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출신 구윤철號, ‘AI 대전환’ 승부수…확장재정 딜레마와 3% 성장률의 과제

  • 구경모(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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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05 16:16  |  발행일 2026-01-05
성장률 전망 오락가락, 2.1% 대 1.8% 엇갈림
‘AI 일상화’·국부펀드로 혁신, 실효성 논란
고환율·확장재정 딜레마, 정책 신뢰 흔들


구윤철 경제 부총리. 재정경제부 제공.

구윤철 경제 부총리. 재정경제부 제공.

경북 성주 출신으로 대구 영신고를 졸업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31일 '2026년 신년사'를 통해 '승기창도(乘機創道)'를 새해 핵심 화두로 제시하며, 새로운 성장의 길을 개척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는 붉은 말의 해인 병오년(丙午年)을 맞아, 적토마와 같이 강력하게 국가 경제 성장의 새로운 서사를 써내려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구 부총리가 직면한 2026년의 과제는 대내외적 도전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고차원 방정식이다. 대외적으로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되고 자국 우선주의 통상 외교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제 안보를 수호하고 수출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대내적으로는 1%대까지 추락한 잠재성장률을 3% 수준으로 회복시키기 위한 구조적 개혁과 인공지능(AI) 대전환을 통한 산업 혁신이 시급한 상황이다.


◆엇갈리는 성장률 전망


정부는 우리 경제가 2025년의 일시적인 성장 둔화 국면을 지나 2026년에는 내수 회복과 정책 효과 가시화에 힘입어 반등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6년 우리 경제가 2.1% 성장을 기록하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로 위축되었던 민간 소비가 시장 금리 하락과 확장적 재정 정책에 힘입어 기지개를 켜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설비 투자가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보다 낮은 1.8%의 성장률을 제시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관세 인상 정책이 본격화되면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수 있고, 내수 회복 속도 역시 가계 부채 부담 등으로 인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내년 성장률을 1.9%로 전망하며,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한 회복 모멘텀의 약화를 경고하고 있다. 이에 구 부총리는 올해 2%대 성장을 목표로 '1.8%+α'를 제시하며, 이를 위해 적극적 재정정책과 함께 소비·투자·수출 등에서 맞춤형 활성화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AI 대전환과 조직 개편


이와 함께 구 부총리가 꺼내 든 승부수는 'AI 대전환(AX)'을 통한 생산성 혁명이다. 구 부총리는 인공지능이 실험실을 넘어 산업 전반과 국민 일상에 뿌리내리는 'AI 일상화'를 2026년의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정부는 'AX-Sprint' 사업을 통해 중소기업의 스마트 공장 고도화를 지원하고, 'AI 기본법' 제정을 통해 규제보다는 진흥에 무게를 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할 방침이다.


조직 개편을 통한 정책 추진력의 극대화도 주목할 점이다. 이달 2일, 기획재정부가 18년 만에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되면서 구 부총리가 이끄는 재정경제부는 거시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전문성을 강화하게 됐다. 구 부총리는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앤 '원팀' 행정을 강조하며, 정책의 결실이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의 일상에 직접 닿을 수 있도록 '실사구시'의 자세를 주문하고 있다.


아울러 미래 세대를 위한 새로운 국부 창출 모델로 '한국형 국부펀드' 설립을 추진한다. 정부가 보유한 1천300조원 규모의 국유재산을 체계적으로 관리·증식해 AI와 반도체 등 첨단 전략 산업에 장기 투자하는 이 모델은 오는 6월 공식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확장 재정의 딜레마


다만, 글로벌 교역 환경의 악화와 미국의 관세 인상 정책 등 대외 리스크가 본격화되면 수출 증가세는 금년보다 둔화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또 고환율로 인한 물가 상승 압박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큰 와중에 정부의 재정 확장 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정부의 '적극적 확장 재정'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게 사실이다. 정부는 올해 예산을 전년 대비 8.1%나 늘린 728조원 규모로 편성했지만, 이는 약 110조원에 달하는 관리재정수지 적자와 GDP 대비 51.6%라는 역대 최대 수준의 국가채무 상태를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재정 건전성을 외면한 채 단기 부양에만 치중할 경우, 미래 세대에게 막대한 이자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물론 고환율 국면에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패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잠재성장률 3% 회복 가능할까?


잠재성장률 3% 회복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5% 수준이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올해는 1.9%에 이어 내년에는 1.7%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 전망치 1.8%보다 낮은 수치다. 잠재성장률은 노동 등 모든 생산 요소를 동원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열린 심포지엄에서 "지금 추세대로라면 잠재성장률은 2040년대에는 0%대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OECD는 올해 경제전망에서 노동시장 이중적 구조 등에 대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특히 실제 성장률이 잠재 수준을 밑도는 '마이너스 GDP 갭'이 4년 연속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제시하는 3% 수치는 과학적 근거보다는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는 냉정한 평가도 나오고 있다. 구 부총리가 '전도사'를 자처하며 올인하고 있는 'AI 대전환(AX)' 정책도 장밋빛 환상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AI가 생산성 혁명의 열쇠인 것은 분명하나,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는 이미 'AI 거품론'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 대기업 위주의 AI 생태계 속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익 모델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정부 지원 사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예산 낭비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정부의 '5극 3특' 지역 균형 발전 전략 또한 선언적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깨겠다는 명분은 정당하지만,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나 지자체 간의 이해관계 조정 능력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과거 정부들이 반복해온 '나눠먹기식 지방 사업'의 재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의 분리로 인해 예산 편성권이 분산된 상황에서, 부처 간 주도권 싸움이 정책의 일관성을 해칠 수 있다는 관료 사회 내부의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구조 개혁이 우선


따라서 올해 구 부총리가 실천해야 할 과제는 재정 투입을 통해 단기 성장률 지표를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구조 개혁'의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현상·노동 시장 이중 구조·일자리 없는 성장 등의 구조적 모순을 외면한 채 AI 대전환이나 국부펀드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만 몰두할 경우, 자칫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울러 고물가·고환율 국면에서 728조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예산을 집행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제어해야 하는 '재정의 딜레마'를 어떻게 풀 것인지도 관건이다. 동시에 미중 패권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센 풍랑 속에서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편, 가계 부채와 부동산 PF 부실 등 대내적 금융 리스크를 연착륙시켜야 하는 고차원 방정식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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