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백자는 1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과 같은 특징은 18세기 후반에 시작됐다. 청송문화관광재단은 청송백자의 고품격 명품프랜드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또 청송 도예촌 청송백자 전시 판매장은 청송백자가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창구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청송 도예촌 청송백자전시판매장.
조선후기 대표 4대 지방 民窯 중 하나
청송백자전수관 원형과 가치 복원계승
지난해 축제 10만명 다녀가고 판매 1억원
청송의 새 관광거점 '백자의 숲' 조성 예정
생활문화 콘텐츠로 관광도시 위상 올린다
'청송~ 다시 푸르게, 다시 붉게'를 주제로 한 제19회 청송사과축제가 역대 최다의 50만 방문객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 봄 대형 산불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뜻을 담은 축제였다.
산불은 청송백자축제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2024년 봄 제1회 축제의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한 단계 도약을 꿈꾸던 제2회 청송백자축제가 취소되고 2026년 봄을 기약하고 있다.
청송사과축제는 우리나라 대표적 가을 축제의 하나로 입지를 굳혔다. 여기에 청송백자축제가 품격 있는 봄 축제로 뿌리 내리고, 청송백자가 대한민국 대표브랜드로 자리 잡게 되면 문화도시 청송의 위상은 더욱 높아진다. 내년에 열릴 제2회 청송백자축제가 그 가능성을 눈앞에 보여줄 것이다. 청송백자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면 이런 기대가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6세기 생활도자기로 시작된 청송백자
청송지역의 백자 생산은 1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지금의 청송백자와 같은 특징을 지닌 백자는 18세기 후반에 시작됐다. 19세기에는 청송 지역 특산물로 백자가 많이 거래됐으며, 20세기 들어 전성기를 맞이했다. 일제강점기 매일신보(1923)는 "청송사기는 경상도에서 유일한 특산물로 그 중량이 가볍고 내화성이 있으며, 그 기술이 미려하다"고 했다. 또 동아일보(1927)는 "청송에서 제작된 상품들은 일본 각지에 대체로 판매됐고, 특히 동경에 소재한 미츠코시상점 등에서 일정 기간 꾸준히 청송백자를 구매했다"고 전하고 있다.
해주·회령·양구와 함께 조선 후기 특색 있는 지방의 4대 민요(民窯)로 자리 잡은 청송백자는 서민들의 생활도자기로 널리 유통됐다. 경북 지역에서 '청송사기'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그러나 6·25 이후 청송백자는 생산성 하락, 유통 불편 등을 겪던 중 왜사기와 스테인리스 그릇이 밀려들면서 1958년 청송의 마지막 공방에서도 가마의 불기운이 사라졌다.
생산성 하락과 유통 불편 등의 문제로 1958년 청송백자 가마공방의 마지막 불은 꺼졌다. 청송군은 2009년 청송백자전수관을 개관하면서 백자가마에 다시 불을 지폈다. 조선후기특색있는 지방의 4대 민요로 자리잡은 청송백자는 서민들의 생활자기로 널리 유통된다. 사진은 청송 도예촌의 모습.
백자 가마에 다시 불이 지펴진 것은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2009년 청송군이 옛 법수공방 터 맞은편에 청송백자전수관을 개관하면서였다. 그해 9월에는 청송의 마지막 사기대장 고만경(1930~2018) 옹을 기능보유자로 해 청송백자를 청송군 향토문화유산(무형유산)으로 지정했다.
세상이 변하면서 사라졌던 청송백자가 반세기 만에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 것이다. 식물의 씨앗은 생장에 알맞은 조건을 만나지 못하면 휴면에 들어갔다가, 좋은 환경이 되면 싹을 틔운다. 휴면 기간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연꽃과 대추야자는 2천 년 전의 씨앗이 꽃을 피우고 큰 나무로 자라난 사례도 있다. 자연은 오래 잠들어 있던 씨앗 속의 생명을 깨어나게 만든다. 청송백자가 긴 잠에서 깨어난 것은 자연의 힘이 때문이 아니라, 당시 청송군청 강병극 계장 등 청송백자를 기억하고 사랑한 여러 사람들과 청송군의 노력 덕분이다.
청송백자의 맥은 고만경 옹으로부터 전통과 기술을 전수받은 윤한성 수석전수자, 안세진 전수자, 송인진·고형석 이수자 네 사람이 잇고 있다. 2009년 문을 연 청송 도예촌 청송백자전수관의 모습.
◆고품격 명품 브랜드화로 재도약
이제 청송백자의 맥은 고만경 옹으로부터 전통과 기술을 전수받은 윤한성 수석전수자(청송백자전수관장), 안세진 전수자, 송인진·고형석 이수자 네 사람이 잇고 있다.
전수관이 세워진 뒤 약 3년 동안은 옛 청송백자를 복원 재현하는 작업에 매진했다. 그 뒤 전통 청송백자의 디자인 요소를 응용해 오늘날 식탁에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세련되고 기품 있는 작품들을 만들고 있다.
선문라인, 유채라인, 청채라인, 전통라인 등 네 가지 종류의 제품들을 전수자 네 사람이 각각 한 라인씩 전담하고 있다. 똑같은 제품을 만든다고 해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미세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가 어떤 라인의 제품을 만드는지는 밝히고 있지 않다. 전수자의 개성이 드러난다고 해도 모두 청송백자라는 큰 틀 안의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각각 따로 자라난 네 그루의 나무가 아니라 거대한 밑동에서 굵은 줄기가 네 방향으로 자란 반송에 비유할 수 있겠다.
2013년 설립 이후 청송백자 관련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청송문화관광재단은 청송백자를 고품격 명품 브랜드화를 위한 노력과 동시에 대중들이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해오고 있다. 서울리빙디자인페어, 공예트렌드페어 등에 참가하고 청송백자특별전, 기획판매전 등 청송백자 홍보와 판매를 위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했다. 또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 SBS 드라마 '꽃선비 열애사' 등 프로그램 협찬으로 대중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청송 도예촌 심수관도예전시관에서는 다양한 청송백자를 전시하고 있다. 2013년 설립 이후 청송백자 관련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청송문화관광재단은 청송백자를 고품격 명품 브랜드화를 위한 노력과 동시에 대중들이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해오고 있다.
◆축제로 관광객 10만명·판매수익 1억여 원
청송백자의 복원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듯이 청송백자축제도 오랜 사전 정지(整地)작업이 있었다. 2017년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 국비 사업인 2017 지역특화스토리프로젝트 지원사업을 통해 '모락모락장터'를 운영했다.
김주영 작가가 청송지역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소재로 쓴 '오래된 단지' 중 청송백자 점날(가마굴에서 사기그릇을 꺼내는 날)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청송백자 보부상 마당극을 공연하고 모락모락장터를 운영했다. 모락모락장터라는 이름은 가마굴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과 '재미가 모인다'는 뜻으로 지었다.
또 고만경 옹의 이야기와 청송군청 담당자가 그를 찾는 과정에서 벌어진 에피소드 등을 소재로 해 웹툰을 제작했다. 이후 2021년까지 모락모락장터는 점날 모습을 재현한 플리마켓과 공연, 체험 위주로 구성돼, 지역의 문화활동가들의 무대이자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문화행사로 운영됐다.
2023년 10월에는 청송문화관광통합마케팅사업으로 '청송백자축제'가 이틀간 청송백자도예촌과 청송한옥민예촌(한 바이 소노)에서 열렸다. 모락모락장터와는 달리 청송백자를 메인 콘텐츠로 해 모든 프로그램이 청송백자와 연계되도록 했으며 청송백자 마케팅, 홍보, 판매까지 이뤄지도록 했다. 이틀간 약 4천명이 방문했으며 1천800여만원의 백자 판매 수입을 거뒀다.
청송 도예촌에 위치한 청송백자체험장에는 물레체험, 점토로 만들기, 핸드페인팅 등 일일체험이 화요일부터 토요일 진행된다. 또 청송 주민을 위한 정기 도예강좌도 마련돼 있다.
이런 행사들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해 5월31일부터 6월2일까지 사흘간 청송백자도예촌에서 제1회 청송백자축제가 열렸다. 소원장작쓰기, 핸드페인팅, 물레시연 및 체험, 백자놀이터, 파기체험, 청송백자 팝업전시, 소원 풍경등 달기 등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거리공연, 다도다식체험, 청송백자 마당극, 장작가마 번조행사 등 풍성한 볼거리, 캘리그라피 퍼포먼스, 트로트가수 공연 등도 마련됐다. 방문인원은 약 10만명에 달했으며 청송백자 할인판매 부스에서는 1억여원의 수입을 올렸다.
◆청송의 새로운 관광거점 백자의 숲 조성
청송백자의 오늘이 있기까지 청송군, 청송문화관광재단 그리고 청송백자를 사랑한 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필요했지만, 청송백자의 품질이 뛰어나지 않다면 헛수고에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청송백자는 백토를 사용하는 다른 백자와 달리 도석(陶石)을 빻고 거기에 점성이 높은 흙인 '무른질'을 소량 섞어서 만든다. 재료를 만드는데 힘은 들지만 초벌구이만으로도 제작이 가능하고, 얇게 만들 수 있어 가볍다. 색깔도 아름다운 유백색을 띤다.
500년 역사를 이어받은 청송백자는 오늘날의 새로운 생활문화와 함께 미래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청송군은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청송백자 전시·체험관, 백자조각공원, 중앙광장 등으로 구성된 '백자의 숲'을 조성해 청송의 새로운 관광거점을 만들 계획이다.
청송사과축제가 공간을 넓혀가는 '공시적 축제'라면, 청송백자축제는 시간을 꿰뚫는 '통시적 축제'라 할 수 있다. 두 축제가 각기 다른 개성과 콘텐츠로 자리를 잡게 되면 청송은 더욱 풍요로운 문화도시가 될 것이고, 더욱 많은 방문객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글=김광재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청송군>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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