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장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기한 담배소송 항소심이 오는 15일, 재판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11년에 걸친 법정 공방이 이어지는 동안, 흡연으로 인한 질병 치료에 쓰인 국민의 소중한 건강보험 재정 약 41조 원이 담배연기처럼 사라졌다.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는 요즘, 2014년 담배회사 3곳(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처음 제기했을 당시가 떠오른다. 2020년 11월 1심에서 법원은 공단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공단은 포기하지 않고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건강보험 보험자로서 단순히 재정 문제를 넘어, 흡연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과 그 가족, 더 나아가 미래세대의 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책무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흡연의 폐해는 개인의 선택 문제를 넘어선다. 비흡연자를 포함한 국민 전체의 건강을 위협하고,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비용 부담과 손실을 초래한다. 공단의 담배소송은 이러한 흡연 피해에 대해 담배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건강보험연구원과 세계은행이 세계질병부담 연구방법론을 적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직·간접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지출 규모는 최근 11년간 약 41조 원에 달한다. 이는 연평균 약 4조 6천억 원(2024년 기준)에 이르는 금액이다. 질병관리청 역시 담배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13조 6천316억 원(2022년 기준)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담배회사는 연간 수조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에 대해 실질적인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공단이 담배소송을 이어가는 이유는 분명하다. 국민건강보험 보험자로서 흡연 폐해에 대한 담배회사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흡연 관련 질환 치료로 발생하는 보험급여비 지출을 줄여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함이다.
지난해 항소심 최종 변론을 앞두고 전국 약 150만 명의 국민이 '담배소송 지지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또한 지난해 10월 30일 충청북도의회에서 열린 전국시도의회 의장협의회 제6차 임시회에서는 '담배 제조물의 결함 인정 및 사회적 책임 촉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이후 전국 86개 지방의회에서도 관련 결의가 이어지는 등 국민적 염원은 점점 더 힘을 모으고 있다. 소비자·시민단체, 의료계와 전문가 단체 등 각계각층에서 보내온 지지는 항소심 판결에 중요한 울림이 되리라 믿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은 담배회사의 법적 책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국민 건강을 지키고, 흡연으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며, 금연 확산과 제도·정책 개선으로 이어지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나아가 보건복지를 선도하는 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공단의 담배소송은 역사적인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본다. 범국민적 염원과 시대적 흐름, 그리고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증거에 기반한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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