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한 수련병원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영남일보 DB>
정부와 여당이 4일 '지역의사 양성법' '필수의료법'의 정기국회 내 처리를 예고하자, 대구지역 의료계가 "가성비(費效) 낮은 지역의사제·공공의대 확대보다 이송체계 고도화 및 행정 유연화가 더 시급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구시의사회 A임원은 이날 영남일보 취재진에게 "지역의료 격차 해소 취지엔 공감하지만, '의대 증설→지역의사 의무복무' 방식은 막대한 재정투입에도 효과가 불확실하다"며 "일본의 유사 제도가 높은 이탈률로 실패한 전례가 있다. 같은 오류를 반복해선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역의사제의 핵심인 '의대 정원 내 지역전형 확대' '공공의대 설립'에 대해 "설립·유지에만 수천억원이 들어가고, 졸업 후 실제 지역에 정착하지 않는 문제가 구조적으로 반복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의대 한 곳을 신설하려면 토지·건물·전임교원·실험장비·기숙사 등 초기비용만 수천억원, 이후 매년 인건비·유지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하지만 의료 인력의 거주·개원 선택은 결국 인구·수요가 좌우한다. '간판(의대) 추가'로 정착을 강제하긴 어렵다"고 했다.
일본의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지역의사 의무복무를 도입했지만 상당수가 중도 이탈해 정책 효과가 반감됐다"며 "면허 제한 등 강제 장치는 위헌 소지가 크고, 현실적으론 '지원금 환수' 정도에 그쳐 이탈 억지력이 약하다"고 했다.
대안으로는 권역 간 병상·이송 '행정 경계' 완화, 응급·분만 등 필수의료 이송망 고도화, AI 기반 교통신호 연동 등 '시간 단축형' 시스템을 제시했다. 그는 "경북 환자를 대구 상급병원으로 이송·연계할 때 발생하는 권역 제한과 행정 절차부터 풀어야 한다. 환자는 가까운 곳, 준비된 곳으로 신속히 가는 게 생명"이라며 "앰뷸런스 증차, 전문 이송인력 확충, 예약·접수·결제·약국 연계를 포함한 병원·약국-교통 통합 시스템만으로도 체감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다"고 했다.
또 "임신부 산전 진료·분만의 경우, 예약 시점에 맞춘 교통지원(이송택시·구급차)과 원격 협진을 표준화하면 '전문의 상시 상주'보다 비용 대비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정책 결정 구조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정부 영향력이 과도하고, '의료계 1'이라 해도 의사협회가 다수가 아니다. 일본처럼 정부 1, 전문가·공익 중심으로 설계하고, 전문의 양성·배분은 학회 자율과 책임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 주도 '규제·처벌형' 접근은 의료 불신과 중복진료를 키우고 사회적 비용을 늘린다. 전문가 의견을 정책에 실질 반영하는 '신뢰 기반'으로 전환해야 국민 불편과 재정 부담이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이 정기국회 내 처리 방침을 밝힌 데 대해선 "속도전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필수의료 공백을 줄이려면 현장과의 협의가 먼저다. 행정경계 해제, 이송체계 강화, 응급·분만 네트워크 표준화 등 '즉시 가능한 조치'부터 시행하고, 그 효과를 평가한 뒤 중장기 인력정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의료현장은 지금도 필수과 기피, 지역 격차라는 이중의 난제를 겪고 있다. 돈이 많이 드는 대형 구조개편보다, 환자 이동시간을 줄이고 병원 간 연계를 촘촘히 잇는 실무형 대책이 국민 체감도를 가장 빨리 높인다"고 덧붙였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