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 <인스타그램 캡처>
배우 조진웅(49·본명 조원준)을 둘러싼 각종 과거 논란이 잇따라 드러나며 파장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5일 조진웅에 대해 고등학생 시절 차량 절도와 성폭력 가담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성인이 된 이후에도 폭행 사건과 음주운전 전력이 있었다는 주장들이 연이어 터져나왔다.
조진웅 측은 일부 과거 행위는 인정하면서도 성폭력과 관련된 혐의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과거 언론 보도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 등이 다시 회자되면서 비판 여론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의혹의 진위 여부와 별개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며 상황은 더욱 악화되는 분위기다.
결국 조진웅은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인 지난 6일 연예계 활동 중단과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쏟아지는 모든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이 시점을 끝으로 배우로서의 모든 활동을 멈추겠다"고 했다.
그의 은퇴 선언에도 내년 편성이 예정된 시그널 시즌2의 전체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 데 이어 사회 전반에 걸친 후폭풍이 거세다.
◆조진웅 사태 놓고 갑론을박
한 변호사는 조진웅의 '소년범 전력'을 처음 보도한 매체를 소년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김경호 법무법인 호인 변호사는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조진웅의 소년범 이력을 처음 보도한 매체와 기자를 국민신문고를 통해 '소년법 제70조 위반'으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는 미성숙한 영혼에게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어렵게 결정했다. 그것이 우리가 소년법을 제정한 이유다. 소년법은 죄를 덮어주는 방패가 아니라, 낙인 없이 사회로 복귀하도록 돕는 사회적 합의"라고 했다.
이어 "소년법 제70조는 관계 기관이 소년 사건에 대한 조회에 응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다. 이는 기록의 유출 자체가 한 인간의 사회적 생명을 끊는 흉기가 될 수 있음을 법이 인정한 까닭이다. 기자가 공무원이나 내부 관계자를 통해 이 금지된 정보를 빼냈다면 취재가 아니라 법률이 보호하는 방어막을 불법적으로 뚫은 범죄 행위"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변호사의 주장에 동의 하지 않는 시각이 적지 않다. 조진웅의 은퇴는 외부 압박이 아닌 스스로 은퇴를 선택했다는 점, 과거 문제가 큰 파장을 일으킨 배경에는 그가 탄핵 집회 참여 등 각종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 작품 속 정의로운 형사 역할로 대중으로부터 사랑을 받아 온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최근 '학폭' 이력이 있을 경우 대학 합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만큼 도덕적인 기준이 높아졌고, 음주, 폭행 등의 범죄 행위가 성인이 된 후에도 이어졌다는 점에서 "피해자가 뻔히 그의 활동을 보는 와중에 가해자를 위해 두둔하는 변론 자체가 불편하다"는 반응이 쇄도하고 있다.
◆정치권도 술렁...나경원 "소년법 개정해야"
조진웅 사태는 정치권으로까지 빠르게 확산됐다. 여권에서는 소년 시절 이미 처벌을 받았음에도 현재 다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발언이 나온 반면 야권은 감쌀 일이 아니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주진우 국민의 힘 의원은 "조진웅은 가명을 쓰고 범죄 전과를 감추며 온갖 정의로운 척 위선으로 지금의 지위를 쌓았다"며 "피해자들은 평생을 고통에 헤맨다. 가명 때문에 당시 극악했던 범죄자가 조진웅인지 모르고 지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지난 7일 자신의 SNS를 통해 "대통령이 되는 데 음주운전, 공무원 자격 사칭, 폭행과 집기파손쯤은 문제 없다는 것을 지난 6월 민주적 투표가 보여줬다"면서 "대통령은 괜찮고 배우는 은퇴해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고 했다.
이어 "저는 연기자에게 절대적 도덕 기준을 높게 두지 않아서 조진웅씨 건에 특별한 생각이 없다. 다만 국가의 영수가 그다지 도덕적이지 않으면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항상 상대적으로는 찝찝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와 고위 공무원을 대상으로, 청소년 시절 중대 범죄 이력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국민이 알 수 있도록 하는 법안 발의를 예고했다.
해당 법안은 대통령·국회의원·광역단체장 후보자를 비롯해 일정 직급 이상 고위 공직자, 최고 등급의 정부포상 및 훈장 수여 대상자 등에 대해 소년기에 중대한 범죄로 보호처분을 받았거나 관련 형사 판결·결정문이 존재하는지를 국가기관이 직접 조회·확인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대통령 등 선출직 후보자의 경우 기존 범죄경력 증명서와 함께, 소년법상 중대 범죄와 관련된 보호처분 또는 판결문 존재 여부를 선거공보에 반드시 기재하도록 했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경찰청과 법원 등 관계 기관에 공식 확인을 요청해 사실 여부를 사전에 검증하도록 하는 절차도 포함됐다.
소년법 개정을 통해 '중대한 범죄'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단순 재산범죄나 경미한 폭력, 일반적인 청소년 일탈 행위 등은 명확히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불필요한 낙인과 과도한 인권 침해 우려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도 담겼다.
◆촬영 끝났는데...'시그널 2' 존폐기로
시그널 포스터 <tvN 홈페이지 캡처>
조진웅이 미성년자 시절의 중대한 범죄 전력을 직접 인정하고 연예 활동 중단을 선언하면서 그의 복귀작으로 주목받던 드라마 '두 번째 시그널'의 공개 여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모든 촬영을 마친 상황에서 핵심 주연 배우가 사실상 작품에서 이탈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내 드라마 제작사에서도 유례없는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시그널'은 김은희 작가가 다시 각본을 맡고, 김혜수·이제훈 등 시즌1의 주요 출연진이 약 10년 만에 다시 뭉친 작품이다. tvN 개국 20주년을 기념해 야심 차게 준비된 프로젝트로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됐다. 이미 전 회차 촬영을 완료한 데 이어 후반 작업도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진웅은 극중 형사 '이재한' 역으로 분해 시즌2 서사를 이끌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주연 배우 교체나 재촬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제작 현장의 공통된 시각이다.
김혜수와 이제훈 등 주요 배우들의 일정 재조정이 사실상 어렵고, 이미 투입된 수백억 원대 제작비를 다시 감당하기도 쉽지 않다. 더구나 범죄 수사를 다루는 작품에서 조진웅이 정의로운 경찰로 등장한다는 설정 자체가 시청자 수용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랜 시간 '시그널' 시즌2를 기다려 온 시청자들의 실망감 역시 크다. "이번 일로 방영이 무산되면 너무 허탈할 것 같다", "기다린 시간이 너무 길었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tvN 측은 "향후 방영 여부와 관련한 사안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며, 결정되는 사항이 있으면 공식적으로 안내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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