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수많은 비경 가운데 특히 계림(桂林)을 손꼽고 싶다. 이강(漓江)에 비친 기묘한 산봉우리들은 지구촌을 대표하는 산수라 해도 손색이 없다. 삿갓을 쓰고 노를 저으며, 가마우지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모습은 원시적으로 보이지만 대륙적 삶의 정취로 다가와 정겹고 멋스럽다. 첨단 AI 시대에 오히려 그리워해야 할 현실의 풍경이기도 하다.
우리는 6·25전쟁으로 인해 금강산을 잃었다. 한국 최고의 산수를 직접 바라보지 못하는 우리 화가들은 중국 계림의 실경을 화폭에 담으며 '관념산수(觀念山水)'라 이름 붙였다. 그러나 중국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웅장하고 다채로운 실경들이 즐비하다. 산수화를 그리는 화가로서 중국이 더욱 부럽게 느껴지는 이유다. <수묵속사 권용섭 작>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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