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특검의 수사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4일 만에 다시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은 10일 새벽, 내란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전직 대통령이 두 차례 구속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 7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공용서류손상, 대통령경호법 위반, 범인도피 교사 등 7개 혐의를 적용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전날 오후 2시 22분부터 9시 1분까지 6시간 40분 동안 진행됐다.
윤 전 대통령은 앞선 심문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직접 최후진술에 나섰지만, 법원은 내란 특검팀이 제시한 관계자 진술과 물적 증거를 근거로 혐의가 소명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체포영장 집행 방해, 비화폰 기록 삭제, 허위 계엄 선포문 작성 및 폐기 등 이미 진행된 행위를 증거인멸 정황으로 판단했다. 조사에 참여한 변호인의 영향으로 관련자 진술이 바뀌었다는 특검 측 주장도 근거로 제시됐다.
특검은 총 66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 중 16쪽을 '구속 필요 사유'에 할애했으며, 형평성 문제도 강조했다. 내란 사건 공범들이 이미 구속된 상황에서 정점에 있는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를 유지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윤 전 대통령 측의 "도주 우려가 없고 영향력도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구속됐다가 3월 구속 취소 결정으로 풀려났으며, 이번이 두 번째 구속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새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일반 구속 피의자와 같은 절차를 거쳐 수감됐다. 인적사항 확인과 신체검사, 소지품 영치, 수의 착용, 머그샷 촬영을 마친 뒤 약 3평 규모의 독방에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용실에는 침대 없이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자야 하며, 관물대와 접이식 식탁, TV, 변기, 싱크대 등이 비치돼 있다. 구속이 집행되면서 대통령경호처의 경호도 즉시 종료됐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을 최대 20일간 구속 상태로 조사할 수 있게 됐다. 내란 혐의에 이어, 계엄 명분을 조성하기 위해 북한 도발을 유도했다는 외환 혐의 수사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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