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부터 진행되는 한·미 통상협상에서 사과 등 농산물 시장 개방이 협상 카드로 부상하자 경북 사과 농가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경북 사과 농가는 지난 3월 안동·청송 등 5개 시·군을 할퀴고 간 초대형 산불의 피해 복구도 마치지 못한 상황이다. 산불에 이어 냉해, 여름철 폭염까지 겹쳤다. 힘든 시기인데 미국산 사과 수입이란 복병까지 만났다.
경북은 전국 사과 생산량의 62%를 차지하는 전국 최대 사과 주산지다. 안동·청송을 중심으로 1만8천여 농가가 1만9천㏊에서 사과를 재배한다. 지난봄 산불로 이들 지역의 사과 재배지 1천560㏊에서 피해를 입었다. 3월 말∼4월 초엔 과수 꽃이 피는 시기의 이상저온, 5월엔 우박 피해까지 이어졌다. 그래도 자식 키우듯 정성 들여왔기에 포기하지 않고 과원을 지키고 있다.
이만이 아니다. 정부는 미국에서 줄기차게 요구해 온 소고기 시장 확대는 이번 협상에서 꺼내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농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한우도 경북지역이 전국 사육 규모의 20% 가량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농축산물 수입이 현실화되면 사과·소고기 주산지인 경북 농가가 직격탄을 맞을게 불 보듯 뻔하다. 일본과의 협상에서 보듯, 미국이 농축산물 수입 확대를 강력히 요구하면 우리 정부가 이를 100% 거절하긴 쉽지 않다.
정부의 미국산 사과 수입 움직임에 농민들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경북도의회, 안동시·문경시·청송군의회는 미국산 사과 수입 검토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산불로 인한 눈물이 채 마르지도 않았는데 생존권을 위협하는 사과 수입문제까지 터지니 그 속이 얼마나 타들어 가겠는가. 정부는 농민들의 절규를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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