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새로운 문화단지 달성] 4. 지역을 바꾸는 일상의 문화, 하빈 행복생활문화센터

  • 박관영·이선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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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07 20:20  |  발행일 2025-07-07
“이웃 모두가 자발적으로 만들어 가는 생활문화 공간”
달성 하빈면 대평리에 위치한 하빈행복생활문화센터 전경. 옛 대평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이곳에는 현재 1층과 2층에 걸쳐 총 네 곳의 공간이 마련돼 있다. 공간마다 특성을 달리해 다양한 동호회 활동이 가능하다.

달성 하빈면 대평리에 위치한 하빈행복생활문화센터 전경. 옛 대평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이곳에는 현재 1층과 2층에 걸쳐 총 네 곳의 공간이 마련돼 있다. 공간마다 특성을 달리해 다양한 동호회 활동이 가능하다.

국악·밴드·댄스·도예·그림·공예 등

다양한 동호회 위한 활동 공간 제공

5인 이상 생활문화 동호회 무료 대관

한지·닥종이, 전통·현대 공예 체험

하빈면 주민 위한 무료강좌도 운영

달성군 하빈면 대평리라는 곳이 있다. 드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달성군에서도 북쪽 가장 끄트머리에 위치한 곳이다. 마을 위로는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마을에 놀랍게도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시설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단순한 문화시설이 아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곳이다. 무엇보다 모두가 함께 그런 문화를 만들어가는 곳이다. 바로 지난 2021년 이곳에 문을 연 '하빈 행복생활문화센터'다.


◆생활문화를 위한 특별한 공간


이름은 흔히 볼 수 있는 문화센터지만, 일반적인 센터처럼 강좌를 주로 운영하는 곳은 아니다. 이곳의 초점은 그보다 조금 더 특별한 부분에 맞춰져 있다.


바로 생활문화다. 흔히 동호회 활동 같은 것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노래나 악기 연주, 만들기 등을 함께하는 문화 활동이다. 여가 혹은 취미라고 불러도 좋다. 생활문화는 이러한 일상 속 문화 활동이 지닌 가치에 주목하는 말이다. 문화를 만드는 건 예술가나 전문가들의 활동만이 아니란 뜻이다. 동호회로 대변되는 우리 주변 이웃들의 문화 활동 역시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달성 하빈행복생활문화센터에 프로그램 안내 팜플렛이 비치돼 있다. 한지, 닥종이, 자개 등 전통공예를 중심으로 무료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달성 하빈행복생활문화센터에 프로그램 안내 팜플렛이 비치돼 있다. 한지, 닥종이, 자개 등 전통공예를 중심으로 무료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하빈 행복생활문화센터는 이러한 생활문화를 달성군의 새로운 동력으로 활성화시키고자 마련된 시설이다. 주민을 위한 문화 행사나 프로그램도 좋지만, 주민들이 스스로 문화 활동을 해나가는 것만큼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주민을 지역을 새롭게 이끌어갈 문화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셈이다.


이러한 문화센터를 그래서 생활문화센터라고 부른다. 실제로 대구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이 같은 생활문화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지역에 따라 규모도 기능도 조금씩 다르지만, 주민들의 자발적인 문화 활동, 즉 생활문화를 위한 공간이라는 점에서는 대부분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빈생활문화센터의 도예 동호회 '흙내음'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도자기를 만든다. 하빈생활문화센터에서는 국악·밴드·댄스 등 공연 분야와 공예·그림 등 미술 분야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하빈생활문화센터의 도예 동호회 '흙내음'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도자기를 만든다. 하빈생활문화센터에서는 국악·밴드·댄스 등 공연 분야와 공예·그림 등 미술 분야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달성 하빈행복생활문화센터 도예 동호회 '흙내음' 회원들의 작품.

달성 하빈행복생활문화센터 도예 동호회 '흙내음' 회원들의 작품.

◆다양한 동호회들의 활동이 펼쳐지는 곳


대표적인 예가 지역의 동호회를 위한 활동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곳 역시 다르지 않다. 옛 대평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이곳에는 현재 1층과 2층에 걸쳐 총 네 곳의 공간이 마련돼 있다. 공간마다 특성을 달리해 다양한 동호회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1층에는 벽면거울이 설치된 다목적실이 있다. 105.6㎡(약 32평) 크기로, 댄스나 음악 등의 다양한 공연 연습이 가능한 공간이다. 음향장비는 물론, 밴드 연습을 위한 드럼이나 키보드 같은 악기도 구비돼 있다. 여기에 테이블과 의자, 프로젝터 등도 마련돼 50인 정도가 함께하는 행사도 가능하다.


2층에는 공작실도 있다. 주로 공예 등의 미술활동이 가능한 곳이다. 테이블과 의자, 미술용품 세척 등이 가능한 수도시설이 마련돼 있으며, 물품을 정리해둘 수 있는 수납선반도 준비돼 있다. 같은 층에는 동아리실도 있다. 다목적실과 크기가 같지만, 상대적으로 방음처리가 용이한 까닭에 국악이나 기악 등의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야외공간인 운동장도 있다. 동호회들이 행사나 연주회 등을 할 수 있는 장소로, 학교 부지라는 특성을 살린 부분이다. 여기에 다양한 논의를 이어갈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나 수유실, 샤워실 등 부대시설들도 마련돼 있다.


실제로 이곳에서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는 여윤정(51) 씨는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다. 시설이나 주차 공간도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가 속한 동호회는 도예 동호회 '흙내음'이다. 10여 명으로 구성된 이 동호회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이곳에 모여 도자기를 만든다. 이전부터 흙내음 활동을 하고 있던 모친과 함께 활동 중이라는 여 씨는 "동호회 활동이 즐겁다 보니, 이곳에 올 때마다 행복이란 게 멀리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이곳에는 현재 흙내음처럼 정기적으로 활동하는 동호회가 대여섯 팀 정도 있다. 여기에 비정기적으로 모이는 동호회들도 있다. 활동 장르도 다양하다. 지금까지 국악, 밴드, 색소폰, 오카리나, 댄스 등의 공연 분야부터 도예나 그림, 각종 공예 등의 미술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들이 펼쳐졌다. 달성군에서 가장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시설이기도 한 셈이다.


물론 이들처럼 공간을 사용하기 위해선 별도의 대관 신청이 필요하다. 현재 상하반기로 나눠 미리 신청을 받고 있다. 대관료는 당연히 무료다. 달성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5인 이상의 생활문화 동호회라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이곳이 외곽에 위치한 이유


그런데 의아한 점이 있다. 이런 기능을 하는 곳이 왜 하필 달성군에서도 가장 외곽 지역에 있을까. 여기에는 다른 생활문화센터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이곳만의 남다른 진정성이 담겨 있다.


생활문화는 사실 지역문화진흥법에 등장하는 용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법은 지역 간의 문화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지역 간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중요한 핵심이 바로 생활문화라는 뜻이다. 현재 전국 곳곳에서 생활문화센터가 운영되고 있는 이유도 같다.


그런 면에서 이곳이 위치한 하빈면 대평리는 말 그대로 이러한 문화적 불균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다. 달성군에서 가장 먼 곳인 만큼 문화적인 혜택이나 기회를 누리기가 가장 어렵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곳은 그런 문화적 불균형의 최전선에 자리한 곳이기도 하다. 지역 간 균형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는 셈이다.


실제로 동호회를 위한 공간 제공과 더불어 이곳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하빈면 주민들을 위한 생활문화 프로그램 운영이다. 한지, 닥종이, 자개 등 전통공예를 중심으로 무료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 가운데서도 고령층의 여성이 많이 참여한다는 점을 감안한 구성이다.


개관 초기부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온 소정혜(70) 씨는 "이전에는 이런 기회가 없었다. 강좌를 통해 배우는 내용도 신기하고, 새로운 동네 분들을 만나는 것도 흥미롭다. 그러다보니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분들도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프로그램의 인기도 상당하다고 했다. 20인이 기준인 강좌 정원은 매번 빈자리가 없다. 강좌는 상하반기별로 각각 12회 차에 걸쳐 진행되는데, 출석률이 매번 90%이상이다. 주민들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는 가정이다 보니, 주로 저녁시간에 강좌가 이뤄진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런 점을 반영해 지난해 여름부터는 '농한기 프로그램'도 추가했다. 농한기가 되면 한가해지는 낮 시간을 활용한 프로그램이다. 업사이클링 공예처럼 기존 강좌와는 다른 분야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자개공예 강좌를 접했던 소정혜 씨는 조만간 수강생들과 함께 동호회를 꾸려볼 계획이다. 소 씨와 몇몇 수강생들은 흙내음 동호회 활동도 하고 있다. 단순한 강좌가 아니라, 이를 통해 동호회로 대변되는 생활문화를 주민들의 또 다른 행복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곳의 이름이 다름 아닌, 행복생활문화센터인 이유기도 하다.


달성 하빈행복생활문화센터 마주침공간.

달성 하빈행복생활문화센터 마주침공간.

◆모두가 함께 만드는 일상의 변화


하빈면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만 있는 건 아니다. 달성군 주민 전체를 위한 생활문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라탄공예, 우드카빙, 글라스아트 등의 현대공예를 체험할 수 있는 원데이클래스 강좌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주로 주말에 진행된다. 달성군에 거주하는 가족이라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며, 참가비 역시 무료다.


특히 올해는 4월부터 매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수요가 높아진 탓이다. 달성문화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신청을 받고 있는데, 금방 예약이 마감될 만큼 인기가 많다. 때문에 대기신청도 받고 있다. 이곳이 동호회나 하빈면 주민뿐 아니라, 지역 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증거다.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달성문화재단 관계자는 "이곳을 통해 더 많은 분들이 생활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재단의 여러 생활문화 관련 사업들과도 연계해 앞으로 달성군의 모든 생활문화가 모이는 거점으로 만들어갈 계획"라고 전했다.


이처럼 지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이곳이 지역을 새롭게 바꾸고 있다. 동호회든, 주민이든 결국 모두가 함께 모여서 만드는 변화다. 이러한 생활문화는 그래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이자, 행복한 문화이기도 하다. 달성군의 일상은 이렇게 또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 중이다. 그런 변화의 시작이 바로 이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글=이선욱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달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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