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인협회가 추천하는 이달의 지역작가 도서 4권] 니, 누고? 외

  • 김형범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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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02 15:38  |  발행일 2025-10-02
니, 누고?/안윤하 지음/문학세계사/148쪽/1만3천원

니, 누고?/안윤하 지음/문학세계사/148쪽/1만3천원

◆니, 누고?/안윤하 지음/문학세계사/148쪽/1만3천원


시집 '니, 누고?'에서 복합적인 '마음의 그림'을 그려 보이는 안윤하 시인은 삶의 파토스(Pathos)들을 다양한 빛깔과 무늬로 변주한다. 서정적 자아가 내면으로 향할 때는 자기 성찰로 귀결되는 서사적 서정에 무게가 실리지만, 그 시선이 외부로 열릴 때는 대조적으로 시인의 감정이 이입되고 투사되는 메시지들이 다채롭게 떠오르는 서정적 서사로 무게중심이 옮겨진다.


신선한 발상과 상상력, 첨예한 사유의 결들이 두드러지는 자기 성찰의 시편들에는 소외감과 고독, 이루어질 수 없는 꿈들이 맞물리는 비애의 정서가 곡진하게 번져 흐른다. 하지만 비가시적인 이미지의 가시화와 은유의 복합성 때문에 이 같은 분위기와 반대로 길항하는 정서들이 갈등하거나 어우러지는 경우도 있다. 반면 시인의 관심이 외부로 확산되거나 전이된 일련의 시편은 서정적인 정조나 섬세한 묘사보다는 해학과 걸쭉한 입담이 끼어들기도 하는 서사적인 진술로 기우는 양상을 띤다. 서정적 자아가 작동하면서도 직정적이거나 직설적인 표현이 빈발하는 이들 시편에는 그늘지고 소외된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 연민과 질박한 휴머니티가 끼얹어지고 포개지기도 한다.


시 쓰기는 더 나은 삶을 향한 꿈꾸기이며, 그 꿈꾸기는 시의 뼈대와 살을 만들어 주게 마련이다. 꿈은 삭막한 현실적 삶 너머의 더욱 고양된 삶을 올려다보게 하며, 거기에 오르게 하는 추동력이 되어주기도 한다. 초월은 철저한 자기 성찰이 선행되고 담보돼야 한다. 겸허해야만 새롭게 채워질 수도 있다. 시인은 일련의 시에서 다른 새 길을 지향하려는 결의를 완강하게 내비친다. 이 자세 낮추기로써의 자성은 "오래전 누워서 뱉은 침이/ 지금 내 얼굴에 떨어진다// 나름 정의로워 외친 직설일지라도/ 메아리로 돌아와/ 귓가에 왕왕거린다"('꽃길일 줄 알았다')는 고해성사와도 같은 고백을 대동하고 있다. 시인은 대구문인협회 회장이며 대구예총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물꼬/서정길 지음/소소담담/200쪽/1만5천원

물꼬/서정길 지음/소소담담/200쪽/1만5천원

◆물꼬/서정길 지음/소소담담/200쪽/1만5천원


수필가 서정길의 수필선집 '물꼬'가 출간되었다. 이 작품집은 2024년 수필미학문학상 수상작으로, 그의 지난 20년 문학 여정을 집약한 선집이다. 서정길은 2005년 등단 이후 세 권의 수필집과 산문집을 펴냈으며, 현재 대구수필가협회 회장과 문예대학 학장으로 활동하며 지역 문단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이번 선집은 '알아야 면장하제'(2014) '아름다운 공존'(2019) '마음에 동네 하나'(2020)에서 엄선한 작품을 담았다.


총 5부로 구성된 책은 자아 성찰, 자연 사랑, 문화 탐방, 사랑과 연민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다. 유년의 기억, 공직 생활의 단상, 향토문화 탐방 등 일상의 사소한 체험이 서사적으로 풀어지며 고백적 성찰로 이어진다. 서정길 수필의 특징은 뛰어난 관찰력과 사실적 묘사다. 자연의 풍경이나 인간 심리를 그려내는 장면은 영화처럼 생생하고, 때로는 해학적 대화나 독백 형식을 빌려 삶의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일상 언어를 바탕으로 한 담백한 문체는 독자에게 쉽고도 분명하게 다가온다. 특히 작은 체험에서 보편적 삶의 철학을 끌어내는 서술력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잔잔한 울림을 안긴다. 그의 글에는 인간애와 선비정신 또한 짙게 배어 있다. 부모와 가족에 대한 효심, 이웃과의 연대, 전통문화에 대한 존중이 따뜻한 필치로 드러난다. '우리 안의 녹은 스스로 닦아야 한다'는 문장은 그의 성찰적 태도를 집약한다. 더불어 향교와 서원에서 체득한 겸허와 절제의 미덕은 오늘의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물꼬'는 삶의 서사와 고백을 통해 독자를 성찰로 이끄는 책이다. 해학과 담백함이 어우러진 그의 수필은 인간적 풍요와 평안을 전하며, "나만의 향기를 지닌 진솔한 글"을 쓰겠다는 작가의 다짐을 확인케 한다.


수필가는 2005년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 제13회 한국수필 올해의 작가상, 2024년 제6회 수필미학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대구수필가협회 회장, 수필문예대학장을 맡고 있다. 달성문화재단 이사장,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산다는 것은/김창권 지음/북랜드/160쪽/1만3천원

산다는 것은/김창권 지음/북랜드/160쪽/1만3천원

◆산다는 것은/김창권 지음/북랜드/160쪽/1만3천원


2025년 계간 '문장'으로 등단한 시인은 삶의 두께와 깊이를 사유의 언어로 풀어낸 '산다는 것은'을 라온 현대시선 네 번째 시집으로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전개된다. 삶에 대한 철학적 성찰, 부모에 대한 그리움과 효심, 그리고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틋한 연민이다.


'장날' '고등어' '아버지' 등 주요 작품에서는 가난과 사랑이 교차하던 유년의 기억이 정갈하게 그려지며, 독자의 마음을 깊이 적신다. 시인은 "봄 같은 두근거림도, 여름 같은 뜨거움도, 가을 같은 외로움도, 겨울 같은 침묵해내는 것"이 곧 삶이라 말한다. 삶을 고상하거나 장엄하게 꾸미지 않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눈부신 진실을 전하는 그의 언어는 독백 같지만 기도처럼 조용히 피어난다. 평론가 김동원은 "고운 서정시는 타인의 상처와 치유를 가능하게 한다"고 평한 바 있다. 그 말처럼 김창권의 시는 독자에게 위로와 성찰을 동시에 선사하며, 잠시 멈추어 자기 삶을 돌아보게 하는 울림으로 다가온다. 또한 시인은 시의 본령이 거창한 관념이 아니라, 작고 사소한 것들을 껴안는 데 있음을 증명한다. 그는 시집 곳곳에서 묻는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단순한 의문을 넘어 삶을 껴안는 태도이자, 독자로 하여금 '사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사유하게 하는 물음이다. '산다는 것은'은 거창한 수사 대신 일상의 언어로 건네는 깊은 성찰의 시집이며, 독자의 하루 또한 한층 따뜻하게 물들이는 힘을 지니고 있다.


김창권 시인은 시집 '산다는 것은' 외에도 에세이집 '크리에이터' '마음은 사기꾼이다'를 펴냈다. 그의 작품 세계는 삶을 정직하게 응시하고,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빛나는 순간을 포착하며, 그 소중한 경험을 언어로 길어 올린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2025년 계간 '문장'으로 등단했으며, 대구문인협회 간사, 텃밭시학 동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바이크, 불멸의 사랑/전기웅 지음/잉어등/132쪽/1만1천원

바이크, 불멸의 사랑/전기웅 지음/잉어등/132쪽/1만1천원

바이크, 불멸의 사랑/전기웅 지음/잉어등/132쪽/1만1천원


어느 누구도 한 송이 꽃이 아닌 적이 없고, 한 편의 시가 아닌 적이 없다. 그러나 아름다움은 언제나 순결한 얼굴만을 하고 다가오지는 않는다. 퇴색한 낙엽처럼 낡은 추억 속에 잠들어 있는 기억들이 있고, 눈을 감고도 좀처럼 잠들지 못하는 아쉬운 밤들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기도 하다. 삶은 늘 빛과 어둠을 함께 품고 있기에 더욱 깊고 단단한 것이다.


전기웅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바이크·불멸의 사랑'을 세상에 내놨다. 시인에게 시를 쓴다는 일은 단순히 감정을 흘려보내는 행위가 아니라, 대상을 인식하고 사물을 바라보는 하나의 길이었다. 지성으로 분별하며 감성으로 노래하는 것, 그것이 시인의 사유이고 눈높이였다. 시인은 꽃을 노래할 때도 단순한 아름다움에 머무르지 않으려 했다. 봄 벚꽃에는 흩어진 사랑이 있었고, 여름 해바라기에는 꺼지지 않는 그리움이 있었으며, 가을 국화에는 쓸쓸한 기억이, 겨울 동백에는 얼어붙은 침묵이 깃들어 있었다. 꽃은 언제나 상처와 햇살, 그리고 시간의 흔적을 동시에 품고 있었다. 결국 그 꽃들은 시인의 인생의 자취이자 제 마음의 형상이기도 했다.


이번 시집에 실린 작품들은 바로 그러한 꽃들의 기록이다. 찢기고 다치며 살아온 세월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으려 했던 순간들, 가시에 베이면서도 다시 햇살을 받아들이려 했던 시인의 마음의 증언들이다. 시는 시인에게 삶을 견디게 하는 언어였고, 세상과 소통하게 하는 통로였다. '바이크, 불멸의 사랑'은 자신의 청춘에 대한 고백이자,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와 같은 마음이다. 시인은 "제 시를 통해 자신의 기억과 상처, 그리고 잊고 있던 사랑을 조금이나마 떠올리실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며 "시를 읽는 동안 여러분의 가슴 속에도 작은 불꽃이 일렁이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시인은 2016년 계간 '서정문학'으로 등단해 서정문학 부회장, 대구문인협회 간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리=김형범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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