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중앙회가 23일 서울 본사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 생존을 위한 최저임금 결정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중기중앙회 제공>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호소하고 나섰다. 최저임금이 더 오른다면 대다수 중소기업·소상공인이 미래 성장동력을 잃고, 생계절벽에 내몰린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3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 생존을 위한 최저임금 결정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에는 이재광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 위원장과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인 이오선 부산청정표면처리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송유경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을 비롯해 중소기업·소상공인 업종별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것조차 버거운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상황을 고려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반드시 올해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호소문을 통해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취약한 지불능력은 고려되지 않고 꾸준히 올라왔고, 이미 경쟁국들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라며 "내수 부진과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대출연체율, 폐업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많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이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식당·편의점·도소매업 등 생활밀접업종의 소상공인들도 참여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학순 신동묘삼계탕 대표는 "사업 규모가 크면 비용을 줄일 여지가 있겠지만, 우리처럼 작은 식당에선 인건비가 오르면 더 이상 못 버틴다"며 "주변에 빚과 폐업에 들어가는 돈이 부담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신용 불량자가 되는 사람도 많다. 최저임금 올리는 게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지 다시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제조 중소기업들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곽인학 학국금속패널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그게 기준이 돼 영세 사업주뿐만 아니라 모든 중소기업에게 인건비 압박으로 작용한다"면서 "경영여건과 노동생산성 개선 없이 인건비만 계속해서 오르면 연구개발과 같이 기업의 성장동력 확보와 미래를 위한 투자는 물 건너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승엽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