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미스터리극 '탐정사무소' 무대 장면. <극단 하람 제공>
1월은 대개 공연계 비수기다. 연말의 열기가 지나가면, 잠깐 멈춰 숨을 고르고 올해의 공연을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더 눈에 띄는 공연이 있다. 오로지 젊은 연극인들의 열정이 똘똘 뭉쳐 올라간 무대, 지역 청년극단 하람의 댄스 미스터리극 '탐정사무소'다.
오는 11일까지 대구 남구 대명동 우전소극장에 오르는 이 작품은 '댄스컬(댄스+뮤지컬)' 형식의 연극이다. 소극장 무대임에도 10명의 배우가 등장한다는 점 또한 눈길을 끌었다.
지난 8일 대명동 우전소극장에서 열린 댄스 미스터리극 '탐정사무소' 무대 모습. <사진=정수민기자>
이런 호기심에 지난 8일 오후 극장을 방문했다. 입구에서부터 작품과 어울리는 강렬한 콘셉트의 장식이 눈을 사로잡았다. 극장에 들어서니 폴리스라인이 둘러진 무대가 궁금증을 자아냈다. 공연은 암전과 함께 수사물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이 흐르며 시작됐다.
댄스 미스터리극 '탐정사무소' 무대 모습. <극단 하람 제공>
작품은 자타공인 위대한 탐정 '리엄'과 그의 조수 '제이콥'을 중심으로, 의문의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용의자들을 만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다뤘다. 무대는 서사보다 댄스 퍼포먼스와 코미디에 초점을 맞췄다. 장면마다 음악을 곁들인 단체 안무가 펼쳐지고, 역동적인 퍼포먼스가 눈길을 끌었다. 다소 다듬어지지 않은 연기나 거친 퍼포먼스도 있었지만, 그만큼 뜨거운 에너지가 느껴졌다. 부족한 부분조차 패기로, 열정으로 채워나가며 관객들의 환호와 함께 무대는 마무리됐다.
댄스 미스터리극 '탐정사무소' 연습 모습. <극단 하람 제공>
어떤 연극인들이 공연을 만들었을까. 이번 작품은 이계훈 연출이 중심이 됐다. 9년 전 '굶어죽기 일보 직전' 서울에서 대구로 왔다던 그는 "그래도 대구는 좀 더 따뜻하다. 이곳에서는 연기를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라고 전했다. 이어 "작품은 창작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무대"라며 "하고 싶은 이들끼리 인원을 꾸려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로 20~30대 젊은 배우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 중에는 연기 전공이 아니거나 처음 무대에 서는 신인도 있었다. 판소리를 전공한 김채린(28) 배우는 "연극배우가 원래 꿈이었다. 연극 무대 위에 있을 때 스스로를 가장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 2년 전부터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태권도학과를 전공한 신웅기(30) 배우와 갓 졸업한 뮤지컬연기학과 출신 이예서(25) 배우는 이 작품이 첫 무대다.
지난 8일 공연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참여한 연출과 출연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수민기자>
이들을 노련하게 이끌어준 건 주인공 탐정 역할을 맡은 박범진 배우다. 전라도에서 온 그는 올해로 6년째 대구 연극계에서 활동 중이다. 무대에 계속 서고 싶은 이유에 대해 그가 앞서 "낭만"이라고 크게 외치자, 이어 "즐거워서 하는 거잖아" 등의 열정 넘치는 말들이 곳곳에서 들렸다.
이렇듯 극단 하람에서는 경험이 적은 청년 연극인들을 위한 무대 기회를 꾸준히 마련해왔다. 이우람 대표는 이유에 대해 "갓 연기 활동을 시작하는 연극인들은 시작이 어렵다"며 "하지만 이런 비수기에 공연을 올리면 다른 연극계 선배들이 보러 와서 이들을 인지하게 되고, 섭외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작품에 제작 감독으로만 이름을 올렸다. 작품에는 개입하지 않고, 투자만 한 셈이다. 그는 "연극인들은 정기적인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 연습이 어렵다"며 "제가 각종 행사나 개인 사업을 운영하며 번 돈으로 젊은 연극인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끝으로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될 때까지 계속해보겠다"며 웃었다.
한편 극단 하람은 2014년 창단된 20~30대 배우들로 구성된 청년 연극 단체다. '다양성의 힘, 무대 위에 피어나다'를 슬로건으로, 현시대 일상 속 소재부터 사회적 이슈까지 다채로운 주제를 다양한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댄스 미스터리극 '탐정사무소' 포스터. <극단 하람 제공>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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