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곡항 광장의 조형물. 날아갈 듯한 고래 위에 몸을 곧게 뻗은 여인과 갈매기와 고래 떼가 바람을 가르고 물살을 튕기며 따르는 모습이다. 조형물 뒤에는 고래불해수욕장의 희고 고운 모래가 펼쳐진다.
4.6km 해변 경북 동해안 최대 규모
고래불국민야영장 가족 캠핑 명소
고려때 정자 봉송정 최근 다시 세워
칠암산 화석산지 체험학습장 활용
영덕 '블루로드' 종착점은 금곡2리
대진에서 송천 위에 걸린 고래불대교를 건너면 덕천이다. 여기서부터 커다란 초승달 모양의 해변이 거의 20리, 약 8㎞에 걸쳐 누워있다. 초승달의 이쪽 월첨은 병곡면 덕천리 해변, 초승달의 저쪽 월첨은 병곡면의 병곡리 항구다.
이 긴 해변을 '고래불'이라 부른다. 고려 말 학자 이색이 동해 바다에서 고래가 하얀 분수를 뿜으며 노는 것을 보고 '고래불'이라 한 데에서 유래했다.
이 고래불 해변길이 블루로드 7코스 '해변캠핑'이다. 대진해수욕장에서 병곡항의 고래불해수욕장까지 4.6㎞다. 그리고 8코스 '블루로드의 마지막'이 이어진다. 작은 갯마을들을 지나 블루로드 도착점까지 6㎞다.

영덕 고래불 송천 해안사구의 모래는 석영과 장석으로 이뤄져 유난히 반짝이며 밝은 빛을 띤다.
◆고래불 해변
고래불 해변은 덕천리, 원황리, 거무역리, 영리, 병곡리 등의 마을에 접해 있어 보통 고래불해수욕장 덕천지구, 영리지구, 병곡지구라 부른다. 옛날에는 고래가 보인다고 해서 '경정(鯨汀)'이라 했고, 긴 백사장이 있다고 해서 '장정(長汀)'이라고도 불렀다. 고래불은 '경정'의 순우리말이다.
고래불 해변의 길이는 4.6㎞에 달하고 폭은 30~100m에 이른다. 경북 동해안에서 가장 큰 규모의 모래사장이다. 고래불 해변의 모래는 송천에서 유입됐다. 육지에서 운반된 암석 조각들이 파도에 의해 오랜 세월 깎이면서 고운 모래가 됐다. 이곳의 모래는 주로 석영과 장석으로 이뤄져 있어 반짝거리는 밝은 빛을 띤다.
모래해변 뒤로는 해안사구가 발달해 있고 송천과 바다가 만나 섞이면서 만든 염습지가 넓다. 고래불 해변은 그 자체로 경북 동해안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속해 있다.

영덕 고래불국민야영장 숲속야영장. 17만 5천평 규모의 야영장에는 데크, 오토캠핑장, 전망대, 해안산책로 등을 갖추고 있어 가족단위 방문객이나 캠핑 여행자들이 머무는 쉼터로 유명하다.
해안을 감싸며 소나무 숲도 까맣게 이어진다. 고래불해수욕장 덕천지구의 해안사구 솔숲에는 고래불국민야영장이 조성돼 있다. 17만 5천평 규모의 대형 캠핑장이다. 데크 110면, 오토캠핑 13면, 카라반 25대가 마련돼 있고 전망대와 해안 산책로, 놀이터 등이 잘 갖춰져 있어 가족단위 방문객이나 캠핑 여행자들이 머무는 쉼터로 유명하다.
소나무는 해풍을 견딘 탓에 거의 눕다시피 자란다. 해변을 거의 감춰버린 숲은 해수욕장의 입구에서만 가슴을 열어 바다와 모래밭을 보여준다. 말갛고 망망한 바다와 들판에 내린 눈처럼 뽀얀 모래밭에 눈이 시리다.

영덕 봉송정은 고려 중엽 봉씨 성을 가진 분이 영해부사로 있을 때 정자를 세웠다고 한다. 봉씨 영해부사는 해송 1만 그루를 심어 해풍으로 농사 피해가 없도록 했다고 전해진다.
야영장 옆 도롯가에는 최근에 지은 봉송정(奉松亭)이라는 커다란 정자가 자리한다. 고려 중엽 봉씨 성을 가진 분이 영해부사로 있을 때 정자를 세웠고 수많은 시인묵객이 정자에 올라 풍광을 즐겼다고 한다. 또 그는 1만 그루의 해송을 심어 해풍으로 인한 농사 피해가 없도록 했다고도 전한다. 봉송정 옆에는 이송정이라는 정자가 연접해 있었다는데, 1800년 대홍수로 두 정자는 모두 유실됐다.
수백 년이 지나 오늘날의 봉송정에 오르면 눈앞에 해안 방재림의 우듬지가 짙푸르다. 해안 방재림은 바닷바람에 실려 오는 염분과 모래를 막아주고 해안지역의 농사를 돕는다.
정자의 왼편으로는 습지가 펼쳐져있다. 고래불 해안을 따라 분포하는 염습지와 해안사구는 지형학적, 생물학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다. 염습지에는 바다나 육지에서 보기 힘든 식물들이 많이 자라며 조류, 어류 등 다양한 생물들의 산란지가 된다.
이어지는 거무역리의 고래불 해안에는 경북수산자원연구원이 들어서 있다. 연구원에서는 '바다에서 미래를 창출하다'라는 슬로건에 따라 종 보존, 수산자원 조성, 자원 회복, 고부가 어패류 종자 대량 생산, 신품종 개발 등 시험연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연구원 옆으로 길게 솔숲이 이어지다 고래불 영리해수욕장이 열린다. 숲속에 영덕군 청소년 야영장이 넓다. 영리해변에서 오른쪽을 바라보면 상대산 아래까지 반짝이며 휘어진 고래불의 모래사장이 아득하고, 왼쪽으로는 병곡항의 등대가 손에 잡힐 듯하다.

병곡은 '자라실'을 한자로 옮긴 지명이다. 자루의 방언인 '자라'와 골짜기 혹은 마을을 뜻하는 '실'을 붙여 '자라실'이 됐다. 영덕 병곡항의 모습.
◆병곡리 고래불해수욕장
병곡항 광장에 고래가 날아갈 듯 튀어 올랐다. 몸을 곧게 뻗은 여인은 고래의 머리를 잡고 비행하고 커다란 갈매기와 고래 떼가 바람을 가르고 물살을 튕기며 따른다. 그들 뒤로 희고 고운 모래가 사정없이 펼쳐져 있다. 병곡리의 고래불해수욕장이다.
넓고 넓다. 가슴이 찡하도록 넓다. 조개껍데기 하나 보이지 않는 눈부신 모래다. 파도는 소리 없이 왔다가 사라지고, 바람은 쉴 새 없이 모래밭에 물결을 그린다. 바람이 쓸어놓은 모래밭에 소년과 강아지가 '멍' 속에 앉아 하염없다.
병곡은 옛날 역이 있던 곳이다. 세종실록지리지에 '병곡역(柄谷驛)'이 기록돼 있는데 영해에서 평해, 강릉으로 가는 길의 역원이었다고 한다. 역이 있던 곳의 지형은 바다를 향해 자루 모양으로 튀어나와 있다. 그래서 자루의 방언인 '자라'와 골짜기 혹은 마을을 뜻하는 '실'을 붙여 '자라실'이라 불렀다. 이를 한자로 옮기면 '병곡'이 된다. 지금도 병곡면사무소 건너편에 '자라실'이라는 지명이 남아 있다고 한다. 병곡항은 2019년 어촌 뉴딜 사업에 선정돼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변모했다.

영덕고래불해수욕장의 풍경. 해변 모래사장 위로 야자수 잎 모양의 파라솔이 줄지어 서 있다.
항구에 색색의 테트라포드가 별처럼 쌓여 있고 물결 모양 방파제에 수많은 고래들이 헤엄치고 있다.
'고래도 가끔 수평선 위로 치솟아 올라 별을 바라본다. 나도 가끔 내 마음속의 고래를 위해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본다'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해 푸르다는 걸 아직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 마음속에 푸른 바다와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방파제에 고래들과 함께 쓰인 글귀를 하나하나 읽어본다. 항구의 방파제 끝에 푸른 등의 고래가 하늘을 향해 솟구쳐 있다. 등대이기도 하고 전망대이기도 하다.

피서객들이 영덕 고래불 해수욕장 영리지구에서 바다를 한껏 느끼고 있다.
◆블루로드의 마지막
고래불해수욕장을 지나면 좌측에 용머리공원이 있고 잠시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다. 울진 49㎞·평해 13㎞ 도로 표지판이 나오면 병곡면 백석리에 도착한 것이다. 백석리는 마을 북쪽에 흰 빛의 큰 돌이 있어 지어진 이름이라 한다.
백석항 일대는 온통 파란색으로 가득하다. 정자의 지붕도, 목조 데크의 울타리도 파란색으로 채색돼 있다. 길을 따라 늘어선 낡은 어구들과 소박한 집들이 정겨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모래와 몽돌이 섞인 백석해수욕장은 수심이 얕고 파도가 낮아 어린아이들이 물놀이하기에 좋다.
마을 뒤쪽, 서쪽에 우뚝한 산은 철암산이다. 해발 184m로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약 2천300만 년 전인 신생대의 굴과 가리비 등의 화석이 발견되는 산이다.
철암산을 이루고 있는 암석은 큰 자갈들이 박혀있는 역암이다. 화석들은 주로 이 역암에 분포하는데 특히 '범바위'와 '솥바위' 주변에서 가장 명확하게 관찰된다.
산 정상에 얹혀 있는 거대하고 둥근 솥바위는 바다생물의 화석을 포함하고 있는데, 솥바위가 과거 동해바다 속에 있었다가 오랜 시간을 거쳐 솟아올라 마침내는 산꼭대기까지 올라가게 된 것이라 한다. 화석산지 곳곳에서는 역암에 박혀있던 자갈이나 화석이 빠져나가고 남은 구멍이 비바람에 깎여나가 커진 타포니 지형도 볼 수 있다.
'철암산 화석산지'는 경북 동해안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속해 있으며 철암산의 5.5㎞ 등산 코스는 '화석 등산로'라 불리며 체험학습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마을을 지나 길은 대로변을 따라 이어진다.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모래해변은 자취를 감추고 아담한 몽돌해변이 마을과 마을을 잇는다. 카펫처럼 깔린 푸른 길을 밟으며 나아가는 길, 하얀 포말을 뒤집어쓴 몽돌들이 자그르르 자그르르 소리를 내며 걸음을 함께 한다. 탁 트인 조망과 빛나는 바다, 그리고 다양한 블루로드 조형물과 포토존이 또한 함께 한다.
도로 건너 칠보산 휴게소가 보이면 이미 금곡리다. 마을 가운데를 흐르는 금곡천에서 사금이 났다고 해서 금곡(金谷)이다. 금곡교에서 금곡천을 내다본다. 사금이 났다는 옛 이야기 위로 윤슬이 반짝인다. 영덕 블루로드는 금곡2리에서 끝을 맺는다. 항구 물류장에 그늘을 드리우고 서 있는 파란 캐노피가 블루로드의 도착점을 알린다. 이곳이 전체 여정의 종착점이자, 또 다른 시작점이다.
글=류혜숙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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