리는 자체적으로 엄선된 작가들의 기획 전시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공간이다. 대관을 중심으로 하는 곳들과는 분위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 전시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방식만 봐도 그렇다. 작가들이 만족할 수밖에 없는, 말 그대로 전문적인 전시 공간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전시지원사업'이다. 지역의 여러 작가들에게 이곳에서 개인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김 작가도 이 사업을 통해 전시를 선보였다.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공모를 통해 진행하는 이 사업이 눈길을 끄는 이유가 있다. 작가가 전시를 개최하는 데 필요한 모든 사항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작품 운송부터 별도의 전문가들이 직접 나서 처리한다. 작가가 따로 힘을 들일 필요가 없다. 작품 설치도 마찬가지다. 공간에 맞는 작품 설치부터 조명까지 전문적인 작업들이 별도로 이뤄진다. 여기에 전시된 작품 및 작가의 활동이 수록된 도록도 제작된다. 이렇게 40페이지 가량으로 제작된 도록이 전시실에 매번 상시 비치된다.


홍보도 빠질 수 없다. 지역 곳곳마다 전시를 알리는 옥외 현수막을 비롯해, 홍보용 엽서도 별도로 제작한다. 언론사를 대상으로 전시 보도자료도 제공한다. 블로그 및 각종 SNS 채널을 통한 홍보도 함께 진행한다. 마치 화랑의 전속 작가처럼 대우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지금까지 2년 간 이 사업을 통해 이곳에서 열린 개인전만 20회가 넘는다. 미술관이나 화랑 등의 다른 전시 공간들과 비교해도 결코 적지 않다.


올해도 이 사업을 통해 김 작가를 시작으로, 한주형, 손난숙, 하미선 작가의 개인전이 차례로 열렸다. 이달 26일까지는 김선영 작가의 전시가 열린다. 7월 말부터는 하반기 지원사업에 선정된 작가들의 개인전도 잇따라 펼쳐진다.


대구 달성군청을 오가는 사람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민원실 옆에 위치해 누구나 쉽게 들를 수 있다. 전시를 관람하든 관람하지 않든, 모두를 위한 모두를 위한 공간이다.

대구 달성군청을 오가는 사람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민원실 옆에 위치해 누구나 쉽게 들를 수 있다. 전시를 관람하든 관람하지 않든, 모두를 위한 모두를 위한 공간이다.

◆관객과 작가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변화


여기에 지역의 중견작가들을 소개하는 초대전도 열리고 있다. 전시지원사업을 통해 선보이는 개인전이 회화 중심이라면, 초대전을 통해서는 조각이나 공예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를 소개한다.


이를 통해 강석원, 이원부, 손광식 등의 개인전은 물론, 현재 이 지역을 대표하는 미술단체인 '달성군미술협회'의 단체전도 매년 선보여 왔다. 올해 초에는 지난해 '달천예술창작공간'에 입주했던 젊은 작가 6인을 초대한 독특한 전시도 마련했다. 이달 30일부터는 중견작가 배성예의 초대전도 열린다.


이러한 운영을 바탕으로 참꽃갤러리는 특히 작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군청을 방문하는 사람들이나 관람객들에게는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되, 작가들에게 있어서만큼은 최대한 전문적으로 대우하고 접근하는 이원화 된 운영 방식 때문이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 청사 내에 있는 전시실로서는 보기 드물게 점점 더 주목받는 전시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이곳 역시 2014년 개관 이래 한동안은 다른 전시실들과 상황이 비슷했다. 주로 대관 신청을 중심으로 전시를 운영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2년 전부터였다.


2023년 달성문화재단이 운영을 맡기 시작하면서 참꽃갤러리는 곧장 기획 전시와 지원사업 등의 프로그램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나름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법이었다. 이를 통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참꽃갤러리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배경이다.


◆미술과 일상이 가까워진 이유


현재는 달성군을 대표하는 전시 공간으로도 불리고 있다. 물론 미술관을 비롯한 각종 공공 전시장과 대규모 화랑 등으로 대표되는 대구 도심의 주요 공간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협소한 규모의 공간이다.


한데 최근 들어 독보적인 공간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곳만큼 미술과 일상이 자연스럽게 결합되는 공간도 없기 때문이다. 여느 곳과 비교해 봐도 그렇다. 가장 일상적인 공간인 군청에서, 이처럼 전문적인 방식으로 전시를 운영하고 있는 공간은 흔치 않다. 그럼에도 전시장의 문턱이 느껴지지 않는, 전시와 휴식이 완벽하게 결합된 곳이기도 하다.


달성문화재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역 작가들에게도 만족스러운 공간이자, 동시에 주민들에게도 만족스러운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의 미술과 주민들의 일상이 더욱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노력은 사실 지금도 우리 주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것은 우리 일상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미술을 만나게 하려는 노력이다. 미술과 일상이 저절로 가까워진 건 아니란 뜻이다. 어쩌면 이곳 역시 그처럼 미술을 일상적인 아름다움으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그건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이곳에는 그런 미술이 있다. '참꽃'이라는 이름도 그렇다.


글=이선욱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달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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