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년 10월 경주면민이 금관총 금관을 지키기 위해 조선총독부에 제출한 청원서. 금관의 서울 이송 방침에 반발한 경주 시민들은 스스로 청원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모금을 통해 금관 보관시설 '금관고'를 짓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이번 '신라 금관 경주존치 범국민운동'은 바로 이 역사적 문서가 남긴 시민 참여의 전통을 104년 만에 다시 이어가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경주문화원 제공
2025 APEC 정상회의 특별전을 계기로 신라 금관 6점이 104년 만에 처음으로 본향 경주에 모두 모였지만 전시가 끝나면 금관이 다시 흩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경주는 시민의 이름으로 '존치 운동'을 선택했다. 1921년 일제강점기 금관총 금관을 지키기 위해 경주면민이 조선총독부에 청원서를 올렸던 것처럼 다시 한 번 시민 참여가 중심이 되는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28일 오전 11시 경주시청에서는 신라 금관 경주존치 청원서 서명식이 열렸다. 주낙영 경주시장과 이동협 경주시의회 의장, 이상걸·박임관 범국민운동연합 공동대표가 대통령·국무총리·문화체육관광부장관·문화유산청장·국립중앙박물관장에게 전달할 청원서에 공식 서명하며 존치 운동의 첫 단추를 끼웠다.
청원서에는 신라 향가 안민가의 "답게 살라"는 가르침을 인용해 '문화유산도 제자리에 있을 때 제 몫을 다한다'는 논지를 강조했다. 또 6점의 금관이 본향 경주에 함께 있어야 한국 문화 정체성이 온전히 완성된다는 취지도 담겼다. 또 지방분권·문화분권 시대에 걸맞게 신라 금관의 경주 존치는 국가의 품격을 세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오후 3시 경주문화원에서는 신라 금관 경주존치 범국민운동연합 출범식이 이어졌고 시민·기관단체·학계·종교계가 참여하는 전국적 서명운동이 공식화됐다.
1921년 금관총 금관이 발굴되자 조선총독부는 금관을 서울로 옮기려 했다. 당시 10월 15일 경주면민은 이에 반발해 시민대회를 열어 직접 청원서를 작성해 총독부에 제출했고 스스로 모금해 금관을 보관할 금관고를 지었다. 조선시대 경주관아이자 현 경주문화원 향토사료관 부지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지나 금령총 금관, 서봉총 금관, 황남대총 북분 금관은 각기 다른 명분 아래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졌고 국립청주박물관은 서봉총 금관을 상설 전시 중이다. 경주에 남은 금관은 금관총·교동·천마총 금관 3점뿐이며 이조차도 여러 차례 전시 이동을 거쳤다. 6점의 금관이 단 한 번도 함께 경주에 모인 적이 없었던 이유다.
28일 경주시청에서 공개된 '신라 금관 경주존치 청원서'. 주낙영 경주시장, 이동협 경주시의회 의장, 이상걸·박임관 공동대표가 서명한 이 청원서는 안민가의 '답게' 정신을 인용하며 신라 금관 6점의 본향 경주 존치를 대통령에게 공식 요청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장성재기자 blowpaper@yeongnam.com
범국민운동연합의 한 관계자는 "박물관측에서 주장하는 관람객 수나 기관 편의로 금관의 자리를 결정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문화유산은 제자리에 있을 때 그 존재 가치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경주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지키는 가장 기본이자 상징이 금관"이라며 "이번 특별전이 아니었다면 6점의 금관이 다시 모이기 어려웠던 만큼, 이제는 금관의 제자리를 되찾는 국가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걸 공동대표는 "신라의 왕도 경주에서 출토된 금관은 모두 경주에 있어야 제 가치를 발휘한다"며 분산 전시론을 일축했다. 박임관 공동대표도 "경주의 문화·예술·시민단체와 함께 존치를 위해 행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범국민운동연합은 내년 2월까지 전국 서명을 진행해 이를 대통령실에 제출할 계획이다. 경주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대규모 단체 행동을 예고하며 "6점의 금관이 다시 흩어지는 현실을 이번에 끝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8일 경주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라 금관 경주존치 청원서 서명식'. 왼쪽부터 박임관 경주문화원장, 이동협 경주시의회 의장, 주낙영 경주시장, 이상걸 경주상공회의소 회장이 신라 금관 6점의 본향 경주 존치를 요청하는 청원서에 공식 서명한 뒤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장성재기자 blowpaper@yeongnam.com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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