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붉은 말의 해, 병오년을 맞았다. 예로부터 말은 인간의 곁에서 가장 오래 달려온 동물이다. 전쟁과 이동, 노동과 생존의 현장에서 말은 언제나 앞장섰고, 그만큼 속도와 인내, 자유와 희생의 상징으로 자리해 왔다. 불의 기운을 품은 병오년의 말은 특히 정열과 추진력, 멈추지 않는 생의 리듬을 상징한다. 병오년을 맞아 대구경북의 말띠 6인을 만나, 가장 힘차게 달렸던 순간과 현재의 자리,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2002년생 대학생 박경모씨, "도전하는게 나를 성장시키는 일"
02년생 대학생 박경모씨
지난해 군 복무를 마치고 대학에 복학한 2002년생 박경모(24)씨는 "지금이 가장 질주하는 시기"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아직 미래가 분명하지 않아 불안한 시기지만, 그럴수록 더 열심히 달려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대구에서 학업을 위해 상경한 그는 "서울 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있지만, 내 고향 대구는 여전히 마음을 끌어당기는 곳"이라며 "팍팍한 서울의 일상 속에서 정 많은 대구가 자연스럽게 생각난다"고 했다.
박씨는 "어떤 선택이 후회될 때 '이렇게 해볼 걸'하고 멈춰 서 있기보다는 한 번 더 도전하는 게 자신을 성장시키는 길"이라며 "자신의 선택을 믿고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충분히 잘 달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스스로 잘 달리는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방향을 잃고 힘이 빠진 스스로를 발견했다"며 "붉은 말의 해에는 더 순수한 마음으로 행복을 향해 뜨겁게 달리고 싶다"고 전했다.
■ 2002년생 대구FC 황재원 선수, "올해야말로 질주할 시간"
2002년생 대구FC 황재원
인생에서 가장 질주했던 시기에 대해 황재원(24)선수는 "2022년 프로 1년차"라고 답변했다. 황 선수는 "어린 나이에 두려울 것 없이 자신감이 넘쳤다. 그때는 정말 앞만 보고 달렸던 시기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에게 대구경북은 낯선 곳에서 평화의 공간이 됐다. 충남 보령시에서 태어난 그는 "대구FC에 입단하기 전엔 대구경북지역과 이렇다 할 접점이 없었다"며 "초반엔 사실 많이 낯설었다"고 밝혔다. 이어"대구에서 꾸준한 선수 생활을 이어간 덕분에 이젠 내집같이 편안해졌다"라고 말했다.
젊고 유능한 풀백인 그에게 '잘 달린 인생'이란 어떤 것일까. 황재원은 "우여곡절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성공과 실패를 경험함으로써 후회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는 것이 아닐까요"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2025년 팀이 2부 강등돼 스스로는 물론 팀도 많이 힘들었다.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이 이번만큼 남다를 때가 없었다"며 "이번에는 무조건 소중한 2026년을 만들겠다"고 힘줘 말했다.
■ 1990년생 김수경 국민의힘 차세대여성위원회 부위원장 "'함께' 달리는 것이 중요"
1990년생 김수경 국민의힘 차세대여성위원회 부위원장
1990년생 김수경 국민의힘 차세대여성위원회부위원장은 "내 인생의 진짜 질주는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며 "2026년 새해에는 책임감의 무게만큼 속도도 빨라진, 가장 숨 가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김씨는 "대구는 떠나보면 가장 잘 맞는 옷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고마운 터전"이라며 "대구경북은 지금까지의 성과가 쌓여 있는 단단한 기반이다. 이곳을 도약대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달리는 데 중요한 건 '함께'"라며 "발을 맞춰 달리는 동료가 있는 삶이 잘 달린 인생"이라고 밝혔다. 이어 "잠시 멈추더라도 다시 달릴 수 있는 몸과 마음,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성공 한 레이스'"라고 정의했다.
김씨는 지난 몇 년에 대해 "일과 육아 사이에서 고민하고 방황했던 시기였다. 용기있는 결단과 노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오년에는 "경력 단절 여성, 사회로 나오고 싶은 여성들에게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 1978년생 조재완 민주당 대구시당 노동위원장 "'후회하지 않는 삶', 잘 달린 인생 아닐까"
조재완 민주당 대구시당 노동위원장
조재완 민주당 대구시당노동위원장은 신용보증기금 노동조합 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시기를 가장 질주했던 시기로 꼽았다. 그는 "하루하루가 정신이 없었고 늘 무언가를 결정해야 했다. 개인적인 여유는 거의 없었지만, 그 시기를 통해 조직과 동료를 먼저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에서 태어나 이후 줄곧 대구에서 살아온 그는 대구경북을 '자신의 삶과 떼어놓을 수 없는 공간'으로 표현했다. 그는 "대구경북 사람들 특유의 끈기와 성실함 속에서 자랐고, 그게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며 "앞으로도 이 지역에서 책임 있게 변화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잘 달린 인생'에 대해서는 "맡은 일을 피하지 않고 끝까지 해냈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결과가 크지 않더라도 과정에서 부끄럽지 않다면 충분히 잘 달린 인생"이라고 했다.
그는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을 그냥 두지 않고, 지역과 일터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쓰고 싶다"며 "올해 서두르지 않되 멈추지 않으면서, 말처럼 기운차고 신명나게 질주하겠다"며 새해 다짐을 전했다.
■ 1966년생 주부 김재희씨 "올해는 나를 위해 달려보는 해"
1966년생 주부 김재희씨
1966년생 주부 김재희씨는 대학시절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질주했던 시기로 꼽았다. 그는 "그때는 피곤한 게 뭔지도 모를 만큼 체력도 좋았고, 내 꿈과 미래를 위해서 정말 열심히 살았던 시기"라고 했다.
김재희씨는 대구 서구 내당동에서 태어나 남구 대명동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고, 결혼하면서 수성구 범어동에서 살고 있다. 그는 "돌아보면 내 인생의 운명의 길은 늘 대구였다"며 "내 모든 기억과 추억이 쌓인 이곳에서 남은 삶도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아들 결혼식을 치뤘다는 김씨는 "살아보니 '잘 달린 인생'이라는 게 꼭 거창할 필요는 없더라"면서 "아무 일 없이 가정을 잘 지키고, 자식들 무탈하게 키워낸 것만으로도 참 잘 살아온 인생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병오년에는 나를 위해 달려보는 해로 만들 것이다. 나이가 들어 아파서 쉬었던 운동도 다시 시작하고 건강한 나를 위해 병원도 꾸준히 다닐 생각"이라고 말했다.
■ 1942년생 시조시인 류금자씨 "내 인생은 질주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1942년생 시조시인 류금자씨
1942년생 류금자 시조시인은 "나는 인생에서 질주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며 "6·25 시절에는 밤마다 미숫가루를 베고 자면서 도망 다녔다"고 떠올렸다. 이어 "20대에는 오남매를 낳아 기르며 청춘을 보냈고, 40대에는 목욕탕 사업을 시작해 쉼 없이 살았다"고 밝혔다.
류 시인은 "대구가 참 많이 바뀌었고 바뀐 만큼 나도 많이 변했다"며 "이제는 함께 익어가고 있는 친구 같은 도시"라고 표현했다.
그는 삶에 대해 "늘 더 나은 미래를 그리며 살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날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보석처럼 예쁜 자식들과 선물 같은 손주들을 보며 마음이 가득 찼다"며 "가족들과 함께 마음 든든한 할머니로 늙어가는 지금, 이미 잘 달린 인생"이라고 했다.
류 시인의 올해 목표는 분명했다. "건강관리에 도움을 준 민간약초 관련 책을 내고 싶다"며 "나이가 들수록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낀다"면서 "나처럼 아픈 사람들이 내 경험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건강해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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