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풍요로운 문화도시 산소카페 청송] 10. 산소카페 청송정원

  • 김광재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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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16 20:20  |  발행일 2025-09-16
군민들이 직접 가꾼 형형색색의 꽃단지…치유·희망의 명소가 되다
백일홍 만발한 산소카페 청송정원을 관람객들이 거닐고 있다. 2021년 9월 개장한 청송정원은 파천면 신기리 용전천변에 조성한 13만6천㎡ 규모의 전국 최대 백일홍단지로 개장  두 달 간 10만 명이 찾았다.

백일홍 만발한 산소카페 청송정원을 관람객들이 거닐고 있다. 2021년 9월 개장한 청송정원은 파천면 신기리 용전천변에 조성한 13만6천㎡ 규모의 전국 최대 백일홍단지로 개장 두 달 간 10만 명이 찾았다.

태풍 등 매년 자연재해 반복되던 곳

제방 높여 생태자연적 공간으로 활용

파천면 용전천변 13만6천㎡ 면적

전국 최대의 백일홍 화원 만들어

2021년 9월 개장할때 핫플로 주목

두 달간 전국 관광객 10만명 찾아

곳곳에 포토존·전망대로 볼거리

음악회 등 문화행사 개최로 인기

청송정원, 공동체 유대강화 역할도

보슬비가 오락가락하는 날, 백일홍 만발한 산소카페 청송정원을 빨강, 노랑 우산을 든 관람객들이 거닐고 있다. 꽃구경을 마친 사람들이 관광버스에 오르고 있다. 손가락으로 휴대폰 화면을 넘기다가 옆 사람에게 보여주며 웃기도 한다. 막 도착한 승용차에서 내린 사람은 꽃밭을 내려다보곤 아, 하고 들리지 않는 탄성을 뱉는다.


꽃을 보면 표정이 환해지는 사람도 많고, 꽃은 꽃일 뿐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많지만,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식물은 꽃가루받이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벌과 나비를 유혹하는 특별한 색깔, 향기, 모양의 꽃을 피워냈을 텐데, 그 꽃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인류가 농사를 시작한 후에 꽃을 사랑하게 되고 정원을 가꿨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 훨씬 이전부터 사람들은 꽃을 사랑했다.


1970년대에 발굴된 한반도 구석기 유적인 충북 청원에 위치한 두루봉동굴 입구 모서리에서는 진달래 꽃가루가 157개 검출됐다. 그 동굴 주변은 진달래가 자랄 수 있는 토양이 아니었으니, 거주자가 동굴을 꾸미기 위해 일부러 꺾어온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사냥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20만 년 전 두루봉동굴 사람들이, 생존에 필요한 것도 아닌데 아름다움에 이끌려 '문화'적인 행위를 한 것이다.


사람들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 까마득한 선사시대의 꽃은 나무꾼 지게에 꽂힌 참꽃으로, 이른 봄 화분에서 꽃망울을 터뜨린 선비의 매화로, 울밑에 서서 울고 있는 봉숭아로, 그리고 청송정원의 꽃양귀비와 백일홍으로 이어져 왔다.


청송정원에서 사람들은 꽃을 보며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기도 하고, 함께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느끼기도 한다.


산소카페 청송정원은 자연과 문화를 만나는 공간이다. 청송군은 청송정원에서 음악회·예술제 등 여러 문화행사를 연다.

산소카페 청송정원은 자연과 문화를 만나는 공간이다. 청송군은 청송정원에서 음악회·예술제 등 여러 문화행사를 연다.

◆자연과 문화가 만나는 산소카페 청송정원


산소카페 청송정원은 자연과 문화를 함께 만나는 장소다. 이름을 풀이해보면, 산소와 청송은 자연에 해당하고 카페와 정원은 문화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사람이 가꾼 정원이지만 백일홍, 꽃양귀비 한 포기 한 포기는 자연이다. 사람들이 종자를 개량하고 씨를 뿌리고 거름을 줬지만,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것은 백일홍, 꽃양귀비 스스로다. 청송군은 여기에 여러 문화행사를 더해 더욱 풍성한 정원으로 만들었다.


2022년 가을에는 김희재, 김범룡 등 인기가수들이 출연한 '산소카페 청송정원, 백일홍과 함께하는 음악회'를 비롯해 18개 합창단이 참여한 '제33회 경북합창제', '청춘 마이크 경북권 공연',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2023년 가을에는 청송정원음악회 '가을음악산책'과 찾아가는 국악한마당 '제3회 청송아리랑제'를 개최했다. 청송정원음악회 '가을음악산책'에는 경북타악인회 누리오케스트라와 이음여성합창단, 테너 민선홍, 바리톤 권신영 등이 출연해 영화음악, 가곡 등을 들려줬다. '제3회 청송아리랑제'에는 무형문화유산 대금산조 이수자 김경애씨와 국악인, 어린이들이 출연해 대금연주, 청송아리랑, 국악동요 등을 선보였다.


지난해 5월에는 산소카페 청송정원에서 한국합창총연합회 경북도지회 주최로 '제3회 전국 청송정원 동요제'가 열렸다. '그림 같은 풍경 있는 동요제'라는 주제로 전국에서 독창 80여 명, 중창 10여 팀이 참가해 꽃밭 속 무대에서 실력을 뽐냈다.


지난해 9월에는 한국예총 청송지회가 주최하는 '제5회 청송예술제'가 청송정원에서 개최됐다. 사행시 백일장, 시화전, 가면 만들기, 가훈 써주기, 문인화, 국악공연 등 다양한 공연과 체험행사가 진행됐으며, 트로트 가수 초청공연과 청소년장기자랑은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10월에는 청송문화원합창단, 청송시니어합창단을 포함한 경북도내 시·군의 21개 합창단이 참여한 '제35회 경북합창제'가 청송정원에서 펼쳐졌다.


올해 봄 산불이 청송군을 덮쳤지만, 청송정원까진 화마 뻗지 못했다. 청송정원의 꽃양귀비는 군민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며, 관람객에겐 희망을 전했다. 사진은 포토존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관광객들의 모습.

올해 봄 산불이 청송군을 덮쳤지만, 청송정원까진 화마 뻗지 못했다. 청송정원의 꽃양귀비는 군민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며, 관람객에겐 희망을 전했다. 사진은 포토존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관광객들의 모습.

◆화마로 실의에 빠진 군민 위로하는 희망의 꽃


그런데 올해 봄 청송에는 사상 최악의 산불이 휘몰아쳤다. 건너편 야산에 산불의 흔적이 검게 남아있던 5~6월, 청송정원에 활짝 핀 꽃양귀비는 실의에 빠진 군민들을 위로했고, 재난극복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청송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희망을 전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청송정원에서 개최돼왔던 다양한 문화행사는 산불의 여파로 모두 취소됐다. 이번 가을에도 문화행사는 열리지 않지만, 주말에 열리는 버스킹 공연은 계속될 예정이다.


치유의 시간이 지나고 내년 봄 꽃양귀비가 망울을 터뜨릴 때면 산소카페 청송정원은 다시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활기찬 공간으로 사람들을 맞이할 것이다. 산소카페 청송정원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그러한 믿음은 충분한 근거가 있다.


2021년 9월 개장하면서 바로 핫 플레이스로 주목을 받았다. 파천면 신기리 용전천변에 조성한 13만6천㎡ 규모의 전국 최대 백일홍단지에 두 달 간 10만 명이 찾아왔다. 드넓은 꽃밭과 사진전, 버스킹, 국악 공연 등 각종 문화행사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친 사람들의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줬다.


이후 관람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구역별로 색깔이 다른 백일홍을 심어 꽃밭을 다채롭게 하고, 벤치 그늘막 등 조형물과 포토존을 추가 설치했다.


2024년에는 봄 작물을 청보리에서 꽃양귀비로 바꿨다. 그렇게 가꿔온 산소카페 청송정원은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를 확고히 했다.


산소카페 청송정원 부엉이전망대. 회전형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청송정원의 아름다운 풍경과 주변 산림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산소카페 청송정원 부엉이전망대. 회전형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청송정원의 아름다운 풍경과 주변 산림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자연이 할퀴고 간 상처 위에 만들어 진 꽃밭


청송정원이 조성되기 전 이곳은 송강생태공원이 있었다. 송강지구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통해 2016년 준공된 24만㎡ 규모의 공원이었다. 그런데 2018년 태풍 콩레이로 큰 피해를 입었고 복구공사가 진행 중이던 2020년에 또 태풍 하이선과 마이삭의 영향으로 추가 피해를 입었다.


이에 청송군은 자연재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방을 높여 충분한 물길을 확보하는 한편, 구릉지를 조성해 자연친화적인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복구공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산소카페 청송정원이 탄생했다.


자연이 할퀴고 간 상처를 다독이고 그 위에 만든 꽃밭이다. 오늘은 백일홍이 활짝 피어있다.


청송정원은 새마을회와 이장연합회 등 17개 주민단체가 중심이 돼 가꾸고 있다. 군민들의 노력이 깃든 이곳은 공동체 유대감 강화라는 역할도 맡고 있다.

청송정원은 새마을회와 이장연합회 등 17개 주민단체가 중심이 돼 가꾸고 있다. 군민들의 노력이 깃든 이곳은 공동체 유대감 강화라는 역할도 맡고 있다.

◆군민이 함께 가꾸는 정원…공동체 유대 강화


청송정원의 미래가 계속 밝을 것이라는 전망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정원이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감상하는 사람들의 관심과 돌보는 사람들의 손길이 필수적이다. 청송정원은 새마을회, 이장연합회 등 17개 주민 단체가 중심이 돼 가꾸고 있다. 개인 정원에 비유하자면 정원 주인이 정원사인 경우라고 할까. 내 집 마당을 꾸미는 마음으로 군민들이 가꾸는 청송정원은 웬만한 어려움은 쉽게 이겨낼 것이고, 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하는 역할도 해낼 것이다.


청송정원에 피어있는 꽃은 모두 백일홍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지만, 색깔도 모양도 제각각이다. 색을 나타내는 말이 아무리 풍부해도 이 꽃밭의 백일홍 색을 구별해서 표현할 수 없고, 홑꽃과 겹꽃으로 구분하는 것도 별 의미가 없이 느껴진다. 꽃 한 송이, 한 송이의 개성, 한 포기, 한 포기의 개성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말의 뭉툭함을 절감하게 된다.


그렇지만 비슷한 색깔끼리 비슷한 모습끼리 모으면 노랑, 분홍, 보라, 빨강 등 하나의 말로 묶을 수 있고, 한 송이가 시들면 옆 가지의 꽃이 피어나는 방식으로 오랫동안 꽃을 피워서 얻은 '백일홍'이라는 이름으로는 청송정원에 피어있는 꽃 모두를 아우를 수 있다.


사람들이 이 백일홍 꽃밭에서 찍은 사진과 찾아낸 이야기들은 각기 다르겠지만, 모두 산소카페 청송정원에서 얻은 것이다.


글=김광재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청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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