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10미 중 하나인 뭉티기. 뭉티기가 나오면 일단 뒤집어봐야 한다. 접시를 뒤집어도 떨어지지 않는 찰기는 식객들 사이에서는 신선함을 가늠하는 하나의 척도가 되고 있다. 고기가 두툼해 무게 때문에라도 떨어질 법 하지만 접시를 완전히 뒤집어도 떨어짐 하나 없이 그대로 붙어 있다. 이나영 기자 2nayoung@yeongnam.com
찜갈비, 따로국밥, 뭉티기, 막창. 모두 대구 하면 대표적으로 떠올리는 음식들이다.
공통점은 모두 대구 10미 중 하나인 동시에 소고기가 들어간 음식이라는 점. 예로부터 대구에서 신선한 육류, 그중에서도 소고기를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영천, 청도 등 인근에 도축장, 우시장이 있어 공수해오기가 용이했던 것.
'뭉티기'는 고기를 큼직하게 썬 모양을 흉내 낸 말인 '뭉텅이'에서 비롯된 경북지역 방언이다. 소의 엉덩이 안쪽에 위치한 우둔살을 덩어리째 뭉텅뭉텅 썰어내어 특제 양념장에 찍어 먹는 음식이다. 고기를 채 썰듯 썰어내 참기름 양념과 채 썬 배와 버무린 육회와는 다른 조리방식이다.
'아무런 조리도 하지 않은 생고기를 그저 손질만 해서 그대로 먹는 것을 과연 음식이라 할 수 있을까' 라며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다. 소고기 본연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뭉티기는 두툼한 식감과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물론 신선도와 품질은 최상의 상태라는 것을 전제한다. 신선하지 않다면, 특히 겨울철 '노로바이러스'의 위험이 도사리는 만큼 뭉티기 식당들은 매우 까다롭고 철저하게 청결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당일 도축한 고기를 당일 판매하는 것을 무조건 지켜야 할 원칙으로 삼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 대구 곳곳서 맛볼 수 있어
뭉티기는 1950년대 초 대구 향촌동 일대 실비집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뭉티기가 유명해지고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잡으면서 지금도 뭉티기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대구 전역 곳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여행자들의 발길 닿는 곳마다 유명한 뭉티기 식당들이 있어 대구 어디서든 그 맛을 즐길 수 있다.
뭉티기 식당에서는 주문한 뭉티기가 나오자 마자 접시를 뒤집어 보는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접시를 뒤집어도 착 달라붙어 있는 찰기가 단순 재미와 신기함을 넘어 고기의 신선함을 확인하는 척도로 여겨지면서다. 그 척도는 입에 들어가는 순간 쫀쫀하고 쫀득한 식감으로 이어진다. 그 어떤 날 것에도 견줄 수 없는 식감이다. 씹을수록 소고기 본연의 맛이 중독성을 자극한다. 질기지도 않다. 고기 손질 과정에서 힘줄이 완벽에 가까울 정도 제거되면서다.
대구 10미 중 하나인 뭉티기와 뭉티기장. 이나영 기자 2nayoung@yeongnam.com
신선함은 기본이고 고기 손질 외 맛을 좌우하는 것이 또 있다. 바로 뭉티기와 함께 나오는 장이다. 일단 이름난 식당의 뭉티기장은 그 맛을 보기도 전에 침이 고인다. 뭉티기처럼 뭉텅뭉텅 썰어 나온 굵은 입자의 고춧가루와 마찬가지로 굵게 다져진 순백의 마늘, 그리고 황금빛깔의 참기름은 시각과 후각을 동시에 자극한다. 국내산 고춧가루와 마늘, 직접 짠 참기름도 맛의 비결이라면 비결.
고춧가루와 마늘, 참기름을 골고루 섞어 놓은 뭉티기장을 취향에 따라 살짝 또는 듬뿍 곁들일 수도 있지만 2~3점을 장에 미리 담가 절여 놓고 한 점, 한 점 음미하듯 먹는 것도 맛있게 먹는 방법 중 하나다. 장에 절여진 뭉티기 한 점 먹고 또 새로운 한 점 절여놓는 것을 반복한다. 담소 나누고 또 한 점 절여 놓고, 담소 나누고, 순차적으로 먹는 식이다. 어느새 접시는 텅 빈 상태가 된다.
2인2맛 시식단으로 나선 크리스씨와 영현씨. 영현씨가 시식에 앞서 뭉티기를 접시째 들어 보이고 있다. 이나영 기자 2nayoung@yeongnam.com
◆ 2인2맛...시식단 평가는?
경기도에서 온 영현(여·26)씨는 평소에도 육회를 즐겨 먹는 편이다.
영현씨는 "육회, 뭉티기, 육사시미 등 다 좋아한다. 뭉티기는 대구 10미 중 단연 1등이다. 두께감이 있으니까 씹는 결이 하나하나 느껴지고 장조림처럼 세로 결이 느껴지는 듯하다. 뭐 하나 튀지 않아 뭉티기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육향을 깔끔한 맛을 느끼고 싶다면 뭉티기를 먹어야 한다. 육사시미는 특유의 산미가 느껴지고 차돌박이 사시미는 금방 물리고 느끼한 맛이 있다. 뭉티기는 담백하고 식감은 살아있어서 계속 들어간다. 냄새가 전혀 없고 장에 절여 먹으니 한식 특유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하며 연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칠레에서 온 크리스(35)씨는 뭉티기를 처음 먹어봤다고 했다.
크리스씨는 "초밥처럼 생선을 날 것으로 먹는 것에는 거부감이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고기는 익혀 먹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소량만 먹어봤다. 고기는 매우 부드럽고 지방이 적었으며, 소고기라기 보다는 참치를 연상시키는 식감이었다. 소고기는 일부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어 모든 외국인에게 추천하기는 어렵다. 고기에 대한 거부감만 없다면 충분히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양념소스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매우 고소하고 향이 진해 섞는 순간부터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였다. 색다르고 인상적인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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