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제1회 상주세계모자축제의 불꽃놀이. 첫 해 공연에도 유튜브 생중계 시청자가 6만 명에 이르렀고 축제 3일간 누적 방문객 약 10만여명을 넘었다. 이 같은 결과가 알려져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K-컬처 관광이벤트 100선'에도 이름을 올렸다. <상주시 제공>

2024년 제2회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 우리나라와 세계의 전통 모자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다. '상주 모자 세계를 휘감다'는 주제로 전 세계 전통 모자 문화를 소개했다. <상주시 제공>
신라시대부터 명주 산지로 명성
전통적인 의복·모자 생산 중심지
함창명주 연계 글로벌 아이콘 확장
각국 이색 모자 전시·공연 등 인기
국내 첫 시도 콘텐츠, 유튜브 호응
K-컬쳐 관광이벤트 100선에 선정
국군·자전거 연계 모자展도 주목
올 '펀펀HAT'서 도심 파티 준비
◆모자의 나라 조선에서 모자의 도시 상주로
2019년 첫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은 조선시대의 왕실을 배경으로 한 K-좀비 물로, 매력적인 스토리와 뛰어난 연출을 통해 해외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그런데 드라마에 등장한 배우 말고도 의외의 존재가 세계인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모자'였다. 주지훈이 배역을 맡았던 왕세자 이창은 좀비와 싸우는 순간에도 멋진 '갓'을 통해 품격을 잃지 않았으며, 군인용 모자인 전립을 쓴 군사들의 모습과 백성들의 패랭이, 세자의 면류관까지 해외 팬들은 한 편의 '모자 쇼'를 본 듯하다며 극찬을 쏟아냈다. "세상에 하나뿐인 갓(God)은 하늘에 있고, 머리 위에 하나뿐인 갓(Gat)은 조선에 있다"라는 말이 생겼으며, 해외 쇼핑몰에 등장한 '갓'은 없어서 못 파는 패션 아이템이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전통 모자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드라마가 끝나면서 함께 막을 내렸을까? 그렇지가 않다. 다행히도 삼백(三白, 쌀·명주·곶감)의 고장이라 불리며 전통 의복의 전성시대를 이끌어온 상주에서 '세계가 모자로 하나가 될 수 있는 축제'를 열어 그 열기와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2023년 10월 상주 삼백농업농촌테마파크 일원에서 열린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 상주시는 2021년 설립된 한국한복진흥원과 함께 전통 복식과 모자를 주제로 한 축제를 전국 최초로 실시했다.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모자 도시로의 도약,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
드라마를 통해 한국 전통 모자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뜨겁던 시기, 상주시가 전국 최초로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을 개최하겠다고 밝히자 일각에서는 "상주와 모자가 무슨 관계가 있냐"며 의문을 품기도 했다. 그러나 상주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상주가 모자에 대한 전통성에 있어 '모자람'이 없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상주는 우리나라 4천 년 양잠 역사 중 최초 생산지이자, 신라시대부터 명주 산지로 이름난 지역으로 전통적인 의복과 모자 생산의 중심지였다. 프랑스 학자 앙리 갈 리가 1905년 출판한 책 '극동에서의 러일전쟁'에서 "조선에는 4천종에 달하는 모자가 있다"라고 기록한 만큼 당시 조선시대에는 다양한 모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생산됐을 터인데, 조선시대 교통·교육·행정의 중심지였던 상주에서 특히 의복과 모자의 거래가 활발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상주시는 이와 같은 역사적 바탕을 통해 상주를 대표하는 전통 섬유인 함창 명주와 한복 문화를 모자와 연계해 글로벌 문화 아이콘으로 확장하기로 한다. 그 첫 시도가 바로 우리나라와 세계의 전통 모자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이었다.
상주시는 2021년 설립된 한국한복진흥원과 함께 전통 복식과 모자를 주제로 한 축제를 전국 최초로 구상했으며, 2023년 10월, 경상감영공원과 삼백농업농촌테마공원 일원에서 그 화려한 막을 올렸다. '상주! 모자와의 백년가약'이라는 주제로 3일간 이어진 축제 기간 동안에 각국의 전통 모자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전시 및 공연, 참여 행사가 이어졌다.
이색적인 행사로는 약 25명의 참가자가 모자를 돌려 쓰며 기록을 측정하는 '모돌이 도전 HAT'이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상주시 축제 추진위원회에서 고안한 프로그램으로 24개 읍면동 주민의 협동심을 발휘해 화제가 되면서 시그니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축제장 내 큰 모자, 예쁜 모자, 특별한 모자, 올해의 모자를 관객들의 현장 투표로 선정하는 '올해의 모자'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고, '큰 모자' 수상작의 경우는 지름이 무려 3.6m에 달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펼쳐지는 모자와 관련된 이색적인 프로그램과 이벤트는 유튜브 실시간 라이브를 통해 전 국민에게 생중계됐는데, 첫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 수만 6만 명이 넘었다.
온라인 속 관심뿐만 아니라 축제 3일간 누적 방문객 약 10만 307명이 찾으면서 축제의 지속 가능성이 공식적으로 검증되기도 했다. 이 같은 결과가 알려져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K-컬처 관광이벤트 100선'에 이름을 올리면서 축제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더 높아졌다.
2023년에는 모자를 중심으로 한 전통 복식 문화가 주제였다면, 그다음 해인 2024년에는 '상주 모자 세계를 휘감다'라는 주제로 전 세계의 전통 모자 문화를 소개하는 것으로 확장됐다. 국제적인 참여와 전시를 통해 글로벌 축제로의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도전이었다.
첫 축제에서 겪었던 주차장 부족 및 주차난 문제를 무료 셔틀버스 운행을 통해 해소하고, 축제 홈페이지를 활성화해 축제 홍보에 좀 더 적극적으로 매진했다. 2023년 150여 명이었던 자원봉사자도 300여 명으로 확대해 관광객과 시민들의 불편도 최소화했다.
무엇보다 달라진 점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였다. 축제 전야제에 도입한 도심 속 스페셜 모자 퍼레이드와 도심 파티는 주민 주도형 프로그램으로 시민 천여 명이 참여해 새로운 볼거리, 즐길 거리를 제공하면서 도시 전체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고, 이색 모자를 쓰고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는 자유를 선사했다. 그렇게 '2024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은 2회째인 신생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관람객 11만 5천 명, 유튜브 실시간 라이브 시청자 2만 명이 함께하는 축제로 발전하면서 또 한 번 지속 가능한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이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축제에만 공을 들였기 때문이 아니다. 상주시가 모자와 관련된 콘텐츠를 생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에는 화령장 전투 전승기념관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대한민국 국군의 모자를 모아 특별전시회를 개최했는데, 실제로 사용된 국군 용사의 모자 120여 점이 전시돼, 모자를 통한 호국의 도시 상주를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2023 제1회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에는 3일간 누적 방문객 10만307명이 모였다.상주시는 축제 활성화와 함께 모자와 관련된 콘텐츠를 생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같은 해 10월, 상주 자전거박물관에서는 '세상의 자전거와 모자 전(展)'을 열기도 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쓰는 모자를 살펴볼 수 있는 그야말로 이색적인 전시회였다. 각국에서 클래식 자전거를 탈 때 쓰는 모자, 자전거 배울 때 쓴 모자, 자전거 대회가 열릴 때 쓰고 나갔던 모자, 자전거 타는 이들의 안전장치 헬멧까지 다양한 모자를 선보여 상주에서 모자가 얼마나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계기를 마련했다.
◆2025 상주모자페스티벌을 기다리며
모자의 문화적 쓰임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상주는 또 한 번의 축제를 준비 중이다. 다가오는 9월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2025 상주모자페스티벌'이 펼쳐진다.
더 나은 축제를 위해 상주시와 상주시 축제 추진위원회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지난 6월18일에는 '2025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 D-100'을 맞아 축제의 주제를 'FUN FUN HAT!'으로 정하고, 슬로건은 '모자로 즐기는 재미있는 세상'으로 최종 선정함으로써 축제의 방향을 확정했다.
더 재미있고, 즐거운 축제를 위해 상주시와 상주시 축제 추진위원회는 개막 전날인 9월25일 상주시청에서 패션 거리에 이르는 구간에서 모자 퍼레이드와 도심 파티를 펼칠 예정이고, 9월26일 개막식과 함께 모돌이 게임 전국대회를 비롯해 다양한 모자 콘텐츠를 풀어놓을 예정이다. 이전 축제에서 부족했던 테마별 모자전시관의 연계 방향을 고민하고, 지난해 만족도가 높았던 전문 식당 키오스크 시범 사용의 확대 방안도 고민 중에 있다.
올해는 특별히 2025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의 상징 모자를 선정하기 위해 '모자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했는데, 6월27일 마감된 다양한 아이디어들은 창의성, 전통성, 주제 적합성 등의 심사 기준을 바탕으로 전문가 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될 예정이며, 수상작은 오는 9월26일부터 열리는 상주 세계모자페스티벌 '상주세계모자축제 모자관'에서 전시된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나타낸 디자인부터 창의적이고, 이색적인 디자인까지 그 범위는 무한대다.
모자 콘텐츠의 무한한 가능성은 APEC 정상회의 21개국 모자를 만나볼 수 있는 테마전시관, 세계모자관, MLB모자 특별전 등을 통해 직접 만나볼 수 있다.
모자를 문화 산업화와 관광 자원화의 기회로 보고, '갓'이라는 전통 유산을 세계로 연결하는 콘텐츠 자산으로 성장 시켜가고 있는 상주시.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이 '곶감의 도시', '자전거의 도시'에 이어 '모자의 도시'로 그 위상을 높여나갈 내일과 어떤 모자를 쓰고 나갈지 함께 고민하는 즐거운 축제가 기대된다.
글=박성미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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