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안보 팩트시트’ 확정…핵잠 건조 ‘숙원’ 풀고 방위비 ‘청구서’ 받았다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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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14 14:11  |  발행일 2025-11-14
韓, 핵잠 건조·핵연료 권한 확보 눈길
美에 2030년까지 580억불 지출·국방비 3.5% 증액 약속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과 관련해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이재명 대통령,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과 관련해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이재명 대통령,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한미 양국이 14일 관세·안보 협상의 최종 결과물인 '공동 팩트시트'(Joint Fact Sheet)를 확정, 발표했다.


한국은 이번 협상을 통해 핵추진잠수함(핵잠) 건조 승인과 핵연료 주기에 대한 미국의 지지라는 수십 년 숙원을 해결했으나, 2030년까지 총 580억 달러(약 83조원) 규모의 미국산 무기 구매 및 주한미군 지원과 국방비의 대폭 증액을 약속하는 '주고받기식 빅딜'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직접 발표에 나서 "한미동맹은 안보와 경제, 첨단기술을 포괄하는 진정한 미래형 전략적 포괄적 동맹으로 발전·심화하게 됐다"며 "양국이 함께 윈윈하는 한미동맹의 르네상스 문이 활짝 열렸다"고 평가했다.


이는 지난달 29일 경주 한미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쟁점에 합의한 지 16일 만의 최종 타결이다.


韓, '핵잠 건조·핵연료 권한' 숙원 성과

이번 팩트시트에서 한국이 얻은 가장 큰 안보적 성과는 단연 핵추진잠수함 건조다. 팩트시트에는 "미국은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명시됐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브리핑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을 전제로 논의가 진행됐다"며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가 여기(한국)에서 건조한다'는 언급을 했다"고 소개해 국내 건조 방침을 공식화했다.


미국은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우라늄 농축,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미 원자력협정의 틀을 넘어서는 전략적 자산 운용의 자율성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울러 미 해군 함정 건조를 한국에서 진행하는 방안도 모색하기로 해, 조선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게 됐다.


관세·통상 분야에서도 이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범위"라며 "원금 회수가 어려운 사업에 투자를 빙자한 사실상 공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확실히 불식했다"고 강조했다.


美, '83조원+α' 방위 기여 약속 받아내

반면 미국 워싱턴에서 발표된 팩트시트에는 한국의 구체적인 '기여' 방안이 상세히 담겼다.


우선 한국은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에 250억 달러(약 36조원)를 지출하기로 했다.


또한 "한국의 법적 요건에 부합하게"라는 단서가 붙었으나, 2030년까지 주한미군을 위해 330억 달러(약 47조원) 규모의 '포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두 항목을 합하면 2030년까지 미국 측에 약속한 금액만 580억 달러(약 83조원)에 달한다.


이에 더해 이 대통령은 "가능한 한 조속히 한국의 법적 요건에 부합하게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5%로 늘리겠다는 한국의 계획을 공유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환영했다"고 팩트시트에 적시됐다.


미국은 이에 대한 화답으로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과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능력을 활용한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했다.


양측은 또한 2006년 합의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재확인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및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사회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오직 국익만이 영원하다"며 "국익중심 실용외교를 바탕으로 동맹·우방과 관계를 두텁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李대통령 실용외교 지속 언급 한중관계도 강조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한미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담대한 용기와 치밀한 준비, 하나 된 힘을 바탕으로 국력을 키우고 국익을 지키며 국민의 삶을 개선해야 한다"며 "정부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유능한 실용외교를 바탕으로 외교 지평을 보다 넓히고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며 세계를 연결하고 현재와 미래를 잇는 글로벌 선도국가를 향해 힘차게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래산업 전장의 핵심인 인공지능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고, 엔비디아 같은 세계 최고 기업들과의 협력을 보다 강화하겠다"며 "우리의 인공지능 활용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격차 해소를 위한 연대와 협력에 앞장서고, 인공지능 세계 3강이자 아시아 인공지능 수도로서 국제사회와 함께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공동번영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저와 시진핑 주석은 (경주APC 정상회의 계기)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협력과 교류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가기로 뜻을 모았다"며 "양국 간 협력을 저해하는 요소에 대해서는 시간을 가지고 지혜를 모아 대처해 가자고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냉엄한 국제질서 속에서 우리와 입장이나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를 배척하는 건 매우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미국도 중국과 다방면에 걸쳐 갈등과 대립하지만 한편으로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러한 실사구시적 자세"라며 "정부는 중국과의 꾸준한 대화 통해 양국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길을 흔들림 없이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10년간 국제질서는 지난 100년간 우리가 겪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고 보다 심대한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이럴 때일수록 국익중심의 실용외교로 동맹국과 우방국과의 관계를 두텁게 하고 외교 지평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팩트시트 발표가 지연된 것에 관해 "우라늄 농축이나 핵 재처리 문제, 핵추진잠수함 문제에 대해 미국 정부 내에서 약간의 조정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미국 정부 입장은 이미 정상회의 때 대체로 내용이 확정됐다는 것이면서도, 실제적인 세부 문안 작성은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며 "우리도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사안이라 글자 하나, 사안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세부 내용 정리에 아주 미세한 분야까지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야권의 비판을 의식한 듯 이 대통령은 "전면에서 정말 힘센 강자와 우리의 국익을 지키기 위한 협상을 하는데 그걸 버티기도 참 힘든 상황에서 뒤에서 자꾸 발목을 잡거나 왜 요구를 빨리 안 들어주냐고 하는 건 참 견디기 어려웠다"며 "시간이 많이 걸린 건 우리의 유일한 힘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한 불가피하고 유일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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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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