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청주 방향 남상주나들목 인근에서 SUV가 트럭을 추돌한 뒤 가드레일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상주소방서제공>
서산영덕고속도로 남상주나들목(IC) 인근에서 추돌사고로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겨울철 '도로 위 침묵의 암살자' 블랙아이스(살얼음)에 대한 경고음이 다시 커지고 있다. 특히 2016년 개통된 이 고속도로 상주~영덕 구간은 블랙아이스에 의한 추돌사고가 잇따라 근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례적으로 한국도로공사의 제설제 예비살포 미실시 정황 등에 대해 철저히 규명할 것을 지시(영남일보 1월12일자 2면 보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6시10분쯤 서산영덕고속도로 경북 상주 구간 남상주나들목 영덕 방향에서 화물차가 블랙아이스에 미끄러지며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전복됐다. 이 여파로 뒤따르던 차량 6대가 잇따라 추돌해 화물차 운전자 1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이후 이 구간 반대편에서도 2건의 추돌 사고가 발생하는 등 불과 50여분만에 모두 5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 같은 사고는 겨울철 상주~영덕 구간에서 반복되고 있다. 2019년 12월14일 의성 구간에서 차량 20여대가 연쇄추돌했다. 이 사고로 1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2021년 1월엔 상주IC 인근에서 화물차 포함 10중 추돌사고가 나 1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사고가 발생한 날은 눈이 내린 뒤 -10℃ 강추위가 덮쳐 도로가 결빙된 상태였다. 2023년 2월 의성 터널 인근에서도 대형 트럭 등 7중 추돌사고와 화재가 발생했다. 또 2024년 1월 청송IC 인근에서 5중 추돌로 2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
현재까지 주요 사고 원인으로 블랙아이스가 지목된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겨울철 노면 결빙 사고의 치사율은 일반 교통사고보다 약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량과 고가도로 구간에서는 치사율이 더 높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기준 최근 4년간(2021~2024년) 경북에서 발생한 블랙아이스 사고는 150건이며, 8명이 숨졌다. 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 모두 인근 대구보다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경북의 지형적 특성이 사고 위험을 키운다고 지적한다. 내륙 산간지역이 많은 경북은 일교차가 크고 밤사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날이 잦다. 여기에다 고속도로에 교량과 고가도로 비중이 높은 점도 블랙아이스 형성을 부추긴다. 교량과 터널 출입구는 노면 온도가 주변보다 낮아 대표적인 취약 구간으로 꼽힌다. 현재는 기상 예보를 토대로 염화칼슘 예비 살포와 제설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10일 남상주IC 사고 당시 사전 대응이 충분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블랙아이스로 인한 대형 사고를 줄이기 위해 결빙 취약 구간에 대한 체계적인 지정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 차원에서 실시간 노면 결빙 감지 시스템과 센서 설치 구간을 확대해야 한다. 또 과거 사고 이력과 지형, 기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습 결빙 구간을 선별하고 사전 감속 유도와 경고 표지 강화, 제설·제빙 작업 집중관리를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상청과 도로 관리기관 간 정보 연계 확대 등 예방 중심의 대응체계 전환도 시급하다.
정운홍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