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대구시와 지역 10개 대학이 대구형 라이즈 체계의 비전과 핵심목표를 공유하고 상호협력하기 위한 '라이즈 사업 추진' 협약을 체결했다. <대구시 제공>
대구시와 대학 간 라이즈(RISE·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 사업이 올해부터 본격화된다. 라이즈 사업은 교육부가 주관하던 대학 재정지원사업에서 벗어나, 지자체 주도로 지역발전 전략을 세우고, 대학교육 혁신 및 지원을 통해 동반 성장한다는 게 목표다. 라이즈는 교육부가 전국 17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연간 2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추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올해(1차년도) 대구지역 사업비는 총 765억원(국비 653억원·시비 112억원)이다. 대구에는 10개 대학이 참여한다. 경북대·계명대를 비롯해, 계명문화대·대구공업대·대구과학대·대구교육대·대구보건대·수성대·영남이공대·영진전문대가 함께한다.
대구시는 라이즈 사업이 종료되는 2029년 이후 지역 5대 미래산업 종사자 수 6만명(현재 5만명) 확보, 지역 대학 졸업생 정주 취업률은 일반대 25%(현재 15%), 전문대 45%(33%)로 상향하는 목표를 세웠다.
◆한발 앞선 체계 구축
대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청년인구 유출이다. 지난 3년간 대구 20~30대 인구 유출은 전체 인구유출의 60%를 차지한다. 청년층이 더나은 직장과 교육여건, 즐길거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앞다퉈 빠져나가는 것. 대구시는 청년을 유입해 정주시키는 건 생존이 걸린 중대한 사안으로 여긴다. 그런 측면에서 2023년부터 2년간 시범기간을 거쳐 올해 본격 추진 중인 라이즈 사업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볼 수 있다. 라이즈 사업은 지자체에 사업설계부터 예산집행 권한까지 과감하게 이양했다는 점에서 기존 지원사업과는 차별성을 보인다. 중앙정부 주도의 일원화된 대학지원 틀과 한계에서 벗어나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과제 기획과 성과목표 설정, 대학별 특성화에 따른 패키지형 과제지원 등을 설계할 수 있게 된 것.
대구시는 2023년 2월 전국 7개 지자체를 선정하는 라이즈 시범사업에 선정돼 타 지자체보다 한발 앞서 라이즈 체계 전환을 준비했다. 지난해 3월엔 전국 최초로 '국' 단위의 전담기구 '대학정책국'을 신설했다.
지난해 12월엔 대구시와 지역 10개 대학을 포함해 교육계·경제계·산업계가 참여하는 '라이즈위원회'가 출범됐다. 시는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지자체 최초로 지역 라이즈센터를 '대구라이즈연구센터'와 '대구라이즈사업센터'로 이원화했다. 시정 및 정책연구 분야에선 대구정책연구원을 대구라이즈연구센터로 지정했다. 기업지원과 지·산·학·연 협력사업 수행에 경험이 많은 대구테크노파크를 대구라이즈사업센터로 두고 있다.
◆혁신성장의 순환고리
대구 라이즈 사업은 '미래 50년 번영 대구, 세계로 비상하는 대학'이라는 비전 아래 지역 5대 미래산업(미래모빌리티·로봇·헬스케어·반도체·ABB산업) 육성에 필요한 지역인재 창출이 핵심 목표다. 대구시는 정주여건 조성과 지역사회 혁신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4대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대구형 지·산·학 연계 대학교육 혁신 △5대 미래산업 혁신인재 양성 △취·창업 연계 대학-지역기업 협력 △정주여건 조성 및 지역사회 혁신이 그것이다. 라이즈 기본계획은 4대 프로젝트와 함께 하위 단위과제 17개로 구성됐다.
시는 인재 양성 교육체계 구성을 뒷받침할 첫 번째 프로젝트로 '대구형 지·산·학 연계 대학교육 혁신'을 추진한다. 핵심은 '기존 대학의 틀 깨기'다. 대학이 주체가 돼 학교 담장을 허물고, 지역사회와 공동 발전을 위한 혁신을 추진한다. 대구지역 내 대학 간 공유캠퍼스 운영과 온라인 공유대학 플랫폼 구축으로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는 심산이다.
시는 지·산·학 협력체계를 토대로 '5대 미래산업 혁신인재 양성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채용연계형 융합교육과정 운영 및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석박사 고급인재와 산업현장 친화형 전문인력 양성 및 미취업자·예비취업자 대상의 혁신아카데미 운영 등 지역 실무형 인재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구 라이즈 사업은 '취·창업 연계 대학-지역기업 협력'에도 큰 공을 들인다. 현재 대구지역 대학들은 전국 최상위권 규모의 재적학생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취업률(일반대 56.6%·전문대 70.9%)은 전국 평균(일반대 64.1%·전문대 71%)에 못 미친다. 해당 프로젝트는 양성된 미래산업 분야 인재를 취업·창업과 연계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안경, 섬유패션, 기계금속 등 기존 전통산업 고도화 지원과 대학 특성화에 맞는 창업생태계를 조성, 인재를 지역에서 흡수할 수 있도록 한다.
취·창업 연계 대학-지역기업 협력이 성공하려면 '정주여건 조성 및 지역사회 혁신'이 동반돼야 한다. 시는 동성로 도심캠퍼스 조성 및 운영, 청년연구자를 위한 직(職)·주(住)·락(樂) 빌리지 조성을 통해 '인재·청년 친화도시'로의 탈바꿈을 꾀한다. 대구경북 대학 15개교(대구 9개교·경북 6개교)는 학생 및 학점교류 협약체결을 통해 도심 활성화와 청년문화 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전주기 원스톱지원센터 건립, 시민 니즈를 반영한 평생교육 및 평생학번제 구현, 대학보유 인프라를 활용한 지역 현안해결 리빙랩 운영도 진행한다.
◆사업 실효성에 중점
대구시는 그간 지역 공감대를 바탕으로 라이즈 체계를 설계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거버넌스 구축에 집중해 왔다. 향후엔 프로젝트와 단위과제가 지역을 혁신하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지원시스템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지역대학과 유관기관, 기업이 모두 참여하는 프로젝트 및 단위과제별 협의체를 구성한다. 지역사회 혁신주체들이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거버넌스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신규 과제를 발굴해 사업 실효성을 더 높여 가겠다는 복안이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행정부시장)은 "대구 라이즈 체계는 지역사회와 대학의 상생발전을 견인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대구형 라이즈 체계가 안정적으로 지역에 안착하고 성공모델로 자리잡아 지역사회 혁신의 선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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