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지적 독자시점' 배우 이민호

판타지 영화 '전지적 독자시점'으로 9년 만에 영화에 복귀한 배우 이민호.
배우 이민호가 오랜만에 영화로 돌아왔다. 2016년 개봉한 한중합작영화 '바운티 헌터스:현상금 사냥꾼' 이후 무려 9년 만이다.
그가 주연으로 출연한 신작 '전지적 독자시점'은 인기웹툰을 영화로 옮긴 작품. '더 테러 라이브' 'PMC 더벙커'를 만든 김병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요즘 대세 배우로 등극한 안효섭, 채수빈, 신승호 나나 등이 출연했다.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어 버리고,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가 소설의 주인공 '유중혁'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아비규환이 되어버린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사투를 그린 판타지 액션이다.
그의 신작은 개봉 전 예매율 1위를 기록하는 등 올여름 극장가 기대작으로 주목받았다. 해외 113개국에 선판매를 확정했으며, '뉴욕 아시안 영화제'를 비롯해 북미에서 가장 권위있는 장르 영화제인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독일의 '판타지 필름 페스트' 등에서 공식 초청을 받았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뭔가를 느끼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막연히 30대 이후에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컴백이 길어진 이유를 설명한 이민호는 함께 작업한 감독에 대해서 "그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덧붙이거나 빼는 거 없이 그냥 명확한 감독님"이라며 무한한 신뢰와 애정를 표현했다.

판타지 영화 '전지적 독자시점'으로 9년 만에 영화에 복귀한 배우 이민호.
◆9년 만에 영화…제작에도 참여
▶소설 속 주인공 '유중혁'의 역할을 맡았다. 죽어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회귀 스킬을 가진 그는 분량은 많지 않아도 강력한 카리스마와 화려한 액션으로 존재감을 보여준다. 유중혁이라는 인물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제가 추구하고 싶은 가치관을 유중혁이라는 캐릭터가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비록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 삶이더라도, 그래도 주어진 상황을 뭔가 사명처럼 받아들이고 묵묵히 그냥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나가는 그런 지점들이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유중혁'에 대한 서사가 많지 않아 베일에 쌓여진 듯 하다. 감독이 모 매체와 인터뷰에서 후속편을 만들 계획을 밝혔던데.
"감독님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얘기를 많이 했어요. 저는 유중혁이라는 인물은 '김독자'에게 이입이 되어야 더 명확하게 보여지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분량에 대한 욕심은 없었어요. 유중혁의 씬은 단 한 장면만 나와도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만약 후속편이 만들어진다면 유중혁의 서사를 만나실 수 있을 거에요."
▶'전지적 독자시점'의 주연을 맡은 것에 이어 공동제작에도 참여했다. 어떤 계기로 제작을 결심하게 됐나.
"요즘 콘텐츠는 물론이고 음악, 게임, 푸드, 뷰티 등 한국의 여러 분야가 세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우수한 콘텐츠가 글로벌로 진출하는 것을 지지합니다. 앞으로도 사명감을 가지고, 좋은 콘텐츠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제작자로서 영화산업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갈수록 인간의 삶이 고립되고, 개인화되면서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콘텐츠 분야가 더 중요하게 될 것이라 생각해요. 다만 요즘 영화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경제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는 것도 사실이에요. 경제 사이즈는 줄고, 순환되는 돈은 적어지고 있어요. 좋은 콘텐츠가 사랑받고, 성장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가 도움이 되는 지점이 있다면 더욱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전지적 독자시점'이 올여름을 겨냥한 영화 가운데 가장 먼저 출격을 하게 됐다. 첫 주자로 느끼는 부담감은 없는지, 또 다른 경쟁작과 비교해 이 작품만의 매력이 있다면 알려달라.
"제 생각에 여름에 잘 어울리는 영화에요. 더운날 에어컨 쐬면서 두시간동안 여행을 떠나고, 모험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판타지 영화 '전지적 독자시점'으로 9년 만에 영화에 복귀한 배우 이민호.
◆차기작은 대한민국 실화 소재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린 저격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암살자들'을 차기작으로 골랐다. 이 작품은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서울의 봄' 등 실화를 바탕으로 한국사회를 조명해온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제작을 맡아 관심이 높다. 유해진, 박해일 등과 출연하는데, 참여하게 된 과정이나 배경이 궁금하다.
"이번 작품에서는 제가 맏형이었는데, 차기작에서는 제가 막내에요.(웃음) 언젠가부터 세상은 진실이 중요하지 않게 된 것 같아요. 사람들은 사건이 일어나게 된 과정은 스킵하고, 결과만을 두고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암살자들'은 진실이 왜 중요한가에 대해 물음을 던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애플TV 시리즈 '파친코' 시즌1·2에서 '한수' 역할로 매우 인상적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민호의 재발견'이라는 리뷰가 나오고, 여러 시상식에서 수상도 했다. 이민호라는 배우에게 '파친코'는 어떤 의미를 가지나.
"서른 초반쯤 내가 지금 이 에너지로는 앞으로 십 년을 건강하게 가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이런 상태인데 어떤 인생, 어떤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는데, 그 무렵 '파친코'를 만났어요. 대본을 보면서 이런 캐릭터라면 뭔가 새로운 것들을 느껴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오디션을 봤지요. '파친코'는 제게 정말 큰 영감을 주었고, 삶을 대하는 태도, 추구하는 것 등 많은 것을 바꿔준 계기가 된 작품이에요."
▶20대에 글로벌 스타로 떴고, 이제 30대를 맞았다. 나이가 들면서 연기에 임하는 자세도 달라졌을지 궁금하다.
"많이 달라졌어요. 20대 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책임감'이었어요. 그렇다 보니 돌발적인 사고나 변주를 할 수 있는 폭이 굉장히 제한적이었던 것 같아요. 30대가 된 지금은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대본을 볼 때조차 처음 드는 감정은 배제하고 연기를 하려고 할려고 해요. 제가 현장에 가서 어떤 연기를 할지 스스로가 예측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접근하는 것 같아요."
◆책임감 내려놓고 자유 꿈꿔
▶인터뷰를 하는 내내 '자유'라는 단어를 자주 반복했다. 그만큼 소중하고, 절실한 가치라는 뜻으로 봐도 되나.
"자유를 꿈꿉니다. 단, 무책임한 자유는 안되겠죠. 저는 살면서 한번도 저의 미래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없어요. 그냥 주어진 상황 속에 묵묵히 걸어 나가는 것이 저에요. 그런 면에서 유중혁과 닮아 있죠. 누가 봐도 저 인간은 참 괜찮다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렇다면 이민호 배우도 닮고 싶은 선배 배우가 있을까.
"음…. 되고 싶다는 아니지만 요즘 이정재 선배한테 영감을 받습니다. 해야 할 일을 절대 놓치지 않고, 어떻게든 부딪혀 이루고자 하는 그 분의 치열한 삶이 저한테 영감을 주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가진 앞으로의 포부는 무엇일까요.
"제가 5일 전에 반려견을 먼저 보냈어요. 화장하고 나니까 결국 남는 건 뼈밖에 없더라구요. 그걸 보면서 인생을 생각했는데, 무엇을 남기는 가는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떤 기억을 많이 남기는가가 제일 중요할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많이 기억될수록 나쁘지 않은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많은 기억을 다양한 방식으로 나눌 수 있는 삶을 추구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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