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위원장을 사퇴하고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안철수 혁신위'가 당 지도부와 충돌하면서 좌초됐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내정자인 안철수 의원은 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위원장에서 사퇴하고 오는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일 혁신위원장으로 지명된 지 불과 닷새 만이다.
안 의원이 밝힌 직접적인 파행 원인은 '인적 쇄신'이다. 이날 안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대선 후보 교체 논란과 관련해 일종의 정치적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었던 분들"에 대한 인적 쇄신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원내대표를 각각 맡고 있었던 권영세·권성동 의원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즉 대선 후보 교체 당시 핵심 역할을 했던 당 지도부에 대한 안 의원의 인적 쇄신 요구를 '송언석 비대위'가 거부한 것이 빌미가 된 것으로 보인다. 또 일부 혁신위원 인선을 두고서도 의견이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은 이날 오후 SNS를 통해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국민의힘에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인적 쇄신"이라며 "구태의 그릇을 깨야 민심과 당심이 회복되고, 도약의 토대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행동으로 진정성을 증명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안철수 혁신위는 그것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인적 쇄신도 거부하고, 혁신과 거리가 먼 사람을 위원으로 채워야 한다면, 혁신위에 무엇을 기대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야심차게 띄웠던 혁신위가 돌발 변수로 좌초하면서 당 지도부는 적잖게 당황한 모습이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안 의원의 기자회견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타깝고 당혹스럽다"고 했다. 또 안 의원의 인적 청산 요구에 대해서도 "대선 백서를 통해 지난 대선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그 부분에 대해 책임질 부분 등이 정해지면 거기에 따라 비대위를 통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당 일각에선 안 의원의 요구가 막무가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무감사결과 또는 윤리위원회 조사 등 사실 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현재 당무감사위원회는 대선 후보 교체 파동과 관련해 당시 지도부 일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일각에선 안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 명분을 쌓기 위해 이같은 인적 쇄신안을 내세운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대식 비대위원은 "혁신위원장직 수락 5일 만에 사퇴 선언과 당대표 출마로 이어지는 '벼락치기 정치'는 혁신의 진정성을 무색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정훈 의원도 "혁신위원장 인선으로 스포트라이트를 실컷 즐긴 뒤 이제 와서 '친윤(친윤석열)이 인적 청산을 거부해 그만두고 당 대표 선거에 나간다'고 하면 그 진정성을 누가 믿어주겠나. 똑같은 꼼수"라며 "최소한의 책임감도 없는 '안철수식 철수 정치', 이젠 정말 그만 보고 싶다"고 했다.
안철수 '날치기 혁신위' 거부…당대표 도전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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