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9일 대구 동구청에 마련된 산불 진화 헬기조종사 고 정궁호 기장의 추모 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고인의 영정 앞에 묵념하고 있다. 영남일보DB
"아버지는 한결같은 분이셨습니다. 가족 안위도 소중하지만, 국가를 지키고자 하는 각오와 신념을 품고 계셨습니다."
지난 4월 6일 대구 북구 서변동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거대한 화마가 건조한 날씨를 틈타 경상도를 집어삼키던 때였기에 당시 대구 전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동구청 소속 산불진화헬기를 담당한 故정궁호(74) 기장은 신고를 접수한 즉시 망설이지 않고 출동했다. 하지만 홀로 헬기를 몰고 간 정 기장은 추락 사고를 당했다. 1986년 경찰 항공대에서부터 민간 항공사까지 헬기 조종만 40년을 한 베테랑이지만, 황망히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다.
산불 현장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다 희생된 고인의 공로를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8일 대구 동구청에 확인한 결과, 정부 인사혁신처 산하 공무원재해보상심의위원회가 지난달 26일 정 기장에 대한 '위험직무순직' 인정 청구를 가결했다.
이로써 정 기장에 대한 국가유공자 신청 자격이 부여되고, 고인을 국립현충원에 안장할 수 있다. 정 기장 유족은 이날 국가보훈부에 국가유공자 신청 관련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위험직무순직자는 국가유공자 인정 과정에서 별도 심사가 없어 신속하게 지정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기장의 아들 정모 씨는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모든 기관에서 도와준 덕분에 생각보다 매우 신속하게 순직 결정이 됐다. 아버지도 굉장히 좋아하실 것 같다"며 "동구청도 순직자 신청 절차를 꼼꼼하게 안내해주고, 유가족 감정을 많이 보살펴줬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를 보면 '이런 사람이 군인, 경찰이 돼야 하는구나' 생각했다. 장례식 때 그간 아버지와 가깝게 지낸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버지는 언제나 진심을 다해 의로운 일에 임하셨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우리 가족은 물론, 우리 사회의 '훌륭한 아버지'로 기억될 수 있게 돼 뜻깊다"고 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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