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에 정부 ‘제동’...해외 투자 불씨 꺼지나

  •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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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26 22:30  |  발행일 2025-10-26
2차 탐사시추 국제 입찰에서 다수 기업 참여
정부, 사업 추진 과정에 강한 불만 표출
영남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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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석유공사가 추진하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가 정부의 제동으로 빨간불이 켜졌다. 2차 탐사시추에서 석유공사가 영국 BP를 공동개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가운데, 산업통상부가 이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사업 추진 자체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정감사에서 "BP가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됐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불만을 표했다. 그는 "간부들에게 산업부가 어떻게 일을 하기에 피감 기관에서 이렇게 할 수 있느냐고 엄중하게 얘기했다"고도 했다. 26일 산업부 관계자는 "입찰 참여자와 협의 결과를 종합 검토해 사업 추진 여부를 포함한 향후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입장을 내면서 사업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석유공사는 동해 심해 가스전 2차 탐사시추부터 사업에 참여할 해외 파트너를 찾기 위해 국제 입찰을 진행했다. 지난달 19일 마감된 입찰에는 BP를 비롯해 엑손모빌 등 복수의 글로벌 오일 메이저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는 이번 입찰을 통해 최대 49%까지 외국 기업의 지분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사업 리스크를 절반 이하로 줄이는 동시에, 개발 성공 시 과반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구상해왔다.


하지만 정부가 석유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절차와 언론 공표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하며 제동을 걸었다. 이에 일각에선 "석유공사가 어렵게 유치한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결정을 미루거나 보류하게 되면 불확실성을 우려한 외국 기업들이 발을 뺄 가능성이 높다"라며 "향후 다른 공기업들도 정치적 리스크 때문에 해외 협력을 추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스전 사업에 많은 기대를 품고 있었던 포항 지역민들 사이에서도 아쉬운 목소리가 나온다. 한 시민은 "국가의 명운을 쥔 에너지 안보 사업이 정부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라며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사업이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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