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운 대동병원장이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이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사회가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박상운 대동병원장이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이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사회가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박상운 대동병원장이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이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사회가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길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길을 만들었습니다." 박상운 대동병원장의 말에는 지난 10여 년의 시간이 담겨 있었다. 한때 '데이케어의 삼성'이라 불리며 주목받았던 대동병원은 수많은 좌절 속에서도 지역사회 정신건강 재활의 가능성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국내 정신의료기관 최초로 IPS 피델리티 인증을 획득했다. 이는 단순한 성과가 아니다. 취업을 원하는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IPS의 철학처럼, 대동병원은 끝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제 진짜 시작입니다." 박 원장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흔들림이 없었다.
▶국내 정신의료기관 최초로 IPS 피델리티 평가를 공식 인정받은 소감은.
"10여 년 전 본원 데이케어(DC)는 300명에 달하는 이용자로 '데이케어의 삼성'이라 불릴 만큼 주목을 받았다. 당시 병원 중심에서 지역사회로 확장되는 흐름을 만들었지만, 그룹홈·다르크 등 주거지원은 제도적 한계로 정착하지 못했고 직업 재활 역시 정체를 겪었다. 이번에 IPS 피델리티 인증을 국내 최초로 획득한 것은 이런 과거를 생각하면 더욱 뜻깊다. 데이케어를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직업재활로 확장한 것도 상징적이다. 다만 정부가 최근 장기입원 병동의 수가를 인상하는 등 지역사회 복귀보다는 병원 내 보호 구조로 회귀하는 정책은 아쉽다. 이런 한계 속에서도 IPS를 실천해 최초 인증기관이 된 것은 큰 보람이다. 앞으로도 정신건강 재활의 새로운 길을 여는 선도기관으로서 제도적 전환을 촉구하고 실천으로 증명하는 병원이 되겠다."
▶'합리적인 수준' 달성은 어떤 의미인가.
" IPS 8원칙을 실천하고 직업재활 서비스가 일정 수준 이상 제공된다는 의미다. 이는 조직문화, 팀 협력, 실천 역량이 이미 형성돼 있다는 평가이자, 취업률 향상 가능성이 높은 수준을 뜻한다. 특히 IPS는 'Zero exclusion', 즉 증상이나 장애로 인해 취업을 원하는 사람을 배제하지 않는 원칙을 중요하게 여긴다."
▶IPS 실천을 조직문화로 녹여낼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무엇인가.
"치료공동체 철학을 기본으로 한다. 2012년 치료공동체 도입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현재 46개 치료 프로그램과 다양한 모임이 운영되고 있고, 이 철학이 본원의 치료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토양에 비유하면 어떤 씨앗을 뿌려도 잘 자라는 환경을 만든 셈이다. IPS 실천 역시 이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서비스로 연결됐다. 직업을 가진다는 것은 사회의 구성원이 돼 사회통합 속에서 회복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본다."
▶ 'for others'가 아닌 'with others' 철학은 병원 운영에 어떻게 반영되나.
"기존 'for others'는 치료자가 중심이 되어 돕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치료공동체 철학은 대상자의 욕구를 파악하고 치료의 주체를 대상자에게 두며, 다양한 직군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with others'를 실천한다. 대표적인 예가 MSM이다. 아침마다 각 직군의 치료자가 모여 대상자의 욕구를 공유하고 다각도로 치료 방안을 마련한다."
▶조사단이 주목한 대동병원만의 IPS 실천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IPS 도입 전부터 국내 최대 규모 데이케어를 운영하며 직업재활에 앞장서 왔다. 초기에는 보호작업장을 중심으로 60~70명이 훈련 후 취업 방식으로 참여했으나 현장의 한계를 느꼈다. 이를 계기로 '취업 후 훈련' 방식이 더 효과적임을 인식했고 IPS 도입으로 이어졌다. DC 이용자 중 일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회원을 중심으로 성공 모델을 만들어 후배들에게 희망 사례로 연결했다. 단순한 제도 도입이 아니라 병원 내부의 실천적 전통과 도전 정신 속에서 가능했다. 현재도 데이케어는 제도와 수가 체계가 미비한 상황이지만, 직업재활의 실질적 효과를 고민한 끝에 IPS를 도입했다."
▶조사단이 제시한 개선 과제 중 보완할 부분은 무엇인가.
"IPS 피델리티 평가에서 각 클라이언트에 대한 개입 내용과 IPS 원칙 실천은 긍정적 평가를 받았으나 기초 서류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앞으로는 행정적·조직적 틀을 더 정비할 계획이다. 특히 전담 전임자 2인이 주 1회 이상 정기적 미팅과 슈퍼비전을 체계화하고, 실적 중심으로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인력 구조와 실천 체계를 강화하겠다."
▶향후 IPS 확산과 한국형 모델 정착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이번 인증은 끝이 아니라 출발선이다. 앞으로는 직접 성공 사례를 만들어 IPS가 한국에서도 가능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목표다. IPS에 참여한 대상자와 데이케어 회원, 지역 정신과 병원, 가족들이 변화를 체감할 때 사회적 확산이 시작될 것이다. 성과를 적극 알리고 한국형 IPS 모델이 자리 잡아 더 많은 기관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선도기관으로서 책임감을 다하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IPS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만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이번에 한국이 세계 IPS 맵에 등재된 것만으로도 기쁘다. 국내 정신의료는 여전히 장기 수용 구조에 머물러 있지만 IPS 도입은 지역사회 전환의 첫걸음이다.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주거와 직업이 핵심이다. 이번에 직업 영역에서 첫걸음을 내디딘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아직 데이케어 중심의 중간 단계에 머물고 학회조차 없는 현실에서 취업을 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도전했다. 앞으로는 이런 노력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과 수가 체계 개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